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에는?”
“으…….”
그건 불쌍할 정도의 애걸이었다. 기어코 시율의 입술이 손등에 닿았고, 해인은 그것만은 거부하지 못했다. 사실 만지는 걸 허락했을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 두 번. 그는 해인의 손등 위로 자잘한 키스를 쏟아냈다. 그리고 그러는 내내 해인에게서 가느다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시선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해인은…… 손등이 뜨거웠다.
손안에 있는 입술이 간지러웠다. 목 안이, 저려왔다.
“…….”
이제 와서 막고 있는 의미가 있는 걸까? 시율의 손길에 끌려 해인의 손은 천천히 가슴 아래로 떨어졌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마침내 온전한 키스를 했다.
겹겹이 입술이 닿았다.
이제 더 이상의 거부는 의미가 없었기에 해인은 조용히 눈을 감아버렸다. 데스크 뒤편에 앉은 채로 받은 키스는 어쩐지 은밀하게 느껴졌다.
떨어질 듯 말 듯 다시 닿아오는 시율의 입술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자신이 지고 말았다는 것뿐이었다.
‘사람에게 함락 당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걸까.’
사실 해인은 내내 이런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렇게 도망치고 외면하고, 그러다가 못 버티고 발톱을 세우기도 했는데, 결국은 다 소용없었다. 전에 이미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끝내는, 이렇게 강시율의 손아귀에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음……!”
그는 이제 해인의 두 뺨을 손안에 감싸 쥐고는 마음껏 키스하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입맞춤은 이제 몇 번이라고는 차마 셀 수 없게 되었다. 입술과 입술 사이로 고이는 숨결이 뜨겁고 축축했다. 단것을 맛본 것처럼 시율이 만족스러운 소리로 목을 울렸다. 살그머니 입술 위를 핥고 있는 그의 시선이 목을 조르는 듯했다.
해인은 입술을 꾹 다물고 버텼지만, 벌리라는 듯 핥아오는 감촉에는 목 안이 메었다. 이 남자는, 너무 야해.
너무 힘껏 나를 원해.
“하으.”
정말 취하는 것만 같았다. 해인은 키스가 끝나지 않음에 한 번 신음하고, 양기가 흘러들어 오는 느낌에 또 한 번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양기란 마치 진득한 공기처럼 느껴졌다.
밀도 높은 산소가 목을 타고 내려와 폐 속을 꽉, 채우는 듯한 포만감.
동시에 달콤한 향이 나는 술에 취한 것처럼 배 안에서부터 저릿하게 밀려 올라오는 묘한 흥분감. 가늘게 뜬 시선이 점차 흐려졌다.
‘뭔가, 너무…… 기분이 좋아.’
양기가 몸 안을 채울수록 해인은 자신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갔다. 대신 입술을 한껏 벌리고, 시율과 더 깊고 내밀한 접촉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몸 안에서 들끓었다.
양기의 진가를 깨달은 몸이 제멋대로 더 많은 기운을 원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끝없이 기운을 빨아들이길 재촉했다.
맙소사, 어쩌면 이렇게 적나라한 욕망이 들 수 있을까.
“……! 그, 그만해.”
해인은 순간 자신의 몸이 바라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라 시율을 밀어냈다.
이래서야 자신이 정말 요괴 같았으니까. 그저 키스했을 뿐인데 어지러울 만큼의 흥분과 쾌감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다.
시율과 처음으로 제대로 키스한 해인의 소감은, 명백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행여나 기를 몽땅 빨아들여서 이 남자를 죽이진 않을까 하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