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 공항을 나서자 태풍의 섬답게
바람이 휘리릭 앞 머리칼을 넘겼는데
나는 정신을 잃은 여자처럼 신이 나서
고개를 뒤로 꺾고 오키나와의 바람을 흠뻑 맞았다.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사랑에 빠질 거라는 걸.
오키나와 사람들이 자신들을 일컫는 말, 우치난추.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난쿠루나이사.
‘어떻게든 되겠지’의 뜻을 지닌 난쿠루나이사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알면 다르게 들린다.
태평양전쟁에서 마치 일본 본토인들을 대신하듯
수없이 죽어야 했던 오키나와.
일본 본토의 대리 전쟁터였던 이곳은
그래도 살아지더라, 라는 한스러움의 반전이 숨어 있는 곳.
난쿠루나이사, 어떻게든 되겠지가 아니라
‘다 잘될 거라고’의 뜻으로 다가오는 그곳에는
여전히 오키나와만의 데게의 태평함과 난기의 나른함이 아름답게 남아 있다.
하와이보다 가깝고 제주도보다 이국적인,
동남아보다 편하고 괌보다 뭉클한,
어떻게도 설레는 오키나와.
그러나 위의 구절은 어느 오키나와 여행서에나 다 나오는 이야기다. 오키나와 하면 일본이지만 다른 느낌의 곳, 일본 본토의 사람들도 가고 싶어 하는 곳, 바다, 휴양지, 카페 등이 생각날 것이다. 이게 일반적인 오키나와에 대한 생각이다. 하지만 《다 잘될 거라고. 오키나와》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오키나와는 그게 다가 아니다.
오키나와가 일본이지만 일본과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그곳은 원래 류큐왕국이라는 독립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류큐왕국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 본토 대신 전쟁터가 되었고, 그들 대신 죽어갔다. 그러다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류큐왕국으로 독립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 복속되었다. 그래서 오키나와는 찬푸르 문화, 섞어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그들의 건물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듯한 색깔이 뚜렷이 보이고, 도자기 마을 옆에는 미국식 외인 주택이 있으며, 전통 의상과 춤에도 일본 본토와는 다른 모습이 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을 우치난추라고 일컬으며, 독특한 그들만의 고유어를 사용한다.
역사적인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 오키나와는 그냥 동남아의 어떤 휴양지와 다를 바가 없는 곳이다. 마냥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곳이지만 그들이 지나온 세월과 역사를 알게 되면 오키나와를 바라보는 시선도, 느끼는 바도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