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십 수 년 동안 탈레반을 섬멸하지 못했다. 미군 병사 한 명이 아프가니스탄에 1년간 주둔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만 달러에 달한다. 10만 명 이상이 주둔하는 데 600억~700억 달러가 지출된다. 테러 사건이 빈발하는 이라크에서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겠는가. 결국 미군이 철수하자 중동의 요지는 권력의 공백 상태가 되었고, 그 틈을 타서 수니파 극단주의 집단인 IS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웠다. 여기에 기존의 알카에다와 수많은 극단주의 무장 단체까지 가세해 중동 일대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권 전체에는 역사와 전통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범아랍주의 움직임이 점차 퇴조한 자리에는 독재자들만 남았고, 독재자들이 제거된 후에는 종교만이 남아 중동은 지금 천 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 pp. 12~13
IS 점령 지역은 주로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이다. 시리아 영토의 4분의 1, 이라크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2015년 기준으로 IS는 800만여 인구를 통제했으며, 이것이 곧 그 국토와 경제의 잠재력이다. 전쟁을 하려면 돈과 군량, 병참과 재정이 필요하다. 특히나 방대한 병력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IS의 재정 상태는 어떨까? IS가 조직된 2014년 총수입은 약 14억 달러였으며, 그중 6억 달러는 세금 징수와 약탈을 통해 조달했다. 5억 달러는 이라크의 수많은 은행을 점령해서 얻은 것이고, 1억 달러는 석유로 벌어들인 것이다. 그 밖에 인질을 납치하고 금품을 요구해서 받은 돈이 2천만 달러에 달한다. 골동품을 팔거나 해외 원조로 받은 것도 있다.
언론 매체에는 IS의 인질 참수에 관한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는 분명한 경제적 목적이 있다. 인질 납치는 석방금을 노린 것으로, 그들의 중요한 재정수입원이다. 잔인한 장면을 온라인에 노출하는 것은 적나라한 경제적 공갈 협박 행위이다. 관련 국가에 돈을 내놓지 않으면 인질을 참수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 pp. 143~144
무슬림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순나(sunnah)’, 즉 ‘선지자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통을 수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가 황제가 되든, 누가 할리파나 술탄이 되든 무슬림의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정통파로 인정한다. 이것이 수니파의 태도다. 현대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전 세계 수니파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 사람들은 대부분 시아파인데 그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이란 사람들은 아랍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다. 페르시아인은 자신들이 키루스 대제의 후예이며, 고귀한 아리안족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한다. 페르시아가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할 때 아랍인은 여전히 사막에서 낙타를 몰고 다니지 않았는가! 따라서 페르시아인은 페르시아문명에 대해 강한 우월감을 갖고 있다.
훗날 페르시아가 아랍인의 손에 멸망하자 사람들은 비통함에 잠겼다. 이러한 비통함은 시아파가 알리와 후세인을 위해 복수를 다짐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페르시아인은 감정적으로 시아파에게 깊이 공감한 것이다.
--- pp. 169~170
2009년 오바마가 취임할 때 9조 달러였던 미국 국채는 2015년 18조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3퍼센트로 계산했을 때 경제위기 이후 몇 년간 미국의 GDP는 약 20퍼센트 성장했으나 국채는 100퍼센트 상승했다. 세수 성장이 국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장차 달러 시스템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세수 중 국채 이자 상환(원금 제외)에 들어가는 비중이 12퍼센트이다. 2020년에 이 비중은 20퍼센트로 상승할 것이며, 2030년 무렵에는 36퍼센트, 2040년에는 58퍼센트로 상승할 것이다. 이자 상환에 들어가는 재정 세수가 58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몇 가지 역사적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첫 번째는 프랑스대혁명이다. 혁명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788년 프랑스 정부는 세수의 62퍼센트를 이자 상환에 사용했다. 국왕이 부채를 갚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가를 포함한 채권자들이 모든 계층과 연합하여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보냈다. 프랑스대혁명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프랑스 정부의 재정 파산이었다.
--- pp. 234~235
십자군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방 정벌에 나선 것은 종교적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가 컸다. 중동 지역을 점령해 약탈로 전리품을 얻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십자군이 유대인을 약탈하여 많
은 재산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독일인들도 라인 지역을 지날 때 각 도시의 유대인을 학살하고 약탈했다. “유대인을 죽여 당신의 영혼을 구제하자!”는 것이 당시의 구호였다. 유대인 배격과 반유대인 정서가 폭력 행위로 확산된 것이다.
1099년 제1차 십자군 원정에서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성전산에서 10만 명을 학살했다. 종교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경제적 빈곤이 더해지자 십자군은 갈수록 악랄해졌다. 몇 차례의 십자군 원정을 통해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되었다. 스페인은 1492년부터 대규모 유대인 배척 운동을 전개해 이단 재판소를 세우고 유대인 40만 명을 붙잡아 그중 3만 명을 살해했다. 역사적으로 무슬림은 기독교도보다 유대인에게 훨씬 너그러운 편이었다.
--- pp. 317~318
오스만제국이 붕괴된 가장 큰 외부 요인은 국제무역로의 영구적인 전환이었다. 청나라의 쇠락을 앞당긴 근본적인 외부 요인은 아편 무역의 성행으로 중국 화폐 시스템이 혼란에 빠진 것이었다. 국제무역로 이전과 아편 무역의 성행이라는 두 외부 요인이 오스만제국과 청나라의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각종 요인이 상호작용을 하여 위기가 더욱 커지고 복잡해졌다. 경제 위기는 정치 위기로 변질되었으며, 터키에서는 심지어 민족 위기와 종교 충돌 등으로 비화되었다. 이 모든 것이 외부요인으로 인해 파생된 것이었다. 오스만제국과 청나라는 경제의 악순환에 처한 반면 유럽은 무역 이익으로 공업 생산에 투자하고, 공업 생산이 무역 이익을 늘려주는 선순환 궤도에 진입하여 점점 강력한 사회를 형성했다. 청나라와 오스만제국의 외부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으며, 내부 개혁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악순환은 점점 심각해진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제국을 구하지 못하고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경제, 사회, 통치 제도와 통치 기반의 악화가 초래한 불가역적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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