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일탈의 광시곡 『꿈꾸는 식물』_남(藍)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삶의 질곡이 되어버린
장미촌의 냉혹한 현실에 휘말린 청년들의 인생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작은형은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집안에서 외톨이가 되고, 고3 때 걸린 매독으로 대학입시에도 떨어지고 자살만을 시도하다 집을 나간다. 홍등가 장미촌의 마지막집인 이곳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큰형,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몸을 팔러온 여자들……. 어느 날 작은형이 돌아오고 명자라는 여자가 장미촌에 새로 들어와 변화가 생긴다. 이 무렵 나는 대학에서 정희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정희는 헤어지자는 말 대신 우연히 만나는 행운을 누려보자며 나를 떠난다. 집안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연의 아픔에 나는 괴롭기만 하다.
큰형은 돈 때문에 아내를 잃고 나서부터는 돈 벌 생각만 하고, 어떤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다. 포르노 사진을 돈 받고 팔 수 있다는 말에 작은형에게 몰래 흥분제를 먹여서 그룹섹스 사진을 찍자 작은형은 혐오스러운 이 집을 뛰쳐나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다시 잡혀와 지하실에 갇혀 있던 작은형은 큰형이 사진 모델로 데려온 사냥개에게 처절한 죽임을 당하는데…….
2권 야성으로 가득 찬 『들개』_록(綠)
세상에 저항하는 여대생과 문명을 부정하는 화가지망생,
그들이 완성시키려는 들개는 진정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개구멍처럼 뚫린 담 구멍이 유일한 버려진 건물, 문명생활과 동떨어진 외로운 섬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24세 대학 자퇴생인 나(女)는 맥주홀에서 번 학비를 복학하기만 하면 휴교되는 학교에 두 번이나 쏟아 붓게 되자 학업이라는 것에 회의를 품고 자퇴하고 만다. 어느 날, 자신이 잃어버린 노트를 보관하고 있다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제안에 따라 함께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한다. 언어의 무용성과 무의미함에 고민하던 나이지만, 남자보다는 한 수 아래다.
비관과 염세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에게 남자는 건물 속 이상한 그림자로 발견된다. 오직 생산적인 것만을 원하는 사회는 진정한 예술에 대해 올바른 가치를 부여하는 눈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한탄하는 남자. 사육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들개들의 외로운 방황, 맑은 배고픔, 적당한 야성 등을 선망하는 그는 비인간적인 문명도시와 담을 쌓고 배고픔을 견디며 아흔아홉 마리의 들개들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3권 광기 어린 심장 『칼』_적(赤)
인간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전설 속의 신검과
그것을 완성시키려는 유약한 남자의 광기 어린 집착!
“지금까지 헛살아온” 40대 가장 박정달은 조직의 경쟁에 뒤떨어져 권고사직하고 만다. 어려서부터 연약했던 그는 항상 폭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학창시절에는 과도를 품고 다니는 것으로 공포감에서 해방되곤 했으며, 그때부터 각종 칼에 대한 수집에 집착하여 대학 때 ‘칼맨’이라는 별명까지 얻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회사 생활 속에서도 그는 동서양 유명 칼에 대한 지식부터 실제 수집까지 가산을 탕진하여 칼을 구입해 나간다. 그의 아내는 어쩔 수 없는 그의 태도에 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다. 퇴사 후, 그는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의 칼’로 무장해야 함을 깨닫고, 인간의 영혼이 담기는 칼 ‘신검’을 만들기 위해 대장간을 세우는데…….
4권 신비로운 그림 『벽오금학도』_금(金)
환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신비의 세계
신선의 마을에 다녀온 흰머리 소년은 누구인가?
주인공 강은백은 유유자적하며 선가(仙家)의 도를 쌓은 농월당 할아버지의 손자로, 유년시절에 신선의 마을인 ‘무영강’을 건너 ‘오학동’에 들어간 뒤 불과 며칠 만에 머리가 하얗게 센 채로 신선이 준 그림인 〈벽오금학도〉를 가지고 돌아온다. 무영강에서 솟아오르는 안개와 이무기의 전설 저편에서 속세와 단절된 채 존재하는 오학동은 대상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면 곧바로 그 대상과 자아가 완전히 합일되는 ‘편재(遍在)’가 가능한 세계다. 그러나 강은백이 속세로 돌아와 청년이 되기까지 겪는 세계는 삶의 모든 조건이 철저한 이기심에 사로잡혀 쟁투와 파괴만이 심화되는 곳이다. 그는 “〈벽오금학도〉를 자유자재로 들고 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오학동으로 돌아오리라”라는 신선의 말에 따라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세속을 방황하는데…….
