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아이디어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 어마어마한 기쁨이다. 한 예로 아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면 도움을 주거나 그에 대처할 수 있다. 아이가 갈망하거나 거부하는 것, 선호하는 것과 상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아이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아이에게서 대화의 단초가 될 만한 말을 포착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다. 이때 우리가 할 일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사람들은 좋은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외적인 요소를 통해 유대를 확인한다. 몸이 서로를 향한 채 눈을 바라보며, 이따금 몸이 닿기도 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눈빛과 상냥한 표정, 미소 등의 신호에서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드러난다. 아이와 나눈 좋은 대화는 기억에 남으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감정적 의미를 형성해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자녀와의 사이에 친밀감이 형성된다. 눈 내린 어느 일요일 아침 침대에서 함께 코코아를 마시며 나눈 대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 「1장 거리를 좁혀주는 좋은 대화」 중에서
부모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 아이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줄 때 아이의 자존감이 자라난다. 심리학자이자 비폭력대화의 창시자인 마셜 B. 로젠버그 박사는 《자애로운 자녀 양육》이라는 저서에서 아들 브렛이 네 살이었을 때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빠가 왜 너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니?”라는 질문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이제 아기 변기를 혼자 화장실에 가져다둘 수 있어서요”
아들의 대답을 들은 아빠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네가 그 일을 할 줄 알게 된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너를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그러면 제가 밥 먹을 때 음식을 바닥에 던지지 않아서요?”
“물론 그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것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니야.”
그리고 마침내 아빠는 아들에게 답을 들려주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그저 네가 너이기 때문이야!”
이 말에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이후 이틀 동안 틈만 나면 아빠에게 달려와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내가 그냥 나라서 사랑하는 거죠? 아빠, 아빠는 그냥 내가 나인 게 좋은 거예요.”
--- 「1장 마음의 문을 여는 마법」 중에서
부모는 아이가 자신과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자연스런 감정이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인생길을 함께 걷고 지지하는 역할을 할 뿐 공생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가 느끼는 나쁜 감정을 없애줄 수 없으며, 아이에게 난관이 닥칠 때마다 해결책을 들이밀어서도 안 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 경청을 통해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아이의 자신감을 강화하고 자기효능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 「1장 적극적 경청」 중에서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며 의사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인사는 상냥하게 해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눈을 보아라’, ‘또박또박 이야기해라’, ‘상대의 말을 들을 때는 귀를 기울여라’라고 말하며 예절과 배려의 의미를 설명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도 자녀를 양육한다. 그리고 이런 부모의 행동은 아이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모가 친절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인사를 건네고,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자녀들에게 설명한 규칙과 부모의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부모가 스스로 새기고 있는 규율을 가르칠 때 아이들은 그 행동을 본받을 가능성이 크다.
--- 「1장 부모가 가르쳐주는 진정 어린 대화법」 중에서
회피하는 아이의 태도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은 욕구로 이해하는 부모에게서는 수용하는 태도와 애정이 묻어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아이가 꺼리는 대화를 억지로 시도하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다만 아이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더라도 아이와의 연결고리는 유지해야 한다. 보드게임이나 산책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굳이 아이의 고민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관심을 품고 있으며 곁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종종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핵심은 든든한 지원군인 부모가 곁에 있다는 걸 아이가 느끼는 일이다. 대화 상대가 아닌 부모라는 존재 그 자체로 말이다.
--- 「2장 아이가 입을 닫아 버릴 때」 중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뒤에는 아이와 약간의 거리를 두되 애정 어린 태도로 이전의 갈등 상황에 관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이때 아이가 달리 행동하기를 바라는 이유도 설명해주면 더욱 좋다. 같은 눈높이에서 사실 관계를 설명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에 대체로 납득하는 태도를 보인다. 다시금 아이를 비난하거나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는 낌새를 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쾅 닫아버리거나 주변을 어지르거나 그 외에 조화와 질서를 깨는 행동을 할 때 우리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충분히 여유를 갖고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 「2장 갈등 상황에서의 대화」 중에서
말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방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물론 아이는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거의 100프로 감정이 폭발한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밖으로 나가 잠시 타임아웃을 갖는 편이 낫다. 아이에게는 나중에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말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가 갈등을 종료시키고 발을 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하면 아이도 부모가 잠시 의식적으로 벗어나는 것임을 인지한다. 감정이 누그러질 때까지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 「2장 다툼의 덫: 당면한 주제에서 벗어나기」 중에서
자칼은 다른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대화 상대에게 두려움이나 죄책감, 수치심 같은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이를 처벌한다. 그로 인해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계속해서 다툼만 유발한다. 반면 기린의 언어는 공감 어린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린은 아량을 품은 육지 동물로, 기다란 목을 가진 덕분에 넓은 시야로 상황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기린은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감정에까지 이르는 통로를 갖고 있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다른 이들의 욕구를 존중할 줄도 안다. 기린의 언어를 쓰는 사람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명령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의사를 진솔하게 표현한다.
--- 「2장 자칼과 기린: 비폭력 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