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때로는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마저 예의나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권력 거리가 큰 문화권에서는 약자일수록 조직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무례한 언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미국에서조차 많은 사람들이 무례함에 눈을 감거나, 조직이 이런 정보를 입수하고도 행동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무력감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이는 세계화와 파편화된 인간관계, 인터넷을 통한 일처리가 일반화하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과거에 비해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강한 사람들에게 더욱 힘이 집중되면서, 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공개적으로 무시하고도 보복을 당하지 않을 자유를 더 많이 누리게 됐습니다.
--- 「한국 독자들에게」중에서
막말을 일삼던 어느 외과 의사는 정식으로 항의를 받기 전까지 만 해도 레지던트들과 간호사들, 직원들이 자신의 거칠고 직설적 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타인을 끔찍하게 여기면서 나 역시 남을 함부로 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례함은 대개 악의가 아닌 ‘무지의 산물’이다. 나는 직장 분위기가 엉망진창인 까닭이 도처에서 날뛰는 얼간이들 탓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가장 지독한 언행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남을 해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면서, 무슨 이유에선지 그러고 살아간다.
--- 「CHAPTER 1. 왜 세상에는 막말이 넘쳐날까」중에서
21년 전, 아버지의 날 주간이었다. 나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외곽에 위치한 어느 병원을 찾아, 후텁지근한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인하고 쾌활하던 아버지가 맨 가슴에 전선 따위를 치렁치렁 붙인 채 힘없이 병상에 누워 계셨다. 아버지는 심장마비가 언제 닥칠지 몰라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왔노라고 털어놓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아버지는 지독하게 무례한 상사를, 그것도 두 사람이나 모시면서 10년 넘게 버텨왔다.
아버지의 상사는 사람들 면전에 대고 핏대를 세우며 막말을 일삼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직원들을 모욕하고, 부당하게 해고했으며, 성과를 깎아내렸고, 어쩔 수 없이 벌어진 문제까지도 책임을 물었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 인내했다. 결국 아버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고약한 상사가 조직에 미칠 해악을 걱정한 나머지, 아버지는 용기를 그러모아 사장에게 직언했다. 내부고발이 위험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불안했던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이렇게 말했다. “회사에서 그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나는 끝이야.”
몇 주 뒤, 못된 상사는 올해의 지역 담당자로 뽑혔다. 그리고 며칠 뒤, 아버지는 쓰러지셨다.
--- 「CHAPTER 2. 무례함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중에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형편없는 치료는 물론이고 의사의 언행에서 받은 불만 때문에 의료 과실 소송을 제기한다. 수시로 소송을 당하는 의사와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소송을 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환자들과 공감대를 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의사들이 환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의사들에 비해 평균 3분 더 길었다. 두 경우 모두 의사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고, 농담을 섞어가며 이야기해 친근하게 다가갔고, 더 많이 질문했으며, 의견을 달라고 겸손하게 부탁했다.
--- 「CHAPTER3. 정중한 사람은 못 얻을 것이 없다」중에서
뇌과학자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인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가 지적했듯, 나쁜 기억은 몇 년 동안 기억의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할로웰 박사는 이런 현상을 뇌 화상(brain burn)이라고 불렀다. 무례한 언행으로 난처하거나 불쾌한 상황을 경험하면, 심리적 격변이 일어나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오는 등 생리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격렬한 감정의 홍수가 야기된다. 이렇게 분노와 두려움과 슬픔이 무례함의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게 한꺼번에 밀려들면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남기게 된다. 아드레날린이 온몸에 솟구치면서 뇌를 태워 구멍을 내기 때문이다. 지워지지 않는 ‘문신’을 뇌에 새기는 셈이다. 이런 압도적인 감정들은 문신으로 남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가해자 또는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슬쩍 보기만 해도 그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 「CHAPTER4. 무례함의 감염경로와 예방법」중에서
미소를 짓는 행동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증가하며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압이 낮아진다. 또한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적어진다. 1번 웃으면 초콜릿 바 2,000개를 섭취하는 것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다. 웃는 얼굴은 수명과도 관련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1952년 시즌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얼굴이 담긴 야구 카드를 연구한 결과, 웃는 얼굴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선수들의 수명이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활짝 웃는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9세였지만, 별로 웃지 않는 선수들의 평균 수명은 72세였다. 웃는 얼굴 덕분에 7년을 더 살았다는 이야기다.
--- 「CHAPTER6. 정중한 사람은 기본부터 챙긴다」중에서
여성이라면 선의의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불쾌하거나 창피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남녀 공히 많다.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여성을 상처 받기 쉬운 존재로 또는 보호와 특별대우가 필요한 존재로 여기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에서 비롯된 거짓말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솔직한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짧은 시간 내 자신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고, 그 결과 경력 개발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여성들은 하나같이 솔직한 피드백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성과에 대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으면 분노를 느낀다. 이 같은 선의의 거짓말은 여성이 상처 받기 쉬운 존재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도리어 여성에게 깊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
--- 「CHAPTER7. 내 안에 있는 편견 마주보기」중에서
우리 행복의 50%는 뇌의 신경망에, 40%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10%는 우리가 권력이 약하다거나 일자리 또는 가해자에게 의존적인 경우 등 현실에 달려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무례함을 해석하는 방식과 그것에 부여하는 의미,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무례함 때문에 기분이 상할지 말지 통제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당신에게 ‘강인한’ 사람으로 거듭나라는 말은 현실성 없는 조언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가해진 무례함에 대해 신경을 끄기로 결정할 수는 있다.
--- 「CHAPTER10. 무례한 상사와 맞서야 한다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