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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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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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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56g | 135*205*18mm
ISBN13 9791157068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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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의 삶:

마음속 한편에 작게 빛나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이 모든 황당하고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꼭 누군가는 한국의 무슬림을 기록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종교인이 아닌, 그래도 나름의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이들의 삶을 묵묵히 기록해두면 언젠가는 우리를 위해서 꼭 필요한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혼자서 떠돌아야 했던 그 시간은 나 스스로가 ‘보이나 보이지 않는, 아무도 자신을 보려 하지 않는’ 그런 존재를 경험해본 시간이었다.
--- p.68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낯설기 때문에 두렵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누군가가 사회 한쪽에서는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이는 이들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또 어떤 이는 이들이 약자가 아니라 주장하며 우리 사회에서의 분리를 요구한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 절대로 유입되지 않게 막자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이슬람 세계의 경제적 잠재력과 교류 이익을 보며 상호 우호적 관계를 수립하거나 확장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방인과 어떤 장르에 서 있는 것일까.
--- p.97

그들도 사람인데 단지 이슬람을 믿을 뿐:

단지 다른 국가에 살며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뿐인데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사람이었고 무슬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을 내보여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감히 무엇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논하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이 있고 그 누군가로 인해 불행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으니 누군가는 꼭 이들 모두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관찰자에게서 벗어나 조금 더 파고 들어간다는 것이 무슬림 옆에 서서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슬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작업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단순히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것에서 그 모든 관계의 심연을 꼭 들여다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 p.197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가:

화면을 보면서 걱정과 함께 묘한 불편함이 생겼다. 그래서 불편함의 시작점이 무엇이었을까 온종일 생각해보았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아시아 혐오를 담은 동영상의 구도와 내가 본 무슬림 동영상의 구도가 묘하게 겹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규탄하던 그 장면이 화면 속 주체와 객체가 바뀌어 등장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불쾌감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며 용솟음쳤다. 우리도 약자의 위치에 서 있었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왜 이렇게까지 타인을 배척하고 상처를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 질문을 나 자신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 p.103

우리는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방인이라는 단어는 참 신기하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서 있든지 그대로의 나인데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철저한 이방인이 되기도 하고 이방인 곁에 서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방인을 밀어내는 다수가 되어 있다. 이방인이기도 했었고 이방인 곁에 서 있어보기도 한 나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피부가 하얀 이방인과, 잘 모르지만 무서운 종교를 믿으며 낯선 언어를 구사하는 이방인을 과연 우리는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는가. 우리가 쓰고 있는 안경은 어떤 색으로 다른 사람을 보게 하며 우리는 왜 그런 색을 선택했는가. 우리는 지금도 답을 찾고 있다.
--- p.164

진정한 의미의 공존은 서로를 인정하는 것:

반복해서 논하고 있는 ‘공존’은 ‘양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주민과의 공존에는 상호 교환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이주민 유입과 사회 갈등을 논하다 보면, 모든 갈등 상황의 잘잘못이 확실하게 구별되고 해답이 명확하게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측 입장에 모두 공감할 수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일방적 배제나 수용이라는 관점으로는 갈등의 폭발이라는 결말로 치닫는 것이다. 결국 공존이라는 단어에 숨겨져 있는 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상호 교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일 테다.
--- p.117

남은 거리 0미터 혹은 무한대: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단순히 ‘있구나, 아름답구나, 신기하구나’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들여다보니 보였고, 보고 나니 앞으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왜 우리는 이슬람과 무슬림이 싫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가 직접 대면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타인을 향한 불편한 감정이 숨어 있는 심연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결국은 우리의 마음, 우리의 수용성, 우리의 시스템, 우리의 사회 안전망을 논하는 것이다. 이방인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방인 곁에 잠시 서보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마음으로 공감하고 이성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않을까.
--- p.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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