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넘나드는 배움을 일으키는 교육을 펼치고자 한다면, 지식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변화하는 과정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에 마음을 쏟아야 한다. 문제를 직면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면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기에 매 순간 자신의 가르침에 직면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넘나드는 배움에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 p. 7
수업을 교과 중심, 교사 중심, 학습자 중심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수업의 효율성을 판단함에 어느 쪽이 더 유용하고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배움의 과정에서 그 변화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배움은 늘 유동적이고 다방향적이기 때문에 가르침은 늘 배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만다. 늘 급변하는 배움을 세심하게 감지해내고 학습 환경을 수시로 바꾸어주지 않고서는 제대로 가르침을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43쪽
수업 전문가들은 수업을 많이 하기보다는 수업을 많이 보아왔던 사람들이다. ‘수업 비평’의 이혁규 교수나 ‘아이의 눈으로 수업 보기’의 서근원 교수, 그리고 ‘배움의 공동체’ 사토 마나부 교수 등은 수많은 시간을 수업 참관에 힘을 쏟아왔다. 지금도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함께 수업 보기를 계속한다. 그들은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대하여 많이 알아야 하고, 수업에 대하여 알기 위해서는 수업을 많이 보아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실천과 경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 p.65
삶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수업 보기는 ‘무엇’과 ‘어떻게’에 관심을 둔다.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며,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가’를 물을 뿐이다. 그래서 배움과 가르침 앞에 교사와 아이는 늘 도구이고 수단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수업의 모든 장면을 글로 쓰고, 인터뷰도 하고,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고, 내면까지 들여다보려는 시도마저도 그 속에 삶이 빠져 있다면 도구일 수밖에 없다. 설령 수업에서 보고 싶은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바탕은 보지 못한 것이다.
--- p. 81
삶이 넘나드는 배움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육과정을 이리저리 쪼개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만드는 것에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집중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무엇을 얼마만큼 끌고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재구성의 출발점이 된다. 한 해 동안 아이의 삶에서 꾸준히 실천해나가야 할 것과 단기간에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한다. 이를 위해서 수업의 내용들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고 그에 걸맞게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지를 생각한다.
--- p. 95
넘나들며 배우기 교육과정의 큰 흐름이 시즌제 운영이라면, 시즌 안에서는 ‘이야기-수업 활동-마을 활동-수업 읽기’의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시즌 초반에는 책 이야기로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삶의 이야기가 무르익게 되면 수업 활동과 마을 활동이 서로 넘나들면서 배움의 깊이가 더해진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삶이 넘나드는 배움이 일어나면서 이야기와 삶이 하나로 어우러지는데, 교사와 아이들은 수업 읽기를 통해 흐름을 살피고 배움을 향해 나아간다.
--- p.100
수업 활동 속으로 이야기가 흐르면서 이야기와 수업 활동이 연결되고 교과와 교과, 단원과 단원, 차시와 차시로 나누어져 있는 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단단히 묶인다. 단순히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야기가 수업 활동 속으로 들어와 과학과의 ‘생물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갈까요’라는 물음으로 흐르고, 사회과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가, 국어과의 ‘해결의 방법이 드러나게 글쓰기’와 미술과의 ‘관찰과 발견’으로 표현된다.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수업의 방향과 내용이 만들어지면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 p.123
넘나드는 배움의 교육과정이 교실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면 교실은 협업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굳게 닫힌 교실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교사와 교사 사이에 주체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서로를 존중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주체들의 고유한 빛깔을 잃게 하는 동질화보다는 다양한 빛깔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려 할 때, 학교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성을 회복하게 된다.3
--- p.149
삶이 넘나드는 배움은 80분 단위의 블록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오전에 두 블록, 오후에 한 블록이 진행되는데 80분과 80분 사이에는 3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80분 동안 이루어지는 수업에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0분의 쉬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이 40분 단위의 수업보다 80분 단위의 수업이 좋다는 걸 금세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 179
교과서가 수업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면 이야기를 공급하려는 사람과 이야기를 소비하려는 사람으로 나뉘게 된다. 그 속에서 이야기는 상품이 판매되는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유통된다. …(중략)… 따라서 교과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교실이 소비의 공간이기를 거부하는 일이다. 또한 아이들이 가지고 들어온 날것들을 가지고 배움을 엮어가는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교사의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 p. 221
평등경제와 자유경제 마을 활동의 경험에 비추어 『어린왕자』를 다시 살펴본 아이들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경제 마을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을 나눈다. 평등경제와 자유경제 마을 활동에서 경험한 장점들은 살리고 단점들을 보완하는 공정경제 마을 활동을 모두가 함께 기획한다. 마을법률을 만들기 위하여 임금, 토지, 세금, 직업, 빈부격차 해소, 기타 안건 등으로 소위원회를 결성하고 법안을 제안하고 전체 회의를 거쳐서 공정경제 마을법률로 확정해나갔다.
_ 6장 넘나며 배우기 시즌 2 경제 마을 활동
--- p.240
마을 활동의 결과를 정리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연설문을 쓰고 발표를 하였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있는 연설문을 참고해서 글을 작성해나갔다. 쓰고 지우기를 여러 번 거듭한 끝에 완성된 연설문을 모두가 낭독하였다. 말만 무성한 환경 교육이 아닌 지속적인 환경 실천을 위해 ‘탄소발자국 기록장 쓰기’를 방학 과제물로 제시하였다. 배움이 교실 안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온 삶에 배어나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을 활동은 배움이 ‘교실 속 마을 활동’이 ‘교실 밖 마을 활동’으로 확대하여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다.
--- p. 287
공간을 열어가는 수업을 실현한다는 것은 기존에 행하던 수업 방식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동안의 익숙한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낯섦으로 뛰어드는 일이며, 주변 사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용기 있게 때로는 무모하게 감행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서툴고 힘겨움을 이겨내는 시간이 필요하듯 공간을 열어가는 수업 또한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과 애씀을 필요로 한다.
--- p. 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