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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중고도서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 L’extraordinaire voyage du fakir qui etait reste coince dans une armoire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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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34g | 147*210*20mm
ISBN13 9788984372658
ISBN10 898437265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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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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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양영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벨과 세바스찬》, 《센트럴파크》, 《내일》, 《탐욕의 시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그리스인 이야기》, 《물의 미래》, 《빈곤한 만찬》, 《미래의 물결》, 《식물의 역사와 신화》, 《잠수정과 나비》,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페스트와 콜레라》, 《행복을 철학하다》, 《신의 탄생》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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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텔은 잠시 눈앞에서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는 광경을 관찰했다. 현대적인 것에 대한 모든 경험은 양어머니 시링그의 집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본 할리우드와 볼리우드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파텔이 현대 기술의 보석이라 생각했던 인공적인 것들이 유럽 사람들에게는 한낱 보잘것없는 조형물일 뿐이며,

아무도 자동 유리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종류의 시설이 키샨요구르에 있었다면 파텔은 매번 유리문을 지날 때마다 감탄스러운 마음으로 그윽하게 바라보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 버릇없는 사람들이 됐나 봐.’
파텔은 속으로 생각했다.
-20p

이케아 씨는 민주적 성향의 서방 국가에서 온 사람치고는 어느 모로 보나 당돌하다고 할 수 있는 영업 방식을 택했다. 이케아가 좋든 싫든 매장 전체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서 하는 말이었다.

가령 제일 아래층에 위치한 셀프 서비스 코너에 가려면 일단 2층으로 올라가 끝없이 이어지는 긴 복도를 따라가야 했다. 가는 길에는 누가 더 멋있는지 뽐내고 있는 다양한 견본 침실, 거실, 주방을 보며 지나야 했고, 그다음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식당을 지나야 했다. 식당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미트볼, 연어 샌드위치 등을 안 먹고 지나치는 사람은 몇 없을 테니 말이었다.

식당을 지나고 나야 비로소 목적지인 셀프 서비스 진열대에 도착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나사못 세 개, 볼트 두 개를 사려고 왔던 사람이 네 시간 후 주방가구 일습과 소화불량까지 덤으로 얻어 돌아가는 꼴이 되기 일쑤였다. 스웨덴 사람들은 영리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혹시라도 정해진 방문 궤도에서 이탈하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그랬는지 바닥에 노란 줄까지 그어놓는 철저함을 보였다. 덕분에 파텔은 가구의 제왕이 옷장 위에 저격수를 매복시켜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층을 돌아다니는 내내 노란 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다.

-23~24p

“하나만 더 묻죠.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째서 못 1만 5천개짜리 침대가 2백 개짜리보다 값이 3배나 더 싼 거죠? 게다가 훨씬 더 위험하고요.”
매장 점원은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 안경테 너머로 파텔을 넘겨다보았다.

“질문을 이해 못하셨나 보군요. 제 말은 어떤 바보가 값은 더 비싼데 훨씬 덜 안락하고 위험한 물건을 사겠냐는 말이었습니다.” “합판에 미리 그려진 1만 5천 개의 구멍에 못을 박느라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마 그런 질문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고 나면 값이 약간 더 비싸고 안락하고 더 위험한 2백 개짜리 모델을 사지 않은 걸 후회할 테고요.”

-31p

침대 밑으로 들어오기 몇 시간 전, 주문을 마치고 나자 그제야 시장기를 느낀 파텔은 식당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정확히 몇 시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실내에서 태양의 움직임을 읽을 수도 없었다. 언젠가 또 한 명의 사촌인 파크만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시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시계가 없다 보니 자신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머물렀는지 가늠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획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케아 매장 역시 벽에 시계라고는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혹시라도 꾀 많은 고객들이 잔머리를 굴릴 것을 미리 대비해서 판매용 벽시계조차 배터리가 들어 있지 않은 걸 보아 카지노에서 쓰는 수법을 베껴 쓰는 모양이었다. 파텔에겐 벽시계가 있든 없든 더 이상의 지출을 한다는 건 형편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35p

