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행동을 하거나 정책을 만들고 학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fact)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이론은 허구이며,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정책은 깜깜이 행정이 될 것이다. 당연히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실천은 무모하며 사회를 잘못된 길로 이끌게 될 것이다. 시장의 실패와 정부 실패를 딛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같은 영역은 특히 사실에 기초한 연구와 정책이 필요하다. --- p.8
이 책은 2015년에 사회적경제 통계 방법론 구축을 위한 연구에 나섰던 CIRIEC 인터내셔널 연구팀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사회적경제의 통계를 만들기 위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연구자들이나 정책담당자, 현장 활동가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것이다. --- p.10
사회적경제는 사회에도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는데, 이는 사회적경제가 민주주의를 강화해 시민사회가 경제적인 일이나 사회적인 일, 정치적인 일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는 사회혁신의 원천으로도 여겨지는데, 이는 사회적경제가 충족되지 않는 필요와 열망에 대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낳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방어벽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몇몇 나라의 산업을 다룬 연구를 바탕으로 해서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규모에서 이를 증명하려면 많은 나라에서 경제 전체를 다룬 양적 증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통계 측정과 비교할 수 있는 큰 자료 집합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것일 것이다. --- p.12
하지만 이런 개념들은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적’인 것을 사회적 사명을 추구하고 이익 분배를 제한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잘못된 견해를 전달할 수 있다. 사회적인 것을 확대 해석해 그 안에 조직과 관련 없는 자원봉사활동까지 포함하면 그런 견해가 더욱 헷갈리 수 있다. 제3부분에 대한 비영리부문의 경제적 접근방식에 크게 영향 받은 그런 견해는 사회적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협동조합을 간과한다. 협동조합의 기본 기능은 경제적 목적밖에 없는 소유자나 주주를 위해 이익을 낳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용자에게 혜택을 공평하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주요 특징이 투자 자본에 참여한 정도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생산, 소비에 참여한 정도에 따라 혜택을 분배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것은 전통적 영리기업에서 분배하는 방식과 다른 분배 방식이다. --- p. 14
그래도 아직 사회적경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나라와 지역이 많다. 국제 수준에서 사회적경제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 공공영역에서 사회적경제가 중요함을 널리 알리는 데 필요한 지식도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어떤 현상을 측정하는 것은 이를 통해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인정을 받는 데, 그래서 그것에대한 정부의 지원을 정당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 사회적경제가 기여하는 바를 측정하고 평가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공공 당국과 사회적경제의 핵심 행위자들이었다. --- p.19
이 프로젝트에서는 개방적이면서도 엄밀한 개념을 지향한다. 그래서 첫째, 우리는 사회적경제를 폭넓게 정의한다. 그래야 우리가 연구자들이 사회적경제라는 현상을 이루는 서로 다른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기고한 학문적 경험적 탐구 결과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일반적인 경제지표들이 국가 통계 시스템 안에서 사회적경제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데 유용함을 인정하지만, 사회적경제가 사회와 지역공동체의 복리에 끼치는 영향을 온전히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도 인정한다. 셋째, 우리는 이 두가지 쟁점, 즉 정의와 방법론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어 폭넓고 개방적인 정의는 다양한 방법론을 낳고 표준화된 방법론은 명확한 정의를 낳는다는 데 동의한다. --- p.24
사회적경제란 자본보다 사람이 우선인 활동과 조직을 말한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경제와 공공경제를 차용하지만, 민간에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자율성과 경제적 위험 감수)과 집합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사람들의 결사체)을 결합해 자본주의경제나 공공경제와 뚜렷이 구분되고, 최종 목적이 이익이 아니라 이익의 극대화보다 사회적 사명(상호이익이나 일반이익)을 우선시한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생성과 발전에는 두 가지 조건이 따르는데, 하나는 충족되지 않은 상당한 경제적 필요나 사회적 열망에 대응할 필요성이고 또 하나는 집합적 정체성을 공유하거나 공동운명체인 사회 집단에 속하는 것이다. --- p.25
CIRIEC-스페인과 연계된 학자들은 사회적경제를 연구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일반 이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도권과 거버넌스, 소유, 잉여의 분배 측면에서 사회적경제가 지닌 독특한 특징을 규명하고, 사회적경제의 투과성 높은 경계를 분석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개념화는 CIRIEC 인터내셔널에서 처음으로 서로 다른 국가적 환경에서 사회적경제를 확인하고 이를 비교하고자 한 연구팀의 준거 틀이 되었다. 1990년대에는 CIRIEC-스페인의 연구가 [사회적경제 백서](White Papper on the Social Economy, 1992)로 결실을 맺었고, 1995년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스페인에서 사회적경제 위성계정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2005년에는 스페인에서 몇 십년 동안 이루어진 사회적경제에 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CIRIEC-스페인이 스페인사회적경제연구소를 세웠다. --- p.48
