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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91g | 148*210*20mm
ISBN13 9791159253553
ISBN10 115925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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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1791년 런던 근교의 시골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학교 교육조차 받을 수 없었던 어린 패러데이는 13살 무렵 작은 제본 공장의 견습공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패러데이는 종이 위에 나열된 지식을 보면서 묘한 흥분을 느꼈어요. 또래 친구들은 학교를 다니는데 자신은 공장에서 일하는 처지였던 만큼 거기서 오는 열등감도 한몫했을 겁니다. 패러데이는 자신이 제본하는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했는데요. 이러한 패러데이의 태도는 결국 단순한 기능공들과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공장주인 역시 탐구적인 자세로 일하는 패러데이를 격려했지요.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제본하면서 패러데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 생각하면 그 책을 받아든 고객이 얼마나 감동했을까도 짐작 가능합니다. 운명의 여신은 아주 사소한 일로 패러데이에게 변화의 물꼬를 터주었는데요. 이를 ‘강연 티켓 한 장의 운명’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고객 중 한 사람이 패러데이가 정성껏 책을 제본해준 데 감동하여 당시 유명했던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 1778~1829 경의 강연회 방청권을 준 겁니다.
험프리 데이비는 전기분해를 처음 이용한 사람으로 1820년 영국왕립협회 회장을 지냈고, 일생에 걸쳐 나트륨, 마그네슘, 바륨을 포함한 여러 원소를 발견한 유명한 학자입니다. 당시 영국의 상류층은 이런 학자들이 개최하는 대중강연에 열광했는데요, 데이비 경의 강연은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했습니다. 패러데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강연에 참석하여 데이비 경의 말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강연 노트를 모아 자신의 최고 기술을 발휘하여 제본한 다음 그것을 데이비에게 보냈어요. “당신의 실험실에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달라”는 간청을 담은 편지와 함께 말입니다. --- [끝없는 기록으로 넘쳐나는 관찰과 실험의 노트_마이클 패러데이] 중에서

발자크는 속물이었습니다. 로댕은 아마 자신의 조각에서 속물에서 명품으로 탄생하는 발자크를 얇은 가운으로 감싸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젊은 발자크는 진정한 파리의 속물이었는데요. 그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서른두 살이나 나이 많은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고, 발자크는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기숙학교에 보내져 건강을 완전히 잃고 돌아오기까지 6년 동안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야 했습니다. 그는 20세가 되었을 때 작가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고, 20대 중반에 출판 사업을 시작합니다. 허영과 사치와 명성을 추구했던 발자크는 사업도 그런 식으로 하여 거품이 잔뜩 끼게 됩니다. 결국 엄청난 빚을 지고 말아요. 평생을 벌어도 갚지 못할 엄청난 빚이었습니다.
발자크는 빚더미에 깔려 인생의 밑바닥으로 내려갑니다.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채워줄 사치와 허영과 여성의 사랑을 담아낼 황금을 얻고자 했으나 그는 도리어 황금의 빚에 짓눌려 숨조차 쉴 수 없는 파산자가 된 것입니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는 인생의 저 바닥에서 발자크는 소설로 빚을 갚아보겠다며 엉뚱한 대 역전극을 펼치기로 마음먹습니다. 물론 거의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는데요. 그러나 발자크는 이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꿉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그는 우선 자신의 생체 리듬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빚쟁이들이 찾아오는 저녁 무렵에 자고 빚쟁이들이 잠드는 자정에 일어난 거예요. 그러고는 다음날 낮까지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쓰고 또 썼습니다. 이렇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은 한밤중의 고요 속에 흔들리는 촛불과 종이를 스치는 사각거리는 펜 소리와 더불어 발자크의 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웠습니다. 돈을 위해 글을 쓰던 느끼하고 저속한 20대의 문체가 마치 세례를 받은 것처럼 변모하고 승화됩니다. 출판사에서 도착한 인쇄본을 들고 아침이 되면 그는 고치고 또 고치면서 자신의 글에 묻은 속물의 때를 벗겨냈습니다. 모든 문장이 살아 넘치도록 생명을 불어넣고 스토리를 입체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마침내 발자크의 소설들은 대중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고, 그는 정말로 자신이 세웠던 목표를 달성합니다. --- [꿈꾸는 자의 노트_오노레 드 발자크] 중에서

위기 상황의 최고는 전쟁일 것입니다. 적의 침략을 예측하는 것도 어렵지만 적에 대한 공포심은 모든 판단을 마비시킵니다. 이런 전쟁을 무수히 치룬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은 우리에게 멋진 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산 섬 맑은 달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장군의 깊은 시름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전쟁의 공포라면 “긴 칼 옆에 차고 덜덜 떨던 차에”라고 했어야 옳을 터인데요. 아마도 장군의 시름은 다른 것이었나 봅니다. 장군의 시름을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난중일기亂中日記』를 읽어야 할 것입니다.
『난중일기』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우선 형식이 똑같습니다. 마치 감사 일기처럼 형식이 단조로워 조금 읽다 보면 지칩니다. 일기는 날짜와 날씨를 정확히 쓰고 있습니다. 장군에게 날씨는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바람의 방향이나 우천에 따라 작전이 달라야 하니까요. 필요하면 진영을 옮겨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난중일기』에는 날씨에 대한 과학적 기록이 빠짐없이 담겨 있나 봅니다.
다음은 하루도 빼지 않은 기록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기기도 아니고 물에 젖으면 확 풀어져 없어질 창호지에 쓰는 일기가 그렇게 잘 보존된 것을 보면 이순신 장군만의 특별한 문서 보관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보면 대개 어디에서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꼼꼼하게 기록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잘 살펴보면 날씨와 같이 사람들의 내왕도 사람만 기록하는 식이지요. 어쩌면 이순신 장군은 기억력이 뛰어나 ‘어느 날 누가 왔다’는 사소한 단서만 보고서도 그날을 돌이키며 그날 누군가와 나눈 대화와 표정까지 다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에 장군은 오가는 사람들을 기록함으로써 물길이 드나드는 것처럼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 [거북선보다 『난중일기』_이순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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