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은 왜 할까? 학원에는 왜 보낼까?
집에서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 말로는 집에서는 공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집에서는 공부가 안 될까? 집에서 공부가 안되면 다른 곳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
학교 방과 후 자습실, 도서관, 독서실, 그리고 집 등 공부할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아이는 공부할 곳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
엄마는 답답하고 불안해서 학원에 보낸다. 성적은 시원치 않은데 빈둥거리고 있는 꼴이 보기 싫어서 학원에 보낸다.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게 싫어서 학원으로 탈출한다.
학원에 간다고 해서 성적이 최상위권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공부를 다른 말로 하면 ‘학습’이다. 배울 학(學), 익힐 습(習).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공부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듣는 것이 ‘학’이고, 학원에 가서 듣는 것도 ‘학’이다. 배우고 또 배우고 또 배우기만 하니 학,학,학 숨은 찬데 제대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내 것으로 익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가 러츠, 플립, 살코, 토룹 , 악셀 등의 기술을 이 선생 저 선생에게 배우기만 했다면 그것을 실제로 연기할 수 있었을까? 한 번 배우면 열 번 자신이 연습해야 한다. 열 번이 아니라 백 번, 천 번, 만 번이라도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운 것을 익히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내 것이 되지 않으면 그 위에 다음 단계의 지식이나 능력을 쌓을 수 없고, 시험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공부는 자기가 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고, 문제집을 풀어보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다. 학원에서 강사가 가르쳐주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실습’을 해야 최상위권에 들 실력을 갖출 수 있다.
혼자서 내버려두면 아예 공부를 안 하는 아이, 집에서는 공부가 안된다는 아이를 어떻게 ‘스스로 공부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대학교수나 사범대학을 나온 사람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다. 보통 엄마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이가 진학할 대학교는 중학교 때 결정이 된다. 엄마의 역할도 그때가 제일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입시 준비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이미 결판이 거의 난 다음이라서 새롭게 더 할 일이 별로 없다. 중학교 때는 그나마 역전의 발판이라도 있지만, 고등학교 이후에 역전을 기대하는 것은 가뭄에 콩 나기보다 더 귀하고 어렵다.
요즘은 대학 입시 제도가 너무 복잡해서 스펙도 갖춰야 하고 면접시험 준비도 해야 하는 등 학교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생각을 이용해서 컨설팅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입시 준비를 비즈니스로 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입시 제도가 어떻게 달라지든,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공부를 잘해서 수능 최고 등급 받으면 못 가는 대학이 없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하는 게 첫 번째 조건이다. 아이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을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 시작하지 못한 사람은? 늦어도 중학교 때는 시작해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고등학교에 가서부터 시작하려면 이미 늦다. 그것도 많이.
왜 좋은 대학을 나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 좋은 대학교에서 성공하는 더 좋은 비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명문 대학은 명문 비법을 가르쳐주고 지방 대학은 뒤떨어진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고등학교만 나와서는 기능직이나 단순 사무직 또는 중간관리자로 평생을 마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흔히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고등학교만 나와도 대기업을 일구고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최종 학력이 고졸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졸업은 못했지만 모두 대학교에 입학했던 사람들이다. 그것도 명문 대학에 해당하는 좋은 대학교에. 빌 게이츠와 마크 저크버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중퇴했다. 따라서 결론은?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지는 않더라도 입학하는 것, 전공보다도 어느 대학교냐가 중요하다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좋은 대학교를 나왔거나 다녔던 것은 그 사람이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증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좋은 대학교 출신이면 전공과 상관없이 사회에서 남보다 앞서가는 이유는 그 사람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갖춘 능력이 사회에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좋은 대학교를 나온 사람은 대학교에서 대단한 지식을 배워서가 아니라 그 대학교에 입학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한다고 보면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의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사회에 진출하고 나이 들어서 은퇴할 때에도 이 세상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우대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한데, 중?고등학교 6년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나머지 몇 십 년 동안 훨씬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분명한데,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좋은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부모 노릇을 잘하는 것일까? 능력이 닿는 범위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 부모노릇을 제대로 하는 게 아닐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