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정보가 융합하는 현실-디지털 융합의 초기단계는 이미 시작되었다. 쉬운 예로 스크린골프가 있다. 골프라는 아날로그 스포츠가 센서 기술 및 그래픽,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완전히 물리적도 아니고 완전히 디지털도 아닌, 상호 준-물리·디지털의 새로운 놀이형 스포츠가 생겨났다. 이러한 식으로 실제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상호 커뮤니케이션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아날로그 세계를 유지하되 디지털 세계에 정보형태로 흡수되는 융합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양상은 인간의 의사 개입 없이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및 융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였다. 현재 진행되는 정보통신 기기와 가전의 스마트화는 거의 모든 물건 혹은 물질을 대상으로 한다. 자동차, 냉장고, 심지어 창문이나 가구와 같이 예전에는 아둔하던 장치가 똑똑해져 인간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자동으로 인간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36~37
5G는 4차 산업혁명 추동을 위한 핵심 전략이자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5G는 그 자체로도 새로운 시장과 먹거리를 창출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모바일 기반의 초연결은 물론 타 산업의 혁신 및 경제 패러다임 변화도 불러일으킨다. 즉, 타 산업과 이용자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5G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5G를 사람 간의 이동통신을 넘어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촉발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기제, 즉,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5G는 초연결성을 보장하여 사람 간, 사람과 단말·장비 간, 단말과 단말 간 연결과 이를 통해 생성한 데이터축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한다. 즉, 5G는 데이터의 전송, 축적, 처리의 장애를 제거하여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최적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한다. --- p.69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확장은 비즈니스 경계선을 허물어버린다. 이 기업들은 그동안 통신 네트워크를 거의 공짜로 쓰면서 돈만 벌어간다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구글은 이미 300억 달러 이상을 대륙을 오가는 대규모 망 투자에 쏟아부었다. 페이스북도 스웨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였다. 구글과 함께 아시아에 해저 케이블을 놓더니, 이제는 아프리카대륙을 넘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태평양 횡단 광케이블을 장기 임대하였고, 아예 새로운 광케이블 구축에 나섰다.
중국의 화웨이도 망 구축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중국과 벌이는 5G 패권 다툼으로 번졌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의 트리거(trigger)는 화웨이 장비의 보안 문제였다. 하지만 미국의 속내는 5G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화웨이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미래의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에 미국과 중국 둘 다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망 사업은 전통적으로 이동통신사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자 플랫폼 사업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네트워크 통제권을 장악하려고 한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자국 사업자들의 지원자이자 보호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 p.81
아마존이 선도하는 유통 혁신은 유통 업계의 ‘라스트마일(Last Mile)’ 전쟁을 촉발하였다.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길을 뜻하는 라스트마일은 유통 업계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마지막 접점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이 접점에서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느냐 못 하느냐가 기업의 생사를 가른다고 여긴다. 드론까지 동원해서 라스트 마일을 지배하려는 움직임은 유통과 물류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아마존은 자체 항공기와 트럭을 확보하여 독립적인 배송망을 구축하였다. 배송의 효율성을 내세우며 비용 절감까지 꾀하는 것이 아마존의 목표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라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 개발 프로젝트에는 머신러닝
과 인공지능, 로봇 기술, 항공 관련 첨단 관제 시스템 등 초기술을 적용하였다. 이처럼 초기술의 등장은 유통 업체가 판매에서 물류까지 논스톱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유통 업계도 덩치 키우기와 시장 빼앗기 경쟁에만 몰두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본다. 아직은 외국계 유통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의미하게 점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린 아마존식 유통 혁신의 물결이 밀려들면 상황은 과거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 p.116~117
싱가포르는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라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3D 디지털 환경에 무려 7천만 달러가 넘는 가치를 지닌 데이터를 이용하여 실제 싱가포르와 똑같은 가상 도시를 구현하였다. 싱가포르는 이렇게 만든 스마트시티를 국가 전체로 확장할 계획을 공개하였다. 2014년에 미래 10년 비전으로 ‘스마트네이션(Smart Nation)’을 내걸고 모든 정부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초연결로 도시와 국가 운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공유, 에너지와 물 자원 절약, 자율주행차량 운행 등 초연결 시대의 국가로 거듭나려는 이상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 입주를 목표로 세종시와 부산에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세종시만 해도 총사업비가 1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모빌리티, 헬스케어, 에너지 환경 등 스마트시티의 기술적 구현을 앞두고 있으며, 거버넌스와 일자리 창출등 스마트시티의 모범 사례 제시가 중요한 목표라고 한다. 부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예산인 2조 2천억 원대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고령화사회에 맞춰 로봇을 활용하고 첨단 스마트 물(水) 관리 기술을 적용한 한국형 물 특화 도시 모델을 내세웠다.--- p.148~149
