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서(六書)란 한자를 만든 원리를 말하는데, 한자(漢字)의 기원이 상형문자(象形文字)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주 오랜 고대에 인류는 단순한 언어만으로는 의사소통 및 문화 전수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그런 절실한 필요에 의해 문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때의 문자는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가 전부였던 것이다. 예를 들면 ‘해’를 표현할 때는 해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였는데, 그런 그림이 점점 변하여 문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인지(人智)가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점차로 여러 가지 개념들을 표현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고, 그에 따라 기존의 한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글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때문에 몇 가지 일정한 원리에 따라 한자를 만들어 쓰게 되었는데,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저자인 허진(許愼)은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한자 구성 요소의 결합에 따라 여섯 가지 종류’로 나누었다. 이를 ‘육서’라고 한다. 즉 다시 말하면, 육서란 ‘한자를 만든 여섯 가지 원리’이다.
1. 상형문자(象形文字)
사물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그려낸 가장 기초적인 글자를 상형문자라고 한다. 그리고 상형문자에 속하는 상당수의 글자들이 한자의 부수(部首) 역할을 한다.
예) 山, 川, 水, 日, 月, 木, 人, 手, 心, 耳, 目, 口, 自, 足. 米, 門, 車.
2. 지사문자(指事文字)
상징적인 부호를 사용해서 구체적 사물의 모양으로 표현이 안 되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표시한 문자를 지사문자라고 한다.지사문자의 특징은 먼저 추상적인 의미를 표현하는데, 굽고 곧은 선이나 점 등으로 표시하고, 상형문자와 함께 글자의 모양을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예) 一, 二, 三, 五, 七, 十, 上, 中, 下, 本, 末, 刃, 引, 曰
3. 회의문자(會意文字)
이미 만들어진 둘 이상의 한자를 뜻에 따라 합하여 하나의 문자를 만들어 다른 뜻을 나타내는 것을 회의문자라 한다.
예) 木 + 木 = 林('나무'들이 합쳐져 '수풀'을 이룸), 森(나무 빽빽할 삼)
日 + 月 = 明('해'와 '달'이 합쳐져 '밝다.'는 뜻이 됨)
田 + 力 = 男('밭 전' 자와 '힘 력'자가 합쳐져 '사내, 남자'의 뜻이 됨) 休(쉴 휴), 臭(냄새 취), 突(갑자기 돌), 取(가질 취) 등.
4. 형성문자(形聲文字)
한쪽이 음을 나타내고 다른 한쪽이 뜻을 나타내는 것을 형성문자라 하는데, 한자 중에서 형성문자가 가장 많다.
예) 問 = 門(음) + 口(뜻), 聞 = 門(음) + 耳(뜻)
梅 = 木(뜻) + 每(음), 海 = 水(뜻) + 每(음)
淸 = 水(뜻) + 靑(음), 請(청할 청), 晴(갤 청), 鯖(청어 청), 菁(부추꽃 청)
花 = 艸(뜻) + 化(음)
勉 = 免(음) + 力(뜻)
5. 전주문자(轉注文字)
‘전주’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전(轉, 구를 전)이란 수레바퀴가 구르는 것처럼 뜻이 굴러서 다른 뜻으로 변하는 것이고, 주(注, 물댈 주)란 그릇에 물이 넘쳐흐르듯 다른 뜻으로 옮겨 흐른다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 글자의 원뜻이 유추, 확대, 변화되어 새로운 뜻으로 바뀌는 것을 말하는데, 뜻뿐만 아니라 음도 바뀌는 경우가 있다.
1) 뜻만 바뀌는 경우
- 注[물댈 주] 注는 물을 댄다는 뜻이 본뜻이었는데, 그 의미가 확대되어 주목한다는 뜻으로 전의되어 주목(注目), 주시(注視)와 같이 쓰인다. 조기에 또다시 전의되어 주해(注解), 주석(注釋)과 같이 자세히 푼다는 뜻으로 쓰인다.- 天[하늘 천] 천(天)은 본시 하늘이라는 뜻이었는데 전의되어 자연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천연(天然)의 天이 그 예이다. 그런데 이 문자는 또다시 출생(出生), 발생(發生)의 뜻으로 유추되어 쓰이는데 선천(先天), 후천(後天)이 그 예이다.
2) 뜻과 음이 함께 바뀌는 경우
- 說[말씀 설] 說의 본뜻은 말씀이다. 말씀으로써 다른 사람을 달래기 때문에 달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때의 음은 ‘세’인데 유세(遊說)가 그 예이다.- 樂[풍류 악] 樂의 본뜻이 ‘풍류’로 음은 ‘악’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즐긴다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이때의 음은 ‘락’이다. 또한 즐거운 것은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때의 이름은 ‘요’이다.- 惡[악할 악] 惡은 본시 악하다는 뜻으로 음이 ‘악’이었는데 악한 것은 모두 미워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워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의 음은 ‘오’이다. 증오(憎惡), 오한(惡寒)이 그 예이다.
6. 가차문자(假借文字)
가차는 '가짜로 빌려 쓰다.'라는 뜻 그대로, 기본적으로 발음이 같은 개념을 빌려 쓰거나, 글자 모양을 빌리는 등 외국어의 표기에 사용하고, 의성어나 의태어와 같은 부사어적 표현에도 쓰인다. 즉, 뜻글자(表意文字)로서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해 준 개념으로서, 이로 인해 외국과의 문자적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많은 외래어가 이 가차의 개념을 도입하여 표기하고 있다. 전주와 가차의 활용은 한자의 발전 과정 속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였는데, 이 원리의 발견으로 인해 한자가 동양에서 가장 확실한 문자(文字)로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 ) 달러(DOLLAR) → 불(弗)
아시아(ASIA) → 아세아(亞細亞)
인디아(INDIA) → 인도(印度)
프랑스(FRANCE) → 법랑서(法朗西) → 법국(法國) → 불란서(佛蘭西)
도이칠랜드(DOUTCHILAND) → 덕국(德國) → 독일(獨逸)
잉글랜드(ENGLAND) → 영격란국(英格蘭國) → 영길리(英吉利) → 영국(英國)
---「한자의 육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