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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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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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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548g | 140*210*25mm
ISBN13 9791168949751
ISBN10 116894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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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요구는 간단하고 간결했다. 2월 4일 새벽, 주인마님의 남편, 아침식사. 이 짧은 문장을 보자마자 여주인의 지시를 따르는 중년의 하녀가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완벽하게 갈고닦아 온 나의 본능은 이 요구에 가장 적합한 처방이 마전자 씨앗을 주입한 달걀임을 즉시 알아차렸다. [...] 나는 앞쪽 탁자에 놓인 송아지가죽 장부로 시선을 돌렸다. 생과 사를 기록해 놓은 나의 소중한 장부에는 암울한 이곳에서 독약을 구해간 여자들의 명단이 있었다.
--- p.9 「넬라」 중에서

“저기 죄송한데요, 실은 진흙 뒤지기가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뭘 찾는 건가요?”
알프가 나를 쳐다보고는 배를 움켜쥐고 껄껄 웃었다. “이런, 제가 그걸 말해주지 않았군요! 자, 알아둬야 할 게 뭐냐면 말이죠, 템스강은 런던시를 관통해서 길게 흐르고 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진흙을 뒤지다 보면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잔재들을 찾을 수 있거든요. 오래전 진흙을 뒤졌던 사람들은 옛날 동전과 반지, 도자기를 찾아내서 팔았어요. 그게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이 썼던 이야기죠. 먹을 빵을 사려고 진흙을 뒤졌던 가난한 아이들 이야기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냥 좋아서 진흙을 뒤져요. 자기가 찾아낸 건 자기가 갖는 게 원칙이에요. 자, 봐요.” 알프가 내 발치를 가리켰다.
--- p.44 「캐롤라인」 중에서

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게 무슨 꼴이람! 지금껏 암웰 부인이 많은 일을 시켰지만 이만큼 중요한 일은 또 없었다. 내가 문질러 닦았던 접시들이나 내가 구워냈던 파이들, 혹은 내가 밀봉했던 봉투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는 말로 주인마님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 세숫대야로 걸어가면서 불편한 아랫배 통증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수를 하고, 허름하고 좁은 내 방을 정리하고, 내 침대 끝에 잠든 이름 없는 통통한 얼룩무늬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해야 조금이라도 더 진짜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였다. “오늘 아침에 주인님에게 독 달걀을 드릴 거야.”
--- p.74 「엘리자」 중에서

쪽지에 서명은 없었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곰’과 ‘약병’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걸 보니 내가 검색했던 키워드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문서였다. 이 쪽지를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세인트 토마스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무거운 비밀을 털어놓은 모양이었다. 죽기 직전에 고백한 것이었을까? [...] 그때 다른 뭔가가 번뜩 떠올랐다. 약제사라는 단어였다. 쪽지 작성자는 약제사가 ‘친구’이자 비밀 ‘제조자’라고 했다. 남자들이 죽었다는 게 비밀이라면 사고사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남자들의 죽음을 이어주는 공통 고리가 약제사였으리라. 약제사 연쇄살인범! 순간 등골이 서늘해져서 침대 시트를 더욱 바짝 끌어당겼다.
--- p.92 「캐롤라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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