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엄마를 위해, 세상 모든 아기를 위해
모든 생명에 엄마가 있어, 저마다의 목소리로 ‘아, 엄마다!’ 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인지요. 엄마가 되어 그 목소리에 대답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야시 아키코가 18년 만에 펴낸 새 그림책 『병아리』 (소야 키요시 글 |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의 후반에 이르러 엄마 품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아, 엄마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자기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얼마 전 졸업해 직장인이 된 딸아이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며, 오래전 세상 떠난 어머니를 부르는 내 목소리도 포함해서요. 뜨겁게 차오르는 눈물을 씻은 다음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갔지만, 이 쪼그만 그림책은 번번이 눈물바람을 일으키며 장면마다 새로이 숨 멎는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아마도 한동안 이 그림책을 품에 안고 지내게 될 듯합니다.
『병아리』는 『이슬이의 첫 심부름』『순이와 어린 동생』으로 대표되는 하야시 아키코 특유의 사실주의 그림책과는 무척 달라 보입니다만, 이 작가가 평생 그림책에 공들인 열정이 마침내 탑을 이룬 눈부신 성과물이라 여겨집니다. 손바닥만 한 이 그림책에 일상 풍경을 새로이 펼쳐 보이는 시가 있고, 모험을 떠난 아이가 엄마를 잃었다 되찾는 이야기가 있고, 조형성과 색감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그림이 그득합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고 만족하며 즐기는 예술성 높은 그림책을 구현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인데, 이 대가는 3년을 꼬박 공들여 기왕의 작품을 뛰어넘는 명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상희 (시인,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