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한 시인이 천국으로 떠났다. 조의금이 몇백 걷혔다. 생전에 그렇게 '큰돈'을 만져본 적 없는 시인의 장모는 가슴이 뛰었다. 이 큰돈을 어디다 숨길까. 퍼뜩 떠오른 것이 아궁이였다. 거기라면 도둑이 든다해도 찾아낼 수 없을 터였다. 노인은 돈을 신문지에 잘 싸서 아궁이 깊숙이 숨기고서야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시인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추울 거라는 생각에 그 아궁이에 불을 넣었다. 타오르는 불길속에 푸르스름한 빛이 이상했다. 땔나무 불빛 사이로 배추 이파리 같은 것들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조의금은 그렇게 불타버렸다. 다행히 타다 남은 돈을 한국은행에서 새돈으로 바꾸어주어, 그 돈을 먼저 떠난 시인이 '엄마야'며 따르던 팔순의 장모님 장례비로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시인은 늘 '엄마'의 장례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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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리랑은 징징 짜는 슬픔의 노래나 한의 가락만은 아니다. 단장의 설움마저도 한사코 가라앉히고 곰삭여내며 마지막에는 마알갛게 우러나오게 하는 그런 화사한 민족의 노래이다.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과 이별과 놀이가 뒤섞여 있지만 거기 미움과 증오는 없다. 갈등은 있어도 원망과 비탄은 없다. 끌어안고 감쌀 뿐이다. 하물며 이데올로기 따위의 셈법이 있을 리 없다. 여기에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위대성이 있다. 정선아리랑은 더욱 그렇다. 그냥 자연스럽고 순한 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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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리랑은 징징 짜는 슬픔의 노래나 한의 가락만은 아니다. 단장의 설움마저도 한사코 가라앉히고 곰삭여내며 마지막에는 마알갛게 우러나오게 하는 그런 화사한 민족의 노래이다.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과 이별과 놀이가 뒤섞여 있지만 거기 미움과 증오는 없다. 갈등은 있어도 원망과 비탄은 없다. 끌어안고 감쌀 뿐이다. 하물며 이데올로기 따위의 셈법이 있을 리 없다. 여기에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위대성이 있다. 정선아리랑은 더욱 그렇다. 그냥 자연스럽고 순한 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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