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굉장히 초보적인 질문이지만 적자가 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즈미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초보적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네. 오히려 무척 깊이 있는 질문이지. 자네가 일하는 점포가 적자인가?” “아뇨, 그냥 공부하다가 의문이 생겨서요.” 히카리는 황급히 둘러댔다. “그 의문이라는 게 뭔지 자세히 말해보게.” “그러니까 저는 매출에서 비용을 뺀 금액이 마이너스인 상태가 적자이고, 적자가 나면 회사가 위험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점이 있어요. 회사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려고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비용을 삭감해도 계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회사도 있는데 그건 왜 그런 걸까요?” 히카리는 센노하타점을 떠올리며 이렇게 질문했다. 그러자 아즈미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략) “회사가 적자가 났다는 것은 병에 걸려서 열이 37도가 넘는 상태야. 물론 열이 난다고 곧 죽진 않지.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했다가 폐렴에라도 걸리면 문제가 되기 마련이야. 내가 옛날에 그랬듯이 말이야. 즉, 적자가 계속되면 가장 먼저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해.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회사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어.” 히카리는 아즈미의 말에 담긴 속뜻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적자가 났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한 건 아니지만 그 상태를 손쓰지 않고 그대로 두면 뒷날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된다는 거군요.”---pp. 47~49
미츠즈카는 주저주저하며 손익계산서를 훑어보았다. 정리해고를 하기 전인 3월에 비해 고정비가 90만 엔 가까이 감소했다. 아르바이트생 감축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95만 엔이나 적자였다. 그래도 3월부터 두 달 만에 100만 엔이나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미츠즈카는 얼마쯤은 잘했다고 평가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달콤한 기대는 곧 절망으로 변했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잖아!” 이노키는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고정비는 90만 엔 줄었습니다….” “적자는 적자야.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좀 더 단호하게 정리 해고를 단행하도록 해. 이건 사장님 지시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네의 거취도 장담 못 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해고당하나요?” 미츠즈카가 머뭇머뭇 묻자 이노키는 “당연하지. 이번이 센노하타점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게”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pp. 72~73
7월 손익계산서에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박혀 있었다. 7월이 되자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한 탓에 전기료가 증가했지만 광고선전비와 소모품비를 그만큼 줄여서 겨우 구멍을 메꿨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매출이 엄청나게 떨어졌던 것이다. 목표액인 1,000만 엔을 달성하기는커녕 900만 엔 선이 깨지고 875만 엔까지 급감했다. 그 결과 감소 추세였던 공헌이익의 적자액이 다시 부풀어 올라 100만 엔을 훌쩍 넘겼다. 매출이 감소한 이유는 분명했다.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윤이 큰 메뉴를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성의 없는 태도로 고객을 대했다. 이처럼 비용을 삭감하려는 의도가 훤히 드러나는 방식이 손님에게 반감을 산 것이다. 고객 관점을 생각하지 않고 점포사정만 우선시해서 실적을 개선하려고 한 결과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슨 방법이 있긴 한 걸까…?’ 히카리는 끝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pp. 115~117
“그러면 고정비 증가를 억제한다는 건 무슨 뜻이죠?” “고정비는 예산액을 정해서 그 범위에서만 지출하도록 하는 거지. 아무 생각 없이 쓰다 보면 점점 느는 것이 지출이야. 내 몸에 붙은 지방처럼 말이야.” 아즈미는 자기 배를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점포의 실적을 끌어 내릴 정도로 지나치게 절약하는 것도 금물이야.” “절약을 했는데 실적이 내려갈 수도 있나요?” 히카리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손님이 있는데도 조명을 줄이거나 화장실에 비치된 비누나 종이 타월을 없애거나 날이 더운데도 에어컨을 켜지 않거나 아르바이트생 수를 지나치게 줄이는 것을 말하지. 손님은 만족감을 원해서 점포를 찾았는데 서비스가 나쁘다고 느끼면 두 번 다시 오지 않겠지?” 히카리는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고객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분명히 드러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이노키는 비용을 절감하면 이익이 증가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절감하면 안 되는 비용도 분명히 있건만. “없어도 되는 낭비 요소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어 있는 법이야. 자신을 명탐정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점포를 구석구석 살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