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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중고도서

0.4

: 디지털 세상의 실체에 의문을 던지는 진일보된 판타지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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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13g | 155*225*20mm
ISBN13 9788928100842
ISBN10 8928100844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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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마이크 A. 랭캐스터
케임브리지셔 주 헌팅던에서 태어났다. 공상 과학에 대한 애정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우주 전쟁][지구 중심으로의 여행』을 읽으면서와 TV 드라마 [닥터 후][게리 앤더슨 쇼』, 쿼터매스 영화 및 [스타 트렉]등을 통해서 더욱 견고해졌다. 현재 케임브리지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그리고 야생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역자 : 정윤희
서울여자대학교 영문과 번역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세종대학교, 청강산업대, 서울디지털대학교, 한국사이버대학교, EBS에서 영어, 소설 번역, 영상 번역, 영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EBS,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소니, 디즈니, CJ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개봉관 외화 번역가와 영화제 번역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번역가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 출판 번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3], [플래쉬 포워드], [고고학 탐험대: 로마, 바이킹, 인더스, 그리스, 이집트, 아스텍(1~6권)], [쇼핑 테라피 : 가장 유혹적인 인생 레슨], [인생을 바꾸는 마음의 발견], [핀투 여행기(하권)], [마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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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손에 쥐고 있는 이 독특한 형태의 책은 그 테이프가 만들어지던 당시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정보 저장 장치였다. 내가 과거의 고리타분한 저장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카일의 이야기를 서술해 가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누군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녹음을 하고 있어.
모든 게 바뀌었어. 영원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예전부터 존재하던 세상이 아니야. 과거에 있던 것, 본래 그랬어야만 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제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아. 거의 없지.

순간, 나는 무언가 변했다는 걸 느꼈다. 뭔가 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릴리가 껌벅거리며 눈을 뜨고 있었다. 릴리의 눈동자는……. 글쎄, 잘 모르겠다. 릴리는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릴리의 눈동자는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파란색이었다. 릴리의 입가에 반쯤 웃는 것 같은 야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잠시 뒤, 릴리는 나를 보던 시선을 갑자기 거두었다. 혼란스러운 기색이 얼굴에 퍼졌다.
나는 릴리의 시선을 따라갔다.
대니가 낯선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며 바로 앞에 서 있었다. 혼란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몹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대니는 주먹을 꼭 쥐고 손을 나란히 붙인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 같았다.

부인은 맥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고 우리는 시동이 걸리기만 기다렸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항상 화면에 보이던 애플 로고가 보이지 않았다.
난생처음 보는 낯선 문자들이 화면 가득히 줄지어 나타났다. 뭔지 알 수 없는 구부러진 모양의 글자들, 뾰족한 원이 둥글게 구부러지고 튀어나온 모양……. 글자들은 서로 비비 꼬여서 화면 위에 온통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인간의 눈동자를 표현하려는 것처럼, 짧은 줄로 이어진 커다란 숫자는 야릇한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졌다.

캠벨 선생님은 집에 남아 있는 엄마와 아빠, 혹은 그중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아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확실하게 감시해.”
정말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안됐지만, 카일은 0.4 중 한 명이 분명해. 달리 방법이 없잖아. 무슨 일이 생겨도 당하는 수밖에.”
엄마는 목이 졸린 사람처럼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의사는 엄마를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금방 돌아올게.”
“상황이 악화되면 약을 먹이도록.”
의사는 몸을 돌리고 걸어갔고, 내가 숨어 있는 곳과 훨씬 더 가까워졌다. 혹시나 이쪽을 돌아보더라도 들키지 않도록 더욱 몸을 움츠렸다.

우리는 헛간에 있었다. 대니는 생물 발광의 후광을 뿜어내며 환히 빛나고 있었고 피터슨 씨, 릴리, 오도넬 부인과 나는 여전히 0.4였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깊은 침묵이 엄습해 왔다.
소소한 일.
소소한 인간사.
우리만 남겨졌다는 사실.
릴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주 큰 소리로, 온몸으로 전율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오도넬 부인은 방어적인 태세로 팔짱을 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헛간 안에 쌓인 먼지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걸 보면서, 새롭게 도래한 세상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서.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말도 걸어 보고 간청도 해 보고 소리도 질러 봤지만 아무도 우리 존재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니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완전히 제외됐다.
그들과는 무관한 존재가 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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