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씻김 같은 소설
장편 소설 「만남, 그 신비」를 읽으며 나는 57년 전, 추천에 인색한 황순원 선생이 왜 안 영 씨를 작가로 데뷔시켰는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단편 소설로 갈고닦았던 기량을 모아, 괴테가 그랬던 것처럼 80이 넘어서야 본격 장편을 내놓는 것도 그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인 양 곱씹을수록 맑아지는 영혼의 씻김 같은 소설이 한 편쯤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의 기대를 비로소 충족시켜 준 점도 그러하다. 실제 작가인 화자와 목사로 분한 철학자이며 종교인과의 아름다운 교류는 울컥울컥 감정선을 들쑤시며 전해지는 감동으로 우리 모두를 포근히 감싸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백시종 (소설가)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영원한 순수의 소녀 안 영!
「가을, 그리고 산사(山寺)」로 시작되는, 소설가 안 영의 ‘나의 영적 교유(交遊) 이야기’를 원고 상태에서 읽었다. 요즘과 같이 물질문명의 위력이 넘치고 전자 매체의 편의가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이토록 맑고 아름다운 정신적 사랑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 자전적 소설은 젊은 시절에 산사에서 우연히 만난 인물, 수도승이자 가톨릭교인, 그리고 훗날 개신교 목사로 살다간 민지환과의 교유 및 대화를 담았다. 화자는 작가 자신인 안 실비아. 민 씨 가족의 이름은 가명이지만, 그 외에는 모두 실명이어서 작가의 정신과 내면세계를 그대로 보여 준다. 어떤 경우보다도 열정적이지만, 어떤 경우보다도 순결한 영혼의 만남. 팔순 노령에 되돌아보는 생애의 행적이지만 그 처연한 정감을 감싸 안고도 남는, 온화한 염결성이 작품의 행간에 숨어 있다. 이 소설에서 나는 문득, 성장기 이후의 일생을 살아낸 황순원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를 목격했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