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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중고도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 양육자를 위한 초등 남아 성교육서

김서화 | 일다 | 2018년 03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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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92g | 150*225*17mm
ISBN13 9791189063009
ISBN10 1189063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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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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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 아들은 ‘남자 편’에서, 그것도 덩치 큰 아이들 뒤에 서서 ‘여자 편’을 힐난하며 ‘힘’에 굴종하는 것이 맞다고 쫑알대고 있었다. 그건 집에서 늘 보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집에서 아이는 제법 엄마 아빠와 대화로 일을 풀어갈 줄 알고, 활달하긴 해도 폭력적이라고까지 생각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훨씬 더 위계에 순종적이고, 무리 속에 있기 위해 목숨 걸고, 아무렇지 않게 폭력적으로 보일 만한 행동을 했다. 이런 일들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급증했고, 그때마다 내 눈엔 내 아이가 남자라는 사실이 두드러지게 보이곤 했다. --- p.37

칼럼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몇몇으로부터 ‘어떻게 자기 자식을 가해자로 상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나는 아이를 가해자로 보는 게 아니다. 그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살면서 언제든 가해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 이상, 누군가에게 가해를 한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아,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생각 자체가 가해의 언어가 될 때도 있다. --- p.58

내 아이가 사기꾼 될 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양육자는 없다. 또 친구 때리지 말라고 훈계하면서 이 아이가 살인마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거나, 이 말이 아이의 잠재된 폭력성을 일깨워 더욱 더 잔혹하게 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양육자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들의 성적 행동에 대해 미리 주의를 주는 것 또한 가볍게, 너무 심각하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 p.61

아이들은 이미 권력의 맛을 안다. 나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권력의 힘과 권능에 대해서만 알지 그 외의 것을 배울 기회가 너무도 적다는 게 문제다. 그러고 보면 초등생에게 정말로 필요한 교육은 ‘권력을 가질수록 절대 네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교육과 관련해서는 권력 중에서도 젠더와 관련한 권력, 즉 젠더 위계를 가르쳐야 한다. 어릴 적부터 이를 알고 배우고 의심하고 성찰할 때라야 비로소 젠더감수성을 자기 안에 싹틔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115

아들이 야동을 보는 장면을 직접 목도한다면 난 분명 당황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미리 알아볼 생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녀석이 “야동? 야구동영상? 아니면 거시기한 거?” 하고 키득키득대는 게 아닌가.
보긴 봤구나 싶어 “어때? 무슨 내용이야?” 물어보니, 아들 왈. “그게… 내용이… 있는 건가?” 아, 나의 멍청한 질문이라니. 도덕적 잔소리를 잔뜩 준비해놨었는데, 그날은 나의 멍청함 때문에 포인트를 살리지 못하고 피식 웃고 넘어갔다. --- pp.148-149

언젠가 아들에게 사춘기 남자아이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미리 알려주기 위해 슬쩍 책 한 권을 건넨 적이 있다. 내 딴은 꽤 우수한 책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아들의 감상평은 딱 한마디였다.
“난 정자 만들기 싫은데.”
“왜?”
“아니, 내 몸속에 올챙이들을 키우라고? 미쳤어, 엄마?”
명랑하고 천진한 아들 말에 푸핫 웃음이 터졌다. 이 책의 요지는 너의 몸이 이제 곧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리라는 것인데, 너에겐 격변의 원인이자 결과처럼 지목된 그놈의 올챙이가 문제로구나. --- pp.167-168

“엄마, 혹시 나한테 야동 보여줄 수 있어?”
언젠가 아이가 제게 던진 질문입니다. 잠시 멘붕에 빠져 있던 저는 곧 정신을 수습하고 이렇게 대꾸했죠.
“엄마가 너한테 섹스 얘기 다 한다고 야동까지 보여줄 것 같아?
그게 뭐 ‘게임 한판 시켜줘’랑 같은 건 줄 알아?”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이제 아이가 슬슬 구체적인 ‘섹스’ 이야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아무래도 영상물이 좋지 않을까 싶어 유튜브를 뒤져보았죠. 그러다 〈성관계에서 동의의 의미-차tea로 이해하기〉라는, 괜찮은 젠더 관점의 영상물을 발견했어요. 아들의 기대와 달리 남녀의 신체는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성폭력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참 좋더라고요. 야동이야 내가 보여줄 일은 없고, 그렇다고 아이가 안 보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 전에 이 영상만큼은 꼭 여러 번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런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잡기 전에 야동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게 적어도 제가 가진 기준이니까요.
--- pp.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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