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머신에 빨간불이 들어오더니 램프가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그리고 곧이어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삐삐, 삐삐…….
주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생명력 컨디션 ‘위기’를 뜻하는 빨간불을 넘어 경보음이 울리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생명력 고갈. 이 상태에 이르면 몇 분 안에 심장박동이 멈추고 신체 기능이 정지한다. 그때는 소울을 다시 주입해도 회생이 불가능하다.
주나는 어지럼을 느끼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안 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눈앞이 빙빙 돌았다. 심장이 천둥처럼 커다랗게 뛰었다. 그것은 한정된 심장박동의 남은 몇 조각 같았다.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높은 곳에서 내리비치는 소울태양의 눈 부신 빛이 얼굴로 쏟아져 내렸다. 주나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에선지, 마음속에선지, 속삭이듯, 외치는 듯, 부드럽고 간절한 목소리가.
--- p.01, 「감마존 소녀」 중에서
“너한테 말은 안 했지만, 나 그동안 숲 근처에 자주 갔었어.”
“뭐? 숲에는 왜?”
주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 숲속으로 들어간 건 아니고 델타존 바깥에 숲으로 가는 입구에…….”
“거긴 왜?”
주나의 가슴이 다시 쿵쿵거렸다.
“누굴 만나느라고.”
“누구?”
거기서 조이가 만날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주나가 알기로는 그랬다.
“좀 특별한 사람이야.”
조이는 계속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꺼리는 듯했다.
“대체 누군데 그래?”
“……나다수라는 사람. ‘숲의 마녀’라고 불리는.”
조이가 대답했다. 주나는 걸음을 뚝 멈췄다.
--- p.08, 「숲의 마녀」 중에서
“소울시민 여러분,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울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에너지 조정계가 드디어 개발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조화와 균형의 빛을 하늘천장에 쏘아 올렸습니다. 소울시의 무궁한 영광을 상징하는 찬란한 금빛입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은 소울이라는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생화학적 기계입니다. 그 사람들이 모인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기계인 인간의 몸에 두뇌라는 조정 장치가 있듯, 사회라는 기계에도 조율 장치가 필요합니다. 에너지 조정계는 소울시라는 거대한 기계의 브레인입니다. 우리는 정확한 예측과 계산에 따른 주파수 조절을 통해 구역 내 에너지 불균형과 부조화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 구역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구심이 미소를 지으며 연설을 계속했다.
“이에 따라 세계는 더더욱 안정되고 질서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며, 우리는 노화와 질병에서 해방되어 불멸의 몸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생명의 원천이신 소울메이커의 장대한 비전입니다.”
하늘천장을 찌를 듯한 박수와 환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팔을 벌려 소리 지르며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 p.16, 「조화와 균형의 도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