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에는 일본에서 영주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재일 한인 1세들의 조국회귀 소망에 따라 ‘도일(渡日)’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열도에는 약 60만 명 규모의 한인 영주자 집단이 각종 모순적이며 차별적인 상황에 처하였음에도 계속 존재하였고, 현재는 ‘특별 영주’라는 법적 지위로 거주하고 있다. 우여곡절의 과정은 있었지만, 일본에서 한인들이 영주하는 현재적 사실을 결과로서 중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이주’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 책의 대상 시기는 한반도가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강점당하였던 1910년대부터 해방이 되어 독립국가가 수립된 1940년대까지로 한다. 1940년대는 도일 한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이 1945년 8월 패전을 기점으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에서 연속성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1940년대 후반까지 포함하여 고찰한다.
재일 한인의 형성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한 나라 안에서 진행되는 농민층 분해의 결과인 이농(離農)자의 도시 집중이, 식민지라는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 국경을 초월하여 진행된 결과’라는 가지무라 히데키의 탁견도 있으나, 그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은 필자의 연구족적을 학회 기관지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탈피하여 한층 광범위한 일반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1994년 이후 발표한 졸고들을 가필 및 수정하여 실은 것으로, 각 장에서 설정된 주제에 대해 선행 연구를 검토하고 필자의 논지를 전개한다. 이와 더불어 최근 도노무라 마사루의 ??재일조선인 사회의 역사학적 연구: 형성 ? 구조 ? 변용??(?陰書房, 2004)이 해당 분야에서 최초로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재일조선인 사회’에 대해 본격적인 통사 연구를 시도한 것으로서 특기할 만하다는 점은 언급해 둔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은 과제들을 구명하고자 하였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이전 수많은 한인들이 생계를 해결하고자 동일 노동시장(명분상)인 일본으로 도항했던 배경에는, 식민지 통치로 조성된 조선의 사회 경제적 상황이 배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논증한다.
둘째, 식민지기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한인은 조선 사회의 최하층이고, 극빈 상태에서 도일하였으므로 일본 사회의 하층에서 생활한 것을 당연시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한다. 즉 구직 도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경제적 상태를 검토하고 그들의 도일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고찰한다.
셋째, 한인의 일본 도항 환경과 재일 한인의 생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일본제국 치안 당국의 도일 규제 정책이 어떠한 변천 과정을 보였는지를 밝힌다. 한반도와 일본열도 간의 도항 시스템을 통제하던 내무성 당국과, 그 보조를 맞추던 조선총독부 경무국의 정책을 함께 분석하여, 일본의 한인 도일에 대한 정책이 1945년의 패전을 기점으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되었다는 것을 논증하여 기존 연구와의 차별화를 기한다.
넷째, 재일 한인들의 주거 및 취업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생활 상태를 파악하고, 지역별 ? 직업별 인구 분포, 연령별 인구 등의 시기별 변화를 검토하여 그들의 거주 양태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고찰한다. 그리하여 1920년대에서 1930년대로 이행하면서 재일 한인들이 비록 생활은 풍족한 상태가 아닐지라도 귀향을 하지 않고 일본에 장기적으로 정주하는, 즉 일본에 정착하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였다는 것을 밝힌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