파텔은 비라지가 그의 나라를 떠난 건 유명 가구점에서 침대를 하나 구입하는 식의 사소한 이유 때문이 아니란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수단 출신의 비라지는 소위 ‘잘사는 나라’에서 인생 역전 기회를 잡기 위해 가족들을 남겨둔 채 먼 길을 떠나온 것이었다. 그가 밀입국자 신세가 된 건 빈곤과 기아가 쌍둥이 질병처럼 싹이 터서 모든 것을 부패시키고 황폐하게 파괴해 버리는 별 볼일 없는 곳에서 태어났다는 점뿐이었다.

수단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은 경제적 침체를 가져왔고, 때문에 많은 사람들(특히 신체 건강한 사람들)은 이민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사람들조차 고국을 등지고 나니 힘없는 사람, 죽도록 매 맞고 쓰러져서 총기 빠진 눈만 껌뻑이는 짐승처럼 불쌍하게 변해 버렸다. 모두 잔뜩 겁먹은 아이들이 되고 말았다.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건 모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뿐이었다.

-79~80p


파텔은 혹시라도 택시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면전에 다시 한 번 아이스박스를 날리면 어쩌나 싶어 아무도 모르게 살짝 눈을 떴지만 이미 상황은 너무 늦어 버렸다. 죽은 시늉을 너무 오랫동안 한 모양이었다.

파텔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거울의 반대편, 즉, 짐 가방을 보관해 주는 창고에 들어와 있었다. 계속 가방을 토해내는 기계가 벨트가 한 바퀴 다 돌도록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하찮은 트렁크처럼 그를 꿀꺽 삼켜 버렸던 것이었다. 순간 얼굴에서 찢어질 듯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파텔은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충격의 순간 아이스박스에서 쏟아져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수히 많은 작은 얼음 조각들이 사춘기 소년 시절 그의 얼굴에 무섭게 돋아났던 여드름 상처 자국들 속에 알알이 박혔다.

-117~118p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지.’
파텔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파텔은 그저 이 비행기가 누벨 칼레도니아엔 가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먹을 거라곤 엔사이마다 반쪽이 전부인 채 1미터 20센티미터짜리 트렁크에 쪼그리고 앉아 32시간을 버텨야 하는 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머리가 아래쪽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정말 참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수하물 담당자들이 트렁크를 옆으로 세워두었기에 비록 무릎이 거의 입안으로 들어올 지경이었지만 잠자기엔 적합한 자세였다.

파텔은 트렁크가 자신의 관이 되지 않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파텔이 수천 년 동안 이어 내려온 화장 전통을 따르는 대부분의 힌두교 고행자들과 달리 매장을 원한다 해도 그는 매장의 순간이 최대한 늦게 찾아오기를 바랐다.

-134p

파텔은 청년 앞에 쭈그리고 앉아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이었다. 여행은 시도해 볼만 하다고도 말해주었을 것이었다. 그와 비슷한 친구들, 이 순간 주머니 속에 프랑스의 슈퍼마켓, 원하는 모든 게 넘치도록 널려 있고, 양면 모두가 인쇄된 지폐 몇 장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당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산 초콜릿 과자를 잔뜩 쑤셔 넣은 채 영국으로 가는 트럭에서 덜컹거리고 있을 친구들이 있다고도 말해주었을 것이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견뎌야 하며 약속의 땅은 바다 저쪽, 열기구로 몇 시간을 날아가는 곳에 있다고, 그곳에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말했을 것이었다. ‘잘사는 나라들’은 일종의 초콜릿 상자이며 꼭 경찰과 맞닥뜨리란 법도 없다고 말해주었을 것이었다. 게다가 그곳 경찰들은 그가 떠나온 마을의 경찰들처럼 커다란 막대기로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고도 말했을 터였다. 특히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을 것이었다.

-230~231p
_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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