과거 정보화 시대에는 인간이 정보를 컨트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기의 보급, 교육으로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개개인이 통신의 주체이자 객체인 한 요소가 되어야 하는 초연결사회에서는 만약 정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갈수록 도태되어 국가는 물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생존이 어렵다고 한다. 예컨대 사물인터넷 환경만 놓고 보면 인간은 사물인터넷의 한 요소로서 요소들 간에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이면서 정보를 받는 객체이기 때문에 요소로의 역할이 이 강조되는데, 이러한 역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정보통신 환경의 당사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데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과 같은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들은 정보소외계층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고령층일수록 일반 국민(100%)보다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70대 이상은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42.4%로 일반 국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 p.191~192
‘디지털 포용’이란 정보통신 기술(ICT)을 디지털 정보사회의 모든 분야를 감싸는 생산성 향상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여 혁신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디지털 경제를 활용한 성장 과정에서 배제되는 사람을 최소화하는 산업 정책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혁신에 의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그러한 성장 수단의 활용에서 특정한 계층이 소외되어 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지거나 디지털 경제의 대표적 특징인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문제 등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5G 초연결 시대로 변환하는 대전환의 과정에서 디지털 포용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사회적 포용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어로 포용(inclusion)이란 배제의 반대말로 사회복지적 개념으로 사용되나,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접근한다. ‘디지털 포용’의 핵심 개념을 한마디로 재정의하면 ‘따뜻한 혁신 성장’의 정책 기조라고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포용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기술 혁신으로 동일한 노동과 자본으로도 더 큰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혁신 성장의 축을 견인하고, 그러한 혁신을 통한 성장의 결실을 모든 국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정보 격차 해소를 사회 통합의 지렛대로 삼아 사회경제적 차별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 p.248~249
우리나라는 데이터 경제와 관련한 대응이 더딘 편이다. 아직 데이터 가치사슬의 형성이 미진하고 선진국과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 격차도 큰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인 ‘데이터·AI 경제활성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2019년 1월). 데이터 경제전략 수립과 더불어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장애 요인으로 평가되는 제도와 법규, 예를 들어 개인정보 관련법 처리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맞춰 데이터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면서 성장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효율적 ICT 거버넌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는 5G 초연결 기술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사회적 이슈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파생되는 고용 불확실성 및 양극화 해소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안전·편의성 증대, 노약자 보호 등 디지털 기술 기반의 사회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하며, 급속한 혁신 성장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자라는 인식의 전환도 유도해야 한다.
또한 5G 초연결 시대의 그늘에 해당하는 정보 격차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한다. 정보 격차는 사회 불평등 구조를 심화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저해함은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새로운 ICT 거버넌스 구조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 과정에서 파생되는 제반 사회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적 대응이 가능한 디지털 포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 p.276~277
5G 초연결 시대의 기술 환경에서 정보기술의 진화에 따른 어두운 그늘을 따뜻한 양지로 만드는 방법은 시민들을 기술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그것이 스마트 시티즌을 초연결 시대의 시민으로 보는 이유이다. 미디어 생산과 소비양식이 급속히 변화하는 초연결 환경에서 시민들이 참여와 표현의 수단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스마트 시티즌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초연결 시대에 정보기술 진화의 어두운 그늘인 정보 격차와 새로운 유형의 이용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정부는 사전 및 사후적 보호조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시민 스스로의 역량을 제고하여 스마트 시티즌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즉, 정부는 정보 격차, 미디어 리터러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이용자 보호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더불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스마트 시티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디지털 사회를 변화시킨다.
--- p.294~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