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를 구해준 것, 마음을 활짝 열고 더 큰 무언가를 믿으라고 나에게 요구해온 것은 내 아이들과 그들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 밖의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지금은 서로 끌어안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식량을 등에 지고, 마스크를 쓰고, “안전해라. 건강해라” 하고 말하면서, 우리 앞에 솟아 있는 산들을 올라가야 한다. 떠나지 마라. 언제까지나.
--- p.38~39, 「경계와 굴복」 중에서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어서, 내 은퇴 생활은 이런 것 같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다, 젠장. 앉아 있다, 젠장. 창밖을 내다본다. 우편물을 기다린다. 그냥 지루해서 이웃집을 몰래 흘낏거린다. 햇볕이 따뜻하면, 가로세로가 5미터쯤 되는 우리 집 뒷마당에 나가 모든 풀의 이름을 말하고 옹벽에서 떨어져 나온 벽돌 조각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마당을 거닌다.
--- p.72, 「앉아 있다, 젠장」 중에서
우리 가족은 살아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않았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병실에서 죽어가는데 손을 잡지도 못하고 전화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처지도 아니다.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의식인 장례식을 연기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샤워를 하면서 운다. 아마 세계 도처에서 수백만 명이 욕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울 것이다.
--- p.151, 「현재 시제로 기념하기」 중에서
아마도 당신은 창턱에서 꽃을 가꾸기 시작했을 것이다. 씨앗을 심을 때는 희망을 갖지 않기가 어렵고, 적어도 당신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씨앗이 흙을 뚫고 나와 햇빛을 향해 잎을 벌리면, 당신은 무엇 때문인지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 p.155, 「아마도」 중에서
매일 저녁 6시 55분 나탈리의 고양이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제 목숨을 걸고 있는 의료 종사자들을 성원하기 위해, 창문에서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를 기대하며 창턱으로 뛰어오른다. 나탈리는 창문을 연다. 소리를 지르기 위해, 숨을 쉬기 위해.
--- p.236, 「느닷없이 닥친 재난」 중에서
내가 허공을 지나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그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은 바로 그때다. 그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서로 화음을 맞춘다. 마흔 마리가 넘는 아버지의 카나리아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저녁 노래를 힘차게 부르고 있다. 집에서는 마치 열대우림 같은 소리가 난다. 짹짹, 삑삑, 날개 퍼덕이는 소리, 휘파람처럼 지저귀는 소리-그것은 이 고통의 계절에 아버지를 살아 있게 해주는 밤의 합창이다.
--- p.366~367, 「희망이 노래한다」 중에서
팬데믹은 끝날 것이다. 우리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뒤에 남기고 온 것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미지의 미래 속으로 미소와 허공에 날리는 손 키스와 감사의 말과 희망의 선물을 가져갈 것이다.
--- p.362~363, 「믿음을 멈추지 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