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이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했을 때, 홈즈를 깊숙하고 어두운 우울증의 늪에 빠져들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장난감,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그의 두뇌를 바삐 움직이게 만드는 또 다른 범죄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 p. 16

“사람들이 설명되지 않은 일들을 다룰 때는 가능하면 열린 마음이라는 것에 의존하지 않아야 하네. 그와 같은 초자연적인 허튼소리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의문을 품고 의심해보는 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바스커빌 가 사건의 경우에 그와 같은 유령 사냥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받아들였다면 무슨 수로 만족스럽게 해결을 할 수 있겠나?”
--- p. 19

“난 그날 맹세를 했었소. 아무 데나 간섭하고 나서는 홈즈 씨에게 빚을 갚겠노라고. 선생이 참견하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바스커빌 저택의 주인이 되어 있었을 것이오. 범죄자처럼 경찰로부터 도망치고, 피하고, 싸구려 숙소에 몸을 숨기는 도망자 신세가 아니라!”
--- p. 65

“이번 사건은 뭔가 음침한 구석이 많아.” 홈즈는 우리가 베이커 가를 떠나기 직전에 말했다.
“섬뜩한 살인사건 배후에 거대한 악이, 어쩌면 우리가 이제껏 마주쳤던 것보다 훨씬 큰 악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 왓슨, 오늘 밤에 자네를 데려가는 게 꺼림칙한 게 사실일세.”
--- p. 121

난 앞에 놓인 음식을 뒤적거리면서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끔찍한 일들을 얼마나 해치워야 이 사악한 일이 끝날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 p. 155

홈즈가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토르의 끝부분에서 내가 따라올 수 있도록 잠시 멈춰 섰다. 딱 맞게 쓴 여행모자가 둘러싼 날카로운 얼굴 밑으로 자리 잡은 장신의 야윈 몸매가 드넓게 펼쳐진 황무지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잠시 조용히 서 있었다. 자신의 탐정 경력상 가장 위대한 도전이라고 판단한 이번 사건에 대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는 것이리라.
--- p. 211

“우리가 드라큘라 백작과 엉킨 순간, 우린 녀석의 표적이 됐기 때문일세. 녀석이 물러나면서 소리친 걸 떠올려보게. ‘꼭 복수를 할 테니까.’ 이 말은 단 한 가지 뜻밖에 없네. 우릴 파멸시키겠다는 걸세, 왓슨.”
--- p. 226

“왓슨,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수없이 많은 ‘만약에’라는 것들이 있지만, 바로 그런 것들을 알아차리는 게 내 직업일세. 어쨌거나 이미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는 법이지.”

1888년 11월, 홈즈에게 꾸러미 하나가 배달된다. 이 꾸러미에는 여는 사람의 심장에 맞게끔 칼날이 튀어나오는 장치가 되어 있다. 홈즈는 자신의 목숨을 노려 그것을 보낸 이가 이전 바스커빌 가에서 만난 적 있는 스태플턴이라 예상하고, 혼자 그를 만나러 가지만 오히려 위험에 빠졌다가 왓슨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그 무렵, 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가고 목에는 작은 상처가 남은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제 홈즈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복수를 꿈꾸는 ‘바스커빌 가의 패배자’ 스태플턴이 아닌, ‘정체 모를 괴물’이 되었다. 홈즈는 말도 안 된다고 계속해서 말했지만, 하나둘 증거가 발견되면서 점차 괴물의 정체가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홈즈는 왓슨과 함께 드라큘라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쿰트레이시로 향한다.

그리고 스태플턴과 드라큘라 백작. 각기 다른 사건임이 분명했던 두 개의 사건이 어느새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b>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의 <br/>연장선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환상 모험극<br/></b><br/> 셜록 홈즈의 권위자,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가 그려내는 셜록 홈즈 패스티시 세 번째 이야기, 『엉킨 실타래』. 『엉킨 실타래』는 흡사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의 후속편 같다. 코난 도일의 작품에서는 바스커빌 가에서 사냥개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박물학자 스태플턴이, 결국 셜록 홈즈의 추리로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지고 늪에 빠져 죽는다. 『엉킨 실타래』는 ‘만약 스태플턴이 실제로는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이야기다. <br/><br/>원작에서 바스커빌 가 주변에 붉은 눈의 검은 사냥개가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불멸의 존재 드라큘라가 등장한다. 셜록 홈즈는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돌아온 스태플턴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그를 잡기 위해 추리를 시작한다. 한편 런던에서는 목에 이빨 자국이 난 피가 없는 시체들이 연속으로 발견되는데…. <br/><br/>그런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이 두 사건이 어느 순간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하나의 사건으로 맞물려 나간다. 독자들은 셜록 홈즈의 모험을 따라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나가는 사이, 어느새 축축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추리게임에 빠지게 될 것이다. <br/><b><br/>셜록 홈즈와 닥터 왓슨의<br/>진짜 콤비가 되어가는 과정!<br/></b><br/>『엉킨 실타래』에서는 초반, 셜록 홈즈가 왓슨을 배제하고 혼자 슬그머니 외출해 사건 해결을 위해 돌아다니는 등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 왓슨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신도 혼자 사건을 추리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결과는 늘 셜록 홈즈의 손바닥 위다. 목숨을 건 모험을 함께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어느새 진짜 콤비의 모습에 점점 가까워진다. <br/><br/>늘 뒤에 서서 몇 발이나 앞서 나가는 셜록 홈즈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왓슨. 하지만 셜록 홈즈가 가장 위험한 순간에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등장해 그를 구한다. 그는 홈즈가 겪는 사건의 단순한 기록자가 아닌, 진짜 친구이자 사건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다. <br/><br/>『엉킨 실타래』의 독자들은 런던에서 쿰트레이시로 기괴한 모험을 떠났다가 다시 런던 베이커 가 221B로 돌아오는 사이 어느새 한층 더 깊어진 그들의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