5권 환상 속에 움튼 『황금비늘』_청(靑)
땅콩처럼 작고 연약한 아이 하나가
백발노인을 만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까지
두 살 때 부잣집 대문 앞에 버려진 나(김동명)는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는 있지만 작은 체구에 수리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특이한 아이다. 힘센 아이의 놀림감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보육원을 뛰쳐나가 한 장애인 아저씨를 도와준 덕분에 그의 아들이 된다. 그는 이미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할머니 한 분을 어머니로 모시고 살던 사람이었으며, 나는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얼마 후 할머니는 병환이 깊어져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탕진하다 극도로 몸이 나빠져 시각장애인 지압사에게 치료를 받게 된다. 건강이 호전되자 지압사는 보답 대신 방 한 칸을 빌려 살고 싶다고 하고 부인을 데려온다. 네 명의 생활은 그런대로 평온했으나, 갑자기 아버지에게 간암 증세가 나타나자 그는 소매치기 비법을 나에게 전수해 주고 세상을 떠난다. 급증하는 소매치기에 대한 경찰의 대응으로 나는 지방으로 잠적하던 중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한 노인과 춘천의 외딴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된다. 뜻대로 되지 않아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버린 나에게 도인의 경지에 이른 할아버지 무간선은 낚시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데…….
6권 욕망의 메신저 『괴물』_단(丹)
일그러진 욕망의 영혼을 거둬가는 네크로필리아의 레퀴엠
과연 악마적 영혼의 구원은 가능한가!
주인공 전진철은 왼쪽 안구가 함몰된 채 태어나 어렸을 때는 미국에서 자랐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으로 귀화하였으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위를 겉도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우울증에 걸려 자식을 돌보지 못하는 언니를 대신하여 전진철을 키운 그의 이모는 그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안구이식수술을 시켜주지만, 비틀어진 욕망으로 가득 차버린 전진철은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부정한 행동을 일삼는다.
폭발적인 충동의 근원지를 찾던 전진철은 전생에서 자신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음을 알게 된다.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은 어느덧 살인충동으로까지 이어지고, 그는 세상을 악(惡)으로 물들일 〈초생성서〉를 컴퓨터 바이러스로 유포시킨다. 그와 함께 자신의 전생과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독침을 쏘아 죽인다.
독침연쇄살인사건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는 네크로필리아들이 저지르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수사상황은 좀처럼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범죄심리학자 이필우는 단서를 잡기 위해 미평시로 잠입해 들어왔다가, 도시 사람들이 반기지 않는 산꼭대기의 돛단배 진랑호를 발견하게 된다. 윤나연은 진랑호와 함께 기생학교인 풍류행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미평시의 아낙네들에게 기생이라는 것 때문에 처음에는 손가락질 당하지만, 그녀가 풍류를 아는 사람을 만나고자 하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쏟는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는 진랑호 여선주라는 호칭으로 받들어지게 된다. 전진철은 특유의 염사법으로 자신이 전생에 처형당한 자리가 미평시 풍류행화원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되고, 자신을 도와 증오의 씨를 세상에 퍼뜨릴 사람은 다름아닌 윤나연임을 깨달아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미평시에 잠입하는데…….
7권 파격이 탄생시킨 『장외인간』_흑(黑)
달이 사라진 후 연이어 터지는 정체불명의 사건들
진정한 구원을 찾으려 하는 최후의 인간 이야기
달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신비의 여인 남소요도 이별의 문자 메시지 하나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세상에는 믿지 못할 자연 현상들이 일어난다. 바다에서는 해파리떼가 사람을 공격하고, 육지에서는 때 아닌 메뚜기떼가 농작물을 쓸어간다.
달을 기억하는 유일한 인간 헌수는 정신이상자에 불과할 뿐. 헌수가 기억하는 달은 백과사전에도 인터넷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달력조차 월요일을 표시하지 않고, 추석(한가위)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져버렸다.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무심코 통장에서 예금을 인출한 헌수는 찬수에게서 공동재산권에 대한 항의를 듣는다. 단지 부모님 차례상을 차렸을 뿐인데, 찬수는 추석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헌수의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찬수에게는 헌수가, 헌수에게는 찬수가 정신병자로 인식되고, 찬수와 제영의 무절제한 성관계와 상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제영의 행동에 헌수는 경악한다. 혼란스러운 헌수 앞에 백발의 노인이 닭갈비를 파는 시인을 찾아왔다며 알듯 말듯 묘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