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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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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40g | 153*224*30mm
ISBN13 9788960866539
ISBN10 896086653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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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함께 성장한‘디지털 원주민’은 한 시간에 평균 27번 이런저런 디지털 기기로 옮겨 다닌다. 반면, 성인이 되어 모바일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한‘디지털 이주민’은 한 시간에 17번 옮겨 다닌다.……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주의를 계속해서 옮겨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능률이 떨어진다. 이런 지속적 주의력 분산 상태는 어느 한 가지 일에 충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인터넷 시대에 우리는 언제든 무엇이나 보고 들을 수 있는 완벽한 자유를 얻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할지,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 판단할 줄은 모른다. 길을 잃은 듯 무력해진다. 기분 전환을 하려면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 탈이다. _27쪽

우리는 인터넷이 지배한 지난 몇 십 년 동안 게으르게 텍스트들을 검색해 왔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블로그, 페이스북, 뉴스 기사 등의 온라인 텍스트를 F 패턴으로 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글의 첫 줄 혹은 첫 몇 줄을 옆으로 쭉 읽는다(F의 맨 위쪽 가로획). 그런 다음 밑으로 내려가면서 나머지 줄들은 앞부분만 훑어보는 식으로 읽는다(F의 더 짧은 가로획). 그러다가 부제(? )나 중요 항목이 나오면 또 가로 읽기를 하는데, F 패턴에 맞추기 위해 그런 부제들은 주 제목보다 짧은 경향이 있다. 결국 글의 중간쯤 이르면 독자의 시선은 페이지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직선으로 내려가기 시작해서 F의 수직선 부분을 쭉 따라가, 글의 대부분을 실제로 읽지 않은 채 텍스트를‘끝내 버린다.’시간에 쫓기는 독자는 훨씬 더 빨리 글의 끝을 향해 시선을 뚝 떨어뜨린다. _31쪽

『오디세이아』내에서도 오디세우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데, 그 평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그의 주된 특징인 영리함이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우스의 대적 불가능한 영리함을 빈번히 강조하면서도, 그 영리함이 가끔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을 은근히 암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텍스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 것을 강요한다. 이런 식으로 그의 가장 흥미로운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와 여
타 인물들에 대해서도 논쟁의 불씨를 묻어 둔다.『오디세이아』의 도덕적 측면은 복잡 미묘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인물들을 흑백 논리로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영리함과 마찬가지로 선함이나 악함 역시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복잡한 문제이다. _175쪽

유명 작가들 중에도 독서를 할 때 메모에 열중한 이들이 있었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콜리지만큼 인상적으로 여백에 메모를 남긴 사람은 문학사에서 없을 것이다. 그의 메모 모음집이 출간될 정도였고 그 분량도 수천 쪽에 달한다.…… 콜리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매혹적인 에세이 작가 찰스 램은“그대의 책을 빌려주십시오, 단 콜리지 같은 사람에게 빌려줘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엄청난 이자를 붙여서 책을 돌려주지요. 주석을 달아 책의 가치를 세 배로 불려 줄 겁니다”라고 말했다. _199~200쪽

『위대한 개츠비』의 전면적인 수정은 유명하고, 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사례이다.…… 우선, 피츠제럴드의 초기 버전을 보자.

“저기요, 닉.”그녀가 갑자기 말하기 시작했다.“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었어요?”
“아니, 데이지.”
“아이가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톰은 코빼기도 안 보이더군요. 나는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완전히 버림받은 기분이었어요. 마치 들판에서 군인들한테 강간당한 뒤 버려져서 죽어 가는 것처럼요.”

피츠제럴드는 데이지의 말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톰은 코빼기도 안 보이더군요. 나는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완전히 버림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죠.‘우리 딸이 바보가 됐으면 좋겠어. 예쁜 바보로 사는 게 편한 세상이니까.’”

수정으로 소설이 더 나아졌다. 폭력적이고 목적 없는 비유(군인들에게 강간당하는 여자) 대신에 데이지는 딸이 자신처럼“예쁜 바보”로 자라기를 바란다며 가혹한 아이러니를 담은 희망을 중얼거리며, 버림받은 기분을 더 연약하고 더 애처롭게 전한다. 수정된 내용이 데이지의‘본모습’을 보여 준다. 첫 버전은 거칠고 투박하며 광적이어서, 환상에 젖어 사는 연약한 데이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_215~216쪽

수정은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작품을 읽을 때 우리는 작가가 택할 수도 있었을 다른 길들, 혹은 작가가 택했으면 하는 길을 상상한다. 가끔은 실망해서 작품 전체를 거부해 버리기도 한다.
독자가 작품에 동감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독자가 작품의 결말에 항의한 유명한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문학가이자 사전 편찬가인 새뮤얼 존슨은『리어 왕』에서 코딜리어가 극도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 결말에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그 작품의 결말은 몇 년간 읽지 않았다. 존슨 시대의 연극계도 마찬가지로 원작의 결말을 외면했다. 코딜리어가 살아남아 에드거와 결혼하는 네이험 테이트의 개작이 100년 넘게 무대에 올려졌다. _222쪽

