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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공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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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공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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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10g | 128*188*20mm
ISBN13 9791190390262
ISBN10 119039026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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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는 알을 낳는다. 산란기의 인어들은 인간계 해변으로 가 인간 남자를 사냥해오는 것으로 성년식을 치른다. 홀로 사냥을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인간 사냥을 여러 번 해본 어른 인어가 꼭 짝이 되어 함께 사냥한다. 대개는 달도 구름 뒤에 숨은 어두운 날 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배를 뒤집어 물에 빠진 인간을 사냥하는 식이고, 가끔은 해안 근처를 홀로 거니는 인간의 다리를 있는 힘껏 잡아당겨 물속에 빠뜨려 사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성년식은 사냥해온 인간에게 인어의 키스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인어와 공주」중에서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동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림 속의 선녀를 상상했습니다. 그 선녀는 호리호리한 몸에 움직임이 없는 조용한 모습이었죠. 그런데, 선화공주에게 그런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극치’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죠. ‘내가 말을 탄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을까?’ 그날 이후 서동은 월정교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선화공주가 사는 궁궐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습니다. ‘선화공주님이 또 말을 타고 이 다리를 건너지 않을까? 그 모습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었으면….’
---「선화공주전」중에서

연이는 바랑을 매고 혼자 산으로 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이는 어리광 하나 없이 아버지를 대하고 나에게 깍듯했다. 자주 집을 비우는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라 그런지 조용하고 부끄럼도 많이 탔다. 산골 집을 떠날 때 내 나이와 같은 연이를 보면 낯선 부잣집에서 누구 하나 마음 줄 곳 없이 외롭고 막막하던 날이 떠올랐다. 엄마 없이 자란 연이를 보면 부잣집에 팔려 간 열 살의 내가 보였다. 머리를 빗겨주고 밥 위에 반찬을 얹어주면 연이는 싫지 않은 듯 배시시 소리 없이 웃었다. 나를 밀어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덥석 안기지도 않았다. 나는 선뜻 곁을 주지 못하는 연이가 안쓰러웠다.
---「나의 딸 연이」중에서

마지막 장인 여기에 에필로그로 이프북스 유숙열 대표의 절판된 시집 〈외로워서〉에 실린 ‘바리공주를 위하여’를 내어놓는다. 2005년에 쓰인 이 시는 가부장제 안에서 공주로 태어났으나 가족에게 버림받고 죽은 아비를 살리기 위해 소환된 여성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귀한 생명으로 태어났으나, 믿고 의지해야 할 존재로부터 버림받고 죽음의 어느 문턱에서 서성이고 있을 모든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야기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이렇게나 완전히 새롭게 다시 쓸 수 있다고.

바리공주를 위하여
- 엄마의 음식

이름조차 버려진 아이
바리공주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막내, 일곱 번째 딸이었지.

그 이별을 되돌리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소생한 너, 바리!
그 이별이 서러워
일곱 아들을 낳아
데리고 왔구나!

그건 그냥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

그러나 그건
이별이 아니라
버림이다.

아버지를 살린
딸의 얘기가 아니라
딸들을 버린 아버지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에필로그 시 ‘바리공주를 위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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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옛이야기이지만 인간이 인어가 되어 보는 이야기, 추문의 피해자가 그 올가미를 벗어나 충만한 삶을 사는 이야기, 상실의 고통을 다른 사랑으로 채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계를 쌍방에서 넘나들 때, 담론의 프레임을 벗어날 때, 아픔으로 외려 손을 내밀 때 우리가 자아내는 이야기는 강해지고 아름다워진다고 믿는다.
- 조이스박 (『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옛이야기』의 〈꼬리가 아홉인 이야기〉 저자/영어교육 및 영문학 관련 저술 및 강연가)
인어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인간을 발견하고 그 세계를 탐구하고자 호기심과 열망으로 다리를 갖게 하는 알약을 삼키고 고통을 감내하는 인어. 공주에게 금지된 일들에 끝없이 도전하고 한계를 넘는 제인. 이 두 소녀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가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독자들은 ‘과연 두 주인공에게 행복한 결말이 올까’ 하며 조마조마하지만 결국은 안도하며 마지막 장을 넘길 것이다.
- 지현 (『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옛이야기』의 〈신콩쥐팥쥐〉 『소년문화탐방기』 저자 / 페미니즘교육연구소 연지원 대표, 페미니스트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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