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다. 나를 지켜야겠다고. 쓰러진 나 자신을 위해 뭐라도 하자고. 하루 이틀 사흘…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웠다. 다독였다. 그렇게, 3년, 1000일이 지났다. 나는 웃고 있었다. 어느새 편안함에 이르러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이, 여전히 비틀거리고 가끔은 넘어질지라도, 존재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한 내력, 탄탄한 골조를 형성해 어느새 나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 「프롤로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내력만 있다면」 중에서
오바마 마을에서의 나흘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마땅한 단어를 쉬이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비슷한 모양새를 찾자면 ‘쉼’, 온전한 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마을에서 나는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오롯이 그냥 쉬었다.
--- 「1장 상처투성이로 도망쳐 온 오바마 마을에서」 중에서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는 더 젊어진다. 표정이 밝아지고 굽은 어깨가 펴진다. 느릿느릿 걷던 걸음에 활기가 생기고,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볼도 봄 처녀처럼 발그레해진다. 그토록 꿈꿔 왔던 노화 방지 혹은 안티 에이징 효과를 공짜로 거저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나의 행복한 시간들을 포기하지 못한다.
--- 「1장 북 치고 장구 치고 내 마음대로 살다 보면」 중에서
나는 떠올린다. 내가 싫고, 내가 밉고, 모든 것을 다 바꿔 버리고 싶을 만큼 스스로가 진저리 쳐지는 그런 날에, 그 의사 할아버지의 말을, 지나던 길에 들었던 노래 가사를, 그리고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으면 싶은 귀엽고 예쁜 나의 조카의 모습을. 그리고 내게 조용히 속삭인다. 이 모습 그대로 더 이상 바뀌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고, 내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 「2장 외모 지상주의자에서 자기애주의자로」 중에서
그렇게 작은 어떤 행위는 눈앞에 닥친 죽음조차도 물러가게 한다. 1분의 이부자리 정리가 하루 온종일 나의 하루를 다림질해 준 것처럼 말이다. 삶의 걱정과 근심, 고단함을 어느 때는 시시콜콜한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단번에 잊게 해 주는 것과 같이. 뜻밖의 순간에 마주한 어떤 사건이 새롭게 결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과 같이.
--- 「2장 새날을 기대하며 긴 생머리를 자르다」 중에서
오늘도 수많은 거짓 메시지가 나를 찾아온다. 마음을 힘들게 하고, 생각을 어지럽게 만들며, 더 나아가서는 영혼을 다치게 하는 수많은 거짓말들 속에서 무가치하다고, 보잘것없다고,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그 무수한 말 사이에서 마음이 원래 하던 대로 생각 없이, 의심 없이 한숨을 내쉬며 그렇지. 그럼 그렇겠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에 나는 떠올린다. 너무나도 간단한 말 한마디를. 그게 진실인가요?’
--- 「3장 나를 위한 청문회를 단행하다」 중에서
힘겨운 하루의 끝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침대 맡의 초를 밝힌다. 유난히 마음이 힘들고, 또 삶이 어려울 때도 나는 가만히 방문을 닫고 무릎을 꿇는다. 모든 기도가 고요하고 평화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떤 모습이어도 나를 사랑하신다는 어떤 존재에 대한 믿음, 어떤 행동을 해도 나를 용서하실 것이라는 어떤 존재에 대한 든든함.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무엇이든 하게 했다.
--- 「3장 일곱 번씩 일흔 번 나를 용서해 봤더니」 중에서
비움의 시간으로 삶을 채운다. 아침 명상을 하고는 열두 시간 이상을 비워 둔 위장을 따뜻한 꿀차로 데운다. 깨끗한 도화지 같은 순결한 위는 적은 양의 꿀에도 그 달콤함을 한껏 빨아들이며 음미한다. (…) 참, 빼기는 때로는 (혹은 아주 많은 순간에) 더하기가 되는 것 같다. 긁지 않은 복권처럼.
--- 「4장 비우면 비울수록 풍성해지는 아이러니」 중에서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던 매일은 어느새 크고 작은 변화가 되어 삶을 새로이 만들어 주었다는 걸 알았다. 우울증이 극복되었고, 잠이 오지 않아 몇 시간씩 뒤척이던 불면의 밤도 언젠가부터 숙면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 나는 그간의 모든 일들에 감사했다. 지나온 시간들의 크고 작은 감사거리들에 대해 그리고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여겼던 수많은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또 삶에게.
--- 「4장 1만 개의 감사가 채워진 그날부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