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의식의 바다 속에 잠긴다.
그런 때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그저 해파리처럼 떠 있을 뿐이다. --- p.13~14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좋은 쪽으로 꾸역꾸역 끼워 맞춰 생각한다면 물론 좋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자기 최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뿐이다. --- p.30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 p.37~38
약해졌을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상태가 좋을 때는 간과하고 보고 싶지 않은 자잘한 것이, 약해졌을 때는 벽에 묻은 얼룩처럼 확실하게 눈에 띤다. --- p.59
살고 싶어, 살아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은, 그런 향기로운 냄새였다. 페로에게서도 나는 그 냄새. 햇볕을 넉넉히 받은 행복한 개의 냄새. 사람의 보살핌 속에, 사랑받고 지내는 것의 냄새. 그래, 느껴져, 나는 살아 있어, 말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충전되었다. --- p.61
오카와 씨의 예리한 관찰력이 이런 때는 무척 유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색에 맞춰 보는 게 아니라, 전부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 --- p.64
솔직하고, 그 자리를 즐겁게 하는 것. 사실은 힘들어도, 인생을 물놀이를 하듯 헤쳐 나가는 척하는 것. 괴로워 보이는 사람에게도 명랑하게 인사하고, 반짝거리는 것을 발산하는 것. --- p.82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술에 취한 것처럼 사랑에 취해서, 많은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피차 어머니를 잃었고, 소중한 사람이 빠져나간 구멍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 p.96
힘내, 젊은 아빠와 엄마, 저래서 괜찮을까? 아니, 괜찮을 거야.
이 저녁 하늘이, 투명한 공기가, 샛별이, 돌아가는 길의 십오 분 동안에 두 사람을 아빠와 엄마로 키워 줄 것이다. --- p.108
우리는 사실은 서로를 시샘하고, 깎아내리고, 상대의 목숨을 파먹으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에 거는 사람들도, 아주 조금이지만 있다.
--- p.145~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