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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78g | 140*210*30mm
ISBN13 9788952215697
ISBN10 8952215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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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심문 1단계를 바로 맞받아쳐 자신한테만은 그런 방법을 써선 안 되었다고, 내 계획이 다 탄로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제 아인바우, 리드, 버클리가 소위 ‘범죄 행위를 정상인 것처럼 표현해 용의자를 위로한다’라고 한 2단계로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그레베가 지금 내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책 속의 용의자처럼 내 패를 모조리 내보이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박장대소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클라스.”
여유 있어 보이려 애를 썼지만 목소리에 쇳소리가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은 마치 끈끈한 시럽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리고 무기력했다. 반격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다음 질문이 날아왔다.
“사실 돈은 내게 동기부여가 안 됩니다, 로저.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연봉을 높여 보도록 하죠. 연봉 총액의 3분의 1을 받아 가시니까 연봉이 높아질수록 당신 몫도…….”
커질 수밖에. 그는 이제 면접을 완전히 장악하고 2단계에서 곧장 7단계인 대안 제시로 넘어가 버렸다. 즉 자백을 유도하는 대안적 동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솜씨는 완벽했다. 물론 여기에서 내 가족 이야기를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p.84 1부. 첫 번째 면접

“페테르 파울 루벤스.”
한 순간 방 안의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루벤스의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이라. 상식적으로는 복제품일 거라 생각하는 편이 옳았다. 자체만으로 1, 2백만 정도 가치가 있을 만큼 유명하고 매우 훌륭한 복제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 말투 그리고 클라스 그레베라는 이 사람 자체에 내게 확신을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진품이 분명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상상 속의 동물이 멜레아그로스의 창에 꿰뚫린 것을 표현한 그림. 1941년 독일군이 루벤스의 고향 안트베르펜을 약탈한 이후 종적을 감추었다가 전쟁 막바지까지 베를린의 벙커에 숨겨져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바로 그 그림. 난 대단한 예술 애호가는 아니지만 인터넷에 접속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실종된 그림 명단을 종종 살펴보곤 한다.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이 그림은 지난 60년간 그런 그림 중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가 이제는 일종의 열렬한 호기심의 대상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 그림이 베를린의 절반과 함께 전쟁 중에 불타 버리고 말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혀는 말라 버린 물기를 조금이라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돌아가신 할머님의 아파트 부엌 뒤에 숨겨진 방에서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을 그냥 ‘발견’했다는 말입니까?”---pp.97~98 2부. 포위

“우린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했어요, 순데드 형사님.”
“여기에서 위험에 처한 건 당신뿐입니다, 세케루드 씨. 그 이름이 맞다면 말이죠.”
“뭐라고요?”
순데드가 거울을 쳐다보며 병원에서 내게 보여 줬던 신용카드를 들어 보였다.
“당신은 여기 사진에 나온 세케루드처럼 생기지 않았다 이거죠. 그리고 세케루드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키가 173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한 165?”
이제 차 안은 완전히 적막에 휩싸였다. 나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먼지 구름을 노려보았다. 그건 보통 차가 아니었다. 트레일러가 뒤에 달린 대형 트럭이었다. 이제는 너무나 가까워 옆에 쓰인 글자도 읽을 수 있었다. 시그달 부엌가구.
“168.”
내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 도대체 누구요?”
순데드가 으르렁댔다.
“내 이름은 로게르 브론입니다. 그리고 왼편에 칼센의 도난당한 트럭이 있어요.”
모든 사람의 머리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순데드가 소리 질렀다.
“무슨 일이냐 하면요, 저 트럭은 클라스 그레베라는 작자가 모는 겁니다. 그는 내가 이 차에 탄 걸 알고 날 죽이려 해요.”
“어떻게……?”
“GPS 추적기가 있어서 내가 어디에 있든 내 위치를 알아낼 수 있거든요. 어제 아침 내 아내가 차고에서 내 머리를 쓰다듬은 이후부터 저러고 있어요. 초소형 발신기가 들어 있는 젤이 머리에 달라붙으면 씻어 내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헛소리 집어치워요!”
순데드가 윽박질렀다.
“순데드…… 저건 칼센의 트럭이에요.”
여드름쟁이가 말했다.
“당장 차를 멈추고 돌아가야 해요. 아니면 저 자가 우리 모두를 죽일 거예요. 멈춰요!”
“계속 가.”
순데드가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요? 곧 죽게 될 거라고요, 순데드!”
내가 소리쳤다.
순데드가 잔디깎기 기계 같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번에 그 소리는 지나치게 높았다. 그 역시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pp.241~242 3부. 두 번째 면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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