“제가 보기에는 국민들도 이제 죽을 고비를 넘겨 온힘을 다해 도전하는 권력의지로 똘똘 뭉친 인물에는 지칠 만한 때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의지로 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권력의 화신이 아니라 착한 대통령, 좋은 대통령 나오면 어디 덧나냐는 겁니다. 이제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표님이 그런 분입니다.”
나는 문재인 대표에게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리더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봤다. 좋은 품성에 국정 경험도 있고, 기존의 정치인과 다른 태도와 화법까지…. 나는 ‘저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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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016년 총선 영입 최대 히트작인 양향자 위원장과 성공한 대표적인 벤처 기업인이면서도 땅 한 평 사지 않고 새로운 경영철학을 갖고 살아온 웹젠 의장 김병관, 진심으로 세월호 가족과 함께했던 길거리 변호사 박주민, 한국의 전통문양을 디자인해서 세계에 알린 청년 디자이너 김빈, 민주당의 험지 강원도 인제 양구 화천에서 다섯 번 출마해서 낙선한 아버지 때문에 가난을 이고 사느라 어린 시절 병원을 못 가서 한쪽 눈에 장애를 입은 기재부 관료출신 김정우! 그래도 출마하겠다고 입당 기자회견에서 모두를 울먹이게 했던 김정우의 영입이 이뤄졌다.
모두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사람들이었고, 그들에게 우리가 당신들을 영입하고자 하는 진심에 대한 ‘공감’을 전할 수 있었기에 영입할 수 있었다. 모두 ‘공감’이라는 키워드의 기둥을 굳게 세웠기에 만들어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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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 시기성, 후보의 상대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슬로건이 시대성, 시기성, 상대성을 모두 담고 있었다. 당시 슬로건이 ‘준비된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었다. 외환위기로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국가 환란의 상황에서 당연히 ‘경제 대통령’이 나와야 했다. 그런데 만약 상대 후보가 경제 전문가였다면? 상대 후보가 이회창 후보였기에 가능한 슬로건이었다. 2020년 총선은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가 병존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가 절반이 넘어간 시점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해진다. 2020년 4월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중 절반을 넘어가 3년차 직전 시점이기 때문에 정권심판, 즉 정부와 여당이 잘 했느냐, 못 했느냐를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 성향이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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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해서 2020년 총선에서 이들이 쉽사리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며 표를 던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권에 실망해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몇 천 표씩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자칫 우리가 궤멸적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래서 특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부터 해야 한다.
젠더 갈등과 청년 정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함께 가야 한다. 지금 나타나는 젠더 갈등은 50대, 60대 이상 노장년층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20~30대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불만이 젠더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본질을 외면하고 단순히 ‘성 대결’로만 인식해서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게 되고, 결국은 어느 한쪽을 등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갈등을 심화시키는 마이너스의 정책이 아니라, 플러스의 해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 p.137~138
그해 12월에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했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분당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건 그냥 망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감이 있었다. 온갖 비판 속에서도 인재영입, 온라인입당, 플랫폼 정당이라는 세 가지 혁신을 차근차근 완성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와 문명’에 맞는 키워드를 갖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대세의 흐름은 우리에게 넘어왔다는 확신이 있었다. 문재인 대표도 “국민과 지지자들을 믿고 가자. 시스템 공천 등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면 국민과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직후 거짓말처럼 온라인 입당 원서가 쏟아져 들어왔다. 어떤 날은 하루에 1만 9천 명씩 입당했다. 우리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다’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우리는 양보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 p.156~157
이 시대의 결정의 과정이란 나를 비롯한 모든 주변인과 지식·정보를 아우른 이성과 감정의 새로운 맥락적 소통을 통해 상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런 상식에 부합할수록 좋은 결정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주변의 다양한 요인들이 상식을 찾는 과정에서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식을 찾는 결정은 이 방해 요인들을 거둬내는 과정이다.
우선 결정을 앞두고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일수록 진중하게 들어야 한다. 배우자, 친구, 멘토 등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 이 때문에 논리상의 허점을 쉽게 놓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이들의 의견이 옳다고 판단이 돼서 수용하려거든 반드시 허점과 오류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치열하게 거쳐야 한다. 그래야 나의 결정이 상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
--- p.176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점은 리더십이다. 국회의원은 수평적 리더십에 익숙하고 자치단체장은 수직적 리더십에 익숙한 자리다. 국회의원 300명은 정당에 속해 있긴 하지만 개개인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협력하고 때로는 토론하고 갈등을 벌이는 관계이다. 초선 의원도 당 대표와 싸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 안에서 수평적인 리더십을 익히게 된다. 반면 자치단체장은 상하 관계로 이루어진 수직적인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다. 자연스럽게 수직적 리더십에 익숙해진다.
지금 시대는 수평적 관계가 주를 이루는 문명의 시대다. 기업들도 수직적 상명하복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전근대적인 조직으로는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이다. 기업들도 수평적, 융복합적 조직으로 탈바꿈해 발전을 꾀하는 시대인데, 수직적인 공무원 문화에 익숙한 리더는 새로운 시대에 맞지도 않고 적응하기도 어렵다.
--- p.181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비서실장만 하고 말았다면 절대 새로운 시대의 리더로 호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당 대표를 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통찰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의 가치가 겸손과 소통 능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지지만 그 어떤 젊은 인사들보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문명의 시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았다. 단지 기술에 대한 이해에만 그치지 않고, 그 변화를 정당의 변화에 접목시키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민주당 정당사에서 새로운 문명에 맞는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정당의 현대화를 이룩한 유일한 리더일 것이다. 60대 중반의 당 대표가 플랫폼 정당, 시스템 정당, 인재영입의 패러다임 전환을 속도 있게 추진해냈다. 그 과정에서도 지시하고 보고 받는 수직적 리더십이 아니라, 항상 토론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수평적 리더십도 십분 발휘되었다.
---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