이 틀은 ESA 방법론과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을 적용해 사회적경제가 크게 두 가지 하위 부문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는데, 하나는 시장 또는 기업 부문이고 또 하나는 비시장 부문이다. 전자에는 민주적 거버넌스(1인1표)와 주식자본 소유권과 연계되지 않은 이익분배 체계를 지닌 민간 기업이 포함되고, 후자에는 민간에서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NPISH)가 포함된다. --- p.51
사회적경제 통계를 낼 때 부딪히는 어려움 하나는 이 경제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국제 비교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량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 어려움은 앞의 문제와 모순되어 보이지만 이 유형의 경제가 지닌, 말 그대로의 엄격한 의미에서 경제적이지 않은 측면될과 이 경제가 저마다 뿌리 내린 서로 다른 상황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를 그저 정부의 도구나 평범한 시장 주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게 하려면 이것이 중요하다. --- p.62
위성계정은 일반적인 국민계정의 틀에 맞추어 작성하면서도 특정한 대상의 특수성도 통합하여 만드는 통계표이다. 위성계정은 ‘어떤 분야의 경제를 더 자세하게 이해할 필요성이 큰데 일반적 틀 안에서는 그러한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없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다.’ --- p.66
위성계정을 위한 자료는 특정한 방법론에 따라 어떤 행정 기능의 부산물인 행정 자료에서 수집된다. 첫 번째 할 일은 기업등록부를 토대로 (비영리 부문이나 협동조합 상호조합 부문에서 활동하는)주체들의 통계 등록부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수입과 매출, 급료에 관한 기존 자료에서 위성계정 통계표를 작성하기 위한 자료를 도출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위성계정을 위한 자료는 기존 통계 자료로 구성된다. 세 번째로 할 일은 방법론에 따라 특정한 행정 자료나 ‘캐나다 기부 자원봉사 참여활동 조사’나 작은 조직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설문조사 같은 조사를 통해 이 부문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창출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수집된 모든 자료를 편집하는 것이다. --- p.68
어떤 통계를 낼 때나 가장 먼정 해야 할 것은 측정할 ‘대상’이나 ‘존재’를 정의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통계 모집단을 어떻게 설정할지 규칙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선별’이라고 부르는 과정에 모집단의 구성 요소와 범위를 결정할 수 있고, 통계 연구를 하려는 분야에 속하는 다양한 유형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여느 사회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도 변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별하는 시스템도 사회적경제가 진화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 p.104
자격 기준마다 여러 가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측정 가능성과 연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적경제 통계를 낼 때 가장 명백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표는 어떤 활동 부문과 법률적 지위에 속하는가(또는 속하지 않는가)이다. --- p.112
국민계정에서 주요 분류 방식은 경제적 행위자를 제도 부문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것은 먼저 제도 단위의 주요 경제적 기능(예를 들면 생산, 소비, 금융)에 따라 분류하고, 두 번째로 주요 수입원(예를 들면 판매, 세금, 임금이나 기타 소득)에 따라 분류한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인 1993년 판 국민계정체계와 더 최근에 나온 2008년도 국민계정체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체계에 따라 사회적경제 단위를 국민계정의 제도 부문으로 분류하도록 한다. 이는 1995년과 2010년판 유럽 국민계정체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p.138
그런데 이런 계산에서 가치는 실제로는 가격에 기초한 개념이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이 생산하는 것이 가격으로 평가되는 교환가치를 낳고, 따라서 기업에서 생산한 것의 가치가 교환된 양에 단위 가격을 곱해서 얻어지는 양에 지나지 않는다. 이 양에서 시장 가격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중간 구매를 빼면 기업의 부가가치, 즉 그것이 GNP에 기여한 것이 나온다. 이런 추론을 생산하는 것을 모두 시장에서 판매하는 기업에는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활동이 전부 또 일부가 시장 밖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로 이루어진 기업에는 어떨까? --- p.215
사회적경제 통계는 이 경제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거의 완전히 보여줄 수 없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조직의 집합적 창업 형태나 내부 거버넌스는 다른 무엇보다도 접근성과 이익 분배, 경제적 대항력 측면에서 경제 민주화를 이끌어내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기여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사회적경제조직이 다른 부문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구조적 영향에 대한 이해에서도 여전히 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영향도 평가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지표도 필요하다. --- p.473
지금은 사회적경제가 많은 입법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통계기관에서도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거나 기존 지표를 수정해 사회적경제의 현실을 포착하려고 한다. 이미 지적했듯이 사회적경제를 조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다른 유형의 조사에 비해 더 많은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측면이 공식 통계에 포함되게 하려면 비용을 치러야 한다. 먼저 공공기관에서 내는 통계가 발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처음에는 연구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뒤에야 행위자와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 권한이 분산될 것이다. 또한 국가 통계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설문조사와 조사에서 이 부문과 관련된 자료가 눈에 보이고 접근 가능하게 할 여지도 찾아야 할 것이다.
--- p. 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