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펼친 후 단번에 정주행한 책은 오랜만이다. 우선, 읽기가 매우 재밌다. 읽는 내내 웃지만, 웃음이 전부는 아니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책처럼, 에세이를 읽었는데 철학이 남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 짙은 (가수)
우리는 누구나 여리고 연약한 존재로 태어난다. 하지만 교육 과정을 거치고 사회인이 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순진무구가 ‘소심’으로 취급되는 경험을 여러 번 거친다. 세상에서 썩 환영받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소심함을 40년 동안 모른 척하거나 버리지 않고,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면면히 살펴봐 온 기록들이 이 글들에 담겨있다. 그 시간은 분명 탐험이거나 분투 혹은 생존이었을 텐데, 잡담하듯 늘어놓는 글의 뉘앙스 덕분에 키득대며 읽다보면 내 안에 있던 소심함도 슬며시 얼굴을 들이밀고 같이 웃는다. 마음을 대/중/소로 나누었을 때 ‘대’심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와 우리들은 ‘소’심과 ‘중’심 사이를 오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상태로 그럭저럭 어른까지 살아남았으니 우리는 앞으로 다 큰 개복치처럼 세상을 유영하며 즐길 일만 남아있는 건 아닐까.
- 전아론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작가)
개복치는 돌연사 전문 생물체다. 염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쇼크로 죽고, 바다거북과 부딪힐까 겁먹어 죽는다. 여기 그런 ‘인간 개복치’가 있다. 저자 이정섭은 사람에게 질문해야 하는 기자였는데, 말 거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 기자를 그만뒀다. 그러나, 바다를 떠나지 못한 개복치처럼 여전히 글을 끼적이고 있다.
이 책은 소심한 인간 개복치의 사회 적응기이자, 동료 개복치에게 보내는 장문의 응원 편지다. 페이지마다 적정량의 유머와 우울, ‘소심이’ 특유의 배려가 담겨 있어 조금씩 피식거리고, 조금씩 멜랑꼴리해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내게 있는 ‘개복치’적인 면이 우리 공동체에 도움이 될 거라는 위로도 받았고, 개복치들이야말로 인류 공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전복적 결론마저 얻었다. 그러니 ‘개복치’들이여 이 책을 집어 드시길.
“그나저나, 저자 님. 제가 평소에 잘못한 거 없죠?” 누군가와 헤어질 때 항상 이런 말을 덧붙이는 이라면,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 최민석 (『꽈배기의 맛』, 『고민과 소설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