의견 차이를 좁히기 힘든 작가들 간의 다툼도 있다. 에머슨은 일기에 제인 오스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왜 사람들이 오스틴 양의 소설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어조는 저속하고, 창작력은 메말랐고, 영국 사회의 불쾌한 관습에 갇혀 있으며, 비상한 재주도, 재치도, 세상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그토록 옹색하고 편협한 삶은 없었다.”…… 그가 보기에 오스틴은 자유 대신에 진정한 상상력과 정반대되는 가치들인 안락과 안정을 신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오스틴이 세계에 혼자 맞설 각오가 되어 있는 미국의 당찬 개인주의자와 정반대의 인물이라고 느꼈고, 그 느낌은 옳았다. 하지만 그녀가 품위 있고 부유한 삶이라는 확고한 경계에 집착한다고 해서 그녀의 비전이 좁고 둔감한 것만은 아니다. 오스틴은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에머슨 못지않게 기민하며, 에머슨만큼이나 영혼의 가능성에 민감하다.…… 오스틴과 에머슨 간의 전쟁은 작가들 사이의 이견이 때로는 해소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독자들은 그들을 화해시킬 수 없을뿐더러 그래서도 안 된다. 각 작품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의 힘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책들의 전쟁은 책들이 쓰이고 읽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런 전쟁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_230~232쪽

진정한 독자라면 버지니아 울프의「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마지막 부분을 마치 독립 선언문처럼 암기해야 할 것이다. 이보다 더 고귀하고 지당한 독서 예찬은 이제껏 없었다.

그 자체로 좋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독서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나는 가끔 이런 꿈을 꾸었다. 최후의 심판일이 되어 위대한 정복자들과 법률가들, 정치가들이 보상(왕관, 월계관, 썩지 않는 대리석에 지워지지 않게 새겨지는 이름)을 받으려고 갈 때, 옆구리에 책을 끼고 가는 우리를 본 신이 베드로를 돌아보며 부러운 듯한 표정으로,“보아라, 이들에게는 상이 필요 없겠다. 그들에게는 줄 것이 없어. 그들은 독서를 좋아했으니”라고 말하는 꿈을 말이다.

울프는 가장 중요한 교훈을 전하고 있다. 독서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다.…… 신이 우리의 선하고 악한 행위를 장부에 기록해 둔다는 개념에 착안하여, 울프는 우리가 독서를 통해 그 장부를 스스로 기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밝게 빛나는 책의 페이지 위에 머물며 우리 자신을 좀 더 진실하고 색다르게 깨닫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보상을 받게 된다.…… 느리게 읽기는 세속적인 것을 묻거나 약속하지 않지만, 열성적인 독자들은 그 어떤 대의의 투사나 위대한 정복자, 정치가보다 훨씬 더 깊숙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손에 책을 단단히 쥐고 있는 독자들의 눈에 그들은 인류의 골칫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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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에 없던 새로운 책이다. 미킥스의 열네 가지 규칙은 정말 훌륭해서 나도 가르칠 때 그 규칙을 적용한다.-해럴드 블룸(문학평론가, 예일대 교수)

책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손에 들 필요가 없다. 기본값을 바꿔보자. 책은 일용할 양식이요, 독서는 존재의 근거다. 우리는 읽은 만큼 살아가며 우리가 읽은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때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과 겹친다. 책을 읽는 방법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따라서‘느리게 읽기’는 독서의 방법이자 가치관의 표명이며 인생관의 실천이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더 잘 읽는 수밖에 없다.‘느리게 읽기’의 모든 비결을 소개하며 저자는 더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잘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잘 읽고, 더 잘 살아가려는 독자에게 이 책은 ‘지혜의 서’이자 생존 매뉴얼이다.-이현우(로쟈)(서평가)

최근‘독서법’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다. 우리는 이제‘책 읽는 법’까지 따로 배워야 할 정도로 책으로 들어가는 마음의 입구를 잊어버린 것일까. 하지만 이 책을 말 그대로 천천히 읽으며 나는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나 같은 사람조차도 어쩌면‘책을 읽는 최초의 감동’을 걸음마 배우듯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너무 많이 접하면‘세상에 감동하는 법’을 망각하게 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더 이상 놀랄 일이 없다’는 회의감에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천천히, 답답할 정도로 느릿느릿 읽다 보면‘세상에 놀라워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 독서란 생에 대한 놀라움, 생에 대한 경이감을 눈부시게 되찾아 주는, 언제 도전해도 늘 새로운 영혼의 탐험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소중한 책이다.“모든 페이지에는 빛이 깃들어 있다. 그 주변으로 울타리를 지어 그 빛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라는 책 속의 문장이 보석처럼 내 가슴에 박혀 있다.-정여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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