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코를 자극하는 냄새는 소고기다. 잘게 썬 소고기에 갖은 양념을 했다. 소고기와 더불어 팽이버섯 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팽이버섯은 소고기와 함께 볶았다. 벌써 혀끝에 아련한 맛이 느껴온다. 소고기팽이버섯볶음 뒤로 오이와 부추가 풋풋한 내음을 자랑한다. 오이부추무침 뒤에 따라오는 냄새는 늘 그렇듯이 김치 냄새다. 이제 몇 걸음 안 남았다. 미역 내음이 진하다. 미역 사이로 작은 새우들이 꿈틀거리는지 새우 냄새도 짙다.
--- p.51
나는 밥과 반찬을 다 먹고 미역국도 모두 싹싹 비웠다. 아름이는 미역국에 든 새우 두 마리를 남겼다.
“헐, 넌 그 까칠한 국물용 새우도 다 먹었어?”
혜나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봤다.
“지민 승! 아름 패! 지민이 한 수 위네.”
아름이는 젓가락으로 새우를 건드렸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 듯했다.
--- p.23
‘잘못했어’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은아는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 북극에서 얼음을 만진 듯했다. 은아가 나간 문에서 찬바람이 불어서 나를 휘몰아쳤다. 다음 날부터 은아는 나와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여전히 은아는 혼자였고, 나는 여전히 아름, 윤지, 다미, 혜나와 함께 밥을 먹었다.
--- pp.39~40
영양사 선생님이 날카로워졌다. 밥을 먹는데 곳곳을 돌아다니며 잔소리를 하셨다. 예전에는 식당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묵묵히 이곳저곳을 보기만 하셨는데 식당 먹을거리에 대한 못마땅한 말들이 많아진 뒤부터 곳곳을 돌아다니며 잔소리를 해댔다. “오늘 왜 이럼?”, “이걸 먹으라고?”, “또 가게 가야겠네.”, “빵순이 진짜 빵이다, 빵!”
--- pp.56~57
이제 나는 늘 혼자 밥을 먹는다. 수백 명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 혼자 먹는 학생은 나밖에 없다. 외톨이인 학생이 나뿐 아니겠지만 다른 외톨이들은 혼자 먹기 싫어서 웬만하면 식당에 오지 않기 때문에 홀로 먹는 학생은 나밖에 없다. 늘 혼자 밥을 먹던 은아는 어떻게 사귀었는지 모르지만 다른 반에서 단짝을 만들었다. 은아가 외톨이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전교생에게 외톨이임을 드러내며 밥을 먹는 사람은 나만 남았다. 그렇지만 나는 굴하지 않는다. 외톨이를 불쌍하게 보는 눈길에 마음이 조금 쓰이긴 하지만, 밥 먹는 기쁨이 훨씬 크기 때문에 꿋꿋하게 혼자 먹는다.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