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처음이 아니라 언제나, 추론해 볼 때 내게 가장 좋은 것으로 보이는 원칙 이외에는 내게 속해 있는 다른 어떤 것에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네. 그러니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말한 원칙들을 지금 내던져 버릴 수는 없네. 그것들은 내게 이전과 거의 같아 보이며, 나는 바로 그 동일한 원칙들을 이전처럼 우선시하고 존중하네. 만일 지금 우리가 이것들보다 더 좋은 것들을 제시할 수 없다면, 나는 자네에게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아 두게. 다수의 힘이,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듯 우리를 지금보다 더 많은 도깨비들로, 즉 투옥과 사형과 재산 몰수로 겁을 줄지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네.
--- p.46b~c
다수의 사람이 우리에게 동의하든 안 하든, 우리가 지금 겪는 것보다 한결 더 혹독한 일을 겪어야 하든 더 가벼운 일을 겪어야 하든,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하는 것은 그 짓을 하는 사람에게 모든 경우에 나쁘고 부끄러운 것인가? 우리는 이렇게 주장하는 건가, 아닌가? …… 그러니 정의롭지 못한 짓을 당하더라도, 다수의 사람이 생각하듯이, 보복으로 정의롭지 못한 짓을 해서도 안 되네. 정의롭지 못한 짓은 결코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네.
--- p.49b
소크라테스: …… 알아 두게나.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 관한 한, 자네가 그것들에 반대하는 주장을 편다면, 자네의 주장은 헛된 게 될 것이네. 하지만 자네가 뭔가 더 해 볼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해 보게.
크리톤: 소크라테스, 나는 할 말이 없다네.
소크라테스: 그러면 이쯤 해 두게, 크리톤. 그리고 신께서 이렇게 인도하시니, 그대로 하세나.
--- p.54d~e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한 것은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모든 악법, 즉 모든 정의롭지 못한 법이나 법적 명령에 무조건 불복종하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불복종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분명히 구분해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 작품 안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