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어떤 종은 빨리 늙어 빨리 죽고,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다른 종은 늦게 늙어 늦게 죽을까? 자연은 수정란을 건강한 개구리, 물고기, 흰담비 성체로 바꾸어 놓는 거의 기적 같은 일을 매일 밥 먹듯이 해낸다. 그에 비하면 성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훨씬 쉬울 것 같은데 어째서 그건 못하는 걸까? 야생 동물들의 실제 삶에 대해 알게 되면 노화라는 이 신비로운 과정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들어가며」중에서
몇몇 조류는 수명이 아주 길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어떤 것은 이 풀머갈매기보다도 수명이 더 길다. 그런데 이들의 긴 수명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이 새들이 고령의 나이가 되어서도 장거리 바다 비행 등 삶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 요구량을 계속해서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야생의 새들은 어쩐 일인지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육체적 건강을 유지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도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서론|더넷 박사의 풀머갈매기」중에서
잠에 빠져서 몇 년 더 살 수 있다면 그런 장수를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장수다. 하지만 요즘 생의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은 수명이 짧고 급속히 노화하는 생물종들이다. 이런 종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4장 박쥐|가장 오래 산 포유류」중에서
최근에 장수하는 땅거북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보았더니 느린 대사뿐만 아니라 DNA 손상 복구 능력과 세포가 암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저항 능력이 그들의 특출한 장수에 기여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암시가 나왔다. 다만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은 암시만 해줄 뿐 확실하게 못 박아 말해줄 수는 없다. 즉 장수의 생물학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지만, 결국은 출발점일 뿐이다. 특정 장수 종에서 얻은 지식이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해당 종이 노화와의 전쟁에서 사람보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뛰어넘어 더 큰 연구가 필요한 어려운 주문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 대부분이 노화와의 전쟁에서 사람보다 실패하고 있음이 이미 밝혀진 종을 더 깊숙이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장 땅거북과 투아타라|섬의 장수 생물들」중에서
일반적으로 장수하는 종은 같은 나이의 단명하는 종보다 산소 유리기로 인한 손상이 작다. 대사속도가 느려서 유리기가 덜 만들어지거나, 유리기에 대한 보호 메커니즘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런 경향과 거꾸로 간다. 같은 나이에 이들은 산소 유리기에 의한 손상이 생쥐보다 적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다! …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산소 유리기 손상 수준이 높아도 장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가 그런 손상을 어떻게 그렇게 잘 견딜 수 있는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이 카리스마 넘치는 설치류가 우리에게 가르쳐줘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7장 두더지쥐, 휴먼피시|터널, 동굴에서의 분투」중에서
코끼리는 사람보다 50배에서 100배 정도 체중이 무겁다. 따라서 암으로 변할 잠재력이 있는 세포도 우리보다 대략 50배에서 100배 정도 많다. 코끼리는 대략 사람만큼, 특히 산업화 이전의 사람만큼 오래 산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암이 많이 생길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코끼리로부터 암 예방에 관해 무언가 배울 만한 것이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코끼리에게는 독특한 유형의 암 예방 메커니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8장 코끼리|거대한 동물의 생」중에서
우리는 7년밖에 못 사는 조개 종, 그리고 30년을 사는 종, 100년을 사는 종, 그리고 500년을 사는 아크티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개 종의 액상 세포추출물에 의도적으로 단백질 잘못 접힘을 유도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적용해보았다. 그 결과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아크티카의 단백질은 잘못 접힘을 유도하려는 시도를 매번 이겨냈다. 그 이유는 아크티카의 단백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 접힘에 저항성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더 흥미로운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크티카의 광범위한 단백질 보호 장치 속에는 이 장치를 다른 종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분자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조개 종, 심지어 사람의 단백질이라도 잘못 접힘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알츠하이머병처럼 단백질 잘못 접힘에 의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10장|성게, 관벌레, 조개」중에서
세상에서 제일 오래 산 사람이 사망한 지 20년이 넘었고, 그 후로 백세인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아직까지 그 나이까지 산 사람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가지 합리적인 생각은 잔 칼망의 나이가 인간의 수명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며, 다른 그 누구도 그 나이를 뛰어넘을 수 없거나, 뛰어넘는다 한들 그가 이미 최고의 장수 유전자, 더할 나위 없이 건강에 이로운 환경, 약간의 운이 어우러졌을 때 사람 몸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 나이를 크게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럼 나, 혹은 적어도 내 자식들이 10억 달러라는 거금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다.
---「13장|인간의 수명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