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로, GEMAC』의 또 다른 매력은 작품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되는 탄탄한 디테일 묘사다. 단순히 이론이나 신기술을 나열하는 차원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정합성을 형성하여 상황이나 설정에 대한 설득력을 극대화한다. 하드 SF로서 거의 교과서적인 모범을 보인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덕분에 작품에 대한 몰입이 수월하다. 의외로 많은 SF들이 별로 성공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경계 너머로, GEMAC』은 요즘의 한국 창작 SF계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수작이다. 작가가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역작을 꾸준히 생산해 내리라는 예감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게 될 것이다.
-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경계 너머로, GEMAC』은 분명 SF소설이다. 역할과 성격이 분명한 주인공과,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는 발생할 것 같은 내용을 상상해서 써내려간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이게 정말 소설일까 하는 의구심이 반복해서 들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다녀온 후 실제로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 같은 구체성, 현실 세계의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과 태도를 실제 상황을 목격하고 받아 적은 것 같은 현실성, 그리고 과학 기술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무리하지 않은 사실감. 이 모든 것이 수십 년간 신기술을 연구하고, 신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며, 그 기술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제도권의 한계와 싸워온, 작가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 그리고 필력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게 아닌가 한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근 미래에 대한 예언서이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 연구원이 작성해야 하는 미래 사회 보고서의 바이블이며, 과학기술의 규제 샌드박스를 위해 정부 관계자가 필독해야 하는 기술 혁신을 위한 제언이다. 한 번, 두 번, 아니 열 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 류형규 (컬리 CTO)
『경계 너머로, GEMAC』은 묵직하다.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가 이미 겪은 팬데믹 시대의 암울함을 배경으로 성찰 없이 폭주할지 모를 과학기술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내겐 이 모든 게 계층화된 존재들에 관한 윤리적 논점이다. 인간과 지맥의 관계는 평택 단지 안팎의 사람들이나 경계 내부와 그 너머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얼마나 다를까? 이 작품을 읽으며 계속 떠올린 질문이다. 컴퓨터를 매개로 한 넥서스 간의 통신, 넥서스끼리의 직접 통신, 레아의 해킹과 악성코드 배포 등, 작품 속 IT 기술은 그 디테일이 생생하다. 작가가 뛰어난 엔지니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IT 관련 지식이 있는 독자들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합성 생물을 활용해 증강동물을 구현하는 게 가능한지는 의문이나, 이는 과학기술의 전문가인 작가가 현실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치는 상상의 세계이리라. 전윤호의 『경계 너머로, GEMAC』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 윤태웅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초대 대표)
생각으로 침팬지 군단을 조종하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거대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라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잖아?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작가는 거대한 철학적 질문을 준비해 놓고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인류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 김필산 (과학 유튜버/SF작가)
4년 넘게 한 달에 한 권 멤버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는 일은 큰 숙제였다. 과학(science)을 좇으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느라 힘들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소설(fiction)을 좇으면 SF란 무엇인가, 이 작품을 SF라고 할 수 있는가 질문이 이어지곤 했다. 유명한 고전이나 최근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중에서 골라도, 이번에는 번역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았다. 『경계 너머로, GEMAC』에 등장하는 과학기술은 흥미롭고 설득력 있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는데, 인류가 기술을 어느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매달 찾아 헤매던 과학(science)으로서의 재미와 소설(fiction)로서의 재미를 다 갖춘 과학소설(Science Fiction), 심지어 '한국 작가'의 하드 SF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방영화 (트레바리 YES, SF! 클럽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