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순간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평화롭고 완벽하게 차분한 상태로 의연하고 담대하길, ‘제자리에, 준비, 땅’ 하는 순간 마지막 들숨을 깊게 들이쉬고, 그러고는 날숨은 의식할 수 없는, 그런 자연스러운 순간이길 바란다. 태어나 내 몸이 처음으로 느꼈던 것이 첫 들숨이었다. 이제 내 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느끼게 될 것은 죽음의 순간 내쉬게 될 날숨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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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음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거나 우리가 바라는 죽음이 무엇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죽음’을 겪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언제, 왜 죽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정도는 생각해두어야 대략 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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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건강하며, 조만간 죽을 계획이 없어도, 자신의 삶에 편지를 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나중에는 장문의 편지를 공식적으로 써야 할 테지만, 우선은 이곳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기록해두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삶에게”, “지금까지의 삶에게”, “지구와 사람들에게” 혹은 당신의 이름도 나와 같다면 “로라에게”로 첫 발을 떼면 된다. 편지를 완벽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은 연습일 뿐이다! 당신의 삶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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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았는가? 예컨대, 처음으로 죽음을 연습했을 때는 너무도 당황스러워 목이 메고 심장이 쿵쿵 뛰어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괜찮아. 전에도 해봤던 일이야. 내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본 적 있잖아. 마지막 말도. 그러니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내 경우 에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진짜 마지막 순간이 닥쳤을 때 완벽하게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거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연습이 나를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 p.83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느끼는 신체적인 고통과 심리적·정서적 고통에 진정으로 공감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우리에게는 비현실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고통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다. 찌르는 혹은 타는 듯한 고통, 질병, 두려움, 메스꺼움 등 무엇도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만 노력할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보살펴주는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함부로 추측하는 것은 큰 실수이다. 상대에게 물어보고 경청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완벽히 곁에서 함께해주기 위해서는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
--- p.117
“죽음을 삶의 조언자로 삼아라.” 죽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맞닥뜨린 말이었고, 내가 좋아하게 된 말이다. 죽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음이 찾아왔다. 바로, 죽음은 우리를 잡으러 오는 것도, 불가사의한 힘도, 커다란 망토를 뒤집어 쓴 저승사자도 아니라는 것. 죽음은 우리 안에 내제된 무언 가이다. 삶의 일부이자 그리고 나뭇잎에, 시들어가는 꽃잎에, 우리의 시선이 닿는 모든 것에 새겨진 자국의 일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이 실로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 채로 이 삶을 잘 살아나가는 것뿐이다.
--- p.199
타인의 죽음을 함께하는 과정에 그다지 아름다운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다 해도, 당신이 그 순간 곁에 있어주는 것은 분명 더없이 아름다운 일이다. 다른 세상을 향해 문턱을 넘어서는 환자를 위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 p.207
어쩌면 마음을 열어 고통을 느끼고, 상처를 받아들이고, 우리 몸이 그 상실을 인지하도록 두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상실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큰 상실, 가장 거대한 상실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가장 거대한 상실이란 곧 우리 자신의 죽음일 것이다.
---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