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소생 가능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문학이 익숙한 성채에서 뛰쳐나와 다른 분야와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역사, 과학, 경제, 정치에서부터 세세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문학적 소재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 새로운 소재를 문학적 사유와 상상력의 보편성에 결합시키는 일, 나는 그것이 21세기 한국문학에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문학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창피스러울 만큼 가벼웠다. 무거움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시대와 함께 주어진 사명이었다. 그리고 한국문학은 그 사명을 회피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짊어지고 왔다. 문제는 그 무거움에 대한 반작용으로 쏟아져 나온 경박함이다. 세계 없는 개인, 대상에 대한 성찰이 없는 절대화된 욕망, 거시적 전망이 없는 소소한 일상, 세상에 등을 돌린 못난 자의 내면만으로는 견고한 언어의 집을 지을 수 없다. 한국문학은 미적 현대성이라는 영원한 질문과 싸워야 할 때다. --- pp.45-46, 1부 문학적 인식 ‘미적 현대성과 한국문학에 대한 비평적 단상’ 중에서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말 그 자체의 새로움, 그리고 인간 존재의 감춰진 비밀을 발견하는 것, 마지막으로 우리의 세계, 즉 사회적 진실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니 말, 인간, 세계의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야말로 문학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 p3225, 3부 겹겹의 언어 ‘젊은 작가들의 성숙과 퇴행-김애란과 김나정’ 중에서
우리가 언어를 통해서 가닿는 것은 이처럼 존재와 세계의 풍요로운 발견이다. 문학은 언어로 표현된 가장 정교한 인간학이며, 세계를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보고서다.
--- p.279, 3부 겹겹의 언어 ‘타자, 외면과 수용 사이에서-이동하와 구경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