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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중고도서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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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70g | 128*205*19mm
ISBN13 9791197504198
ISBN10 119750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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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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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말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보고 듣기도 하는데요. 굉장히 특별한 고백으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너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반대로 그렇기에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테고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를 개성적으로, 나다운 것으로 만드는 큰 힘이 되니까요. 네가 어떤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네가 아주 멋지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저 네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하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참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죠?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만큼 어려운 것이 없으니까요. 좋은 시는 언제나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아주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 p.44~45

생각을 계속 손에 쥐는 거예요. 이미 끝나버린 것을 알면서도, 이미 끝나버렸기에 더 오래 생각을 하고, 생각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그 생각들은 작고 동그랗지만 가차 없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을 이만큼 절묘하게 잘 그려낸 시는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사랑이든 사랑의 아픔이든, 다른 무엇이든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무슨 생각을, 그리고 어떤 일을, 다 끝나버리고도 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나요? 그 생각 자체를 그만둘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계속 이어가는 만큼, 어떤 마음은 계속 살아 있는 것일 테니까요.
--- p.144

가만 보면 이 시는 참 비밀이 많아요. 우리는 이 시를 읽는 것만으로는 이 슬픔의 근원도 죄악감의 근원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어떤 슬픔이 그렇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슬픔은 다른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파악할 수 없죠. 한 사람의 슬픔이 들켜버리게 된다면,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그것을 나누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그 한 사람의 슬픔과는 다른 것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비밀스러운 시를 읽으면서 그 슬픔과 은밀함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이 비밀스러움은 우리 삶의 진실한 순간과 매우 가까운 것이기도 한 셈이죠.
--- p.219~220

이 시는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어요. 누군가 날 감각하지 않으면, 날 만지지 않고 더듬지 않으면 그전까지 나는 아무것에도 이해받지 못하는,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고. 무덤이나 마찬가지라고. 즉 사랑받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고. 현물, 현실에 속한 생물 혹은 물건이 아니라고. 시는 말하는 겁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우리는 사랑할 때에만 살아 있다고, 그리고 사랑이란 결국 그 살아 있음, 존재함 자체라고요. 이 논리를 거꾸로 활용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살아 있는 우리, 존재하는 우리, 현물인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고요.
아까는 사랑을 증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기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사실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내가 그리고 당신이 살아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사랑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p.283~284

이 책의 제목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은 시가 우리 삶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시를 읽는 일은 다른 존재의 슬픔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아무리 밝고 희망찬 시라고 하더라도 그 시가 충분히 좋은 시라면 거기에는 얼마간의 슬픔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건 아름다움이 작동하는 방식과 관련이 깊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도 종종 슬픔을 느끼는데요. 아름다움이란 ‘손에 닿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감동하면서,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에 감동하면서, 또 말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어떤 낯선 감각을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우리는 그 아름다움이 나의 손에 닿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그 손에 닿지 않는 감각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요체이자, 아름다움이 자아내는 슬픔의 까닭입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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