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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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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 퇴고할 수 없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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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58g | 123*188*12mm
ISBN13 9791160947564
ISBN10 1160947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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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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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행은 그렇게 낙폭이 큰 롤러코스터에서 한바탕 휘둘리다 내려선 것처럼 정신없는 상태로 시작됐다. 덕분에 소소한 일정 변경 따위는 즐겁게 받아들일 만한 내성이 생겼다. 여행 중에도 숱하게 계획이 어긋나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질 테지.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 덕분에 겁 없이 내디딜 수도 있는 것이리라.
--- p.20

나는 또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사진도 그 순간을 소유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고 무
엇이겠는가. 그 순간을 가지려고 나는 그 멋진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대신 뷰파인더만 보고 있었다.
욕심의 무게는 다름 아닌 삶의 무게다. 그동안 내게 지워진 삶의 무게를 힘겨워하며 살았으면서, 짐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워지자고 떠난 여행에서조차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 p.62

최후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문득 지금 저 화산이 폭발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 삶도 ‘지금, 여기’에서 멈추겠지. 새삼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여겨졌고, 성가시던 비도 생명을 축복하는 것 같았고, 몰려다니는 거대한 구름도 살아 있다는 증표로 보였다. 어제도 어제의 ‘지금, 여기’를 즐겼으면 좋았을걸.
--- p.97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 않은 길’을 품은 채 살아간다.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 부서지고 무너진 채로도 무대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타오르미나 극장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 p.132

나는 그 아침, 아무리 짙을지라도 안개는 그 속으로 발길을 내딛는 사람에게 길을 내어준다는 것을 경험했다. 겁내거나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벽처럼 견고하지만 용기 내어 다가가는 사람에게는 바늘귀만 한 틈이라도 내어주는 안개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인생과 닮았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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