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교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시기, 지역, 학교, 학습자의 수준 등을 고려해서 재조직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교과서 집필진이 이미 구성한 자료를 학급 현실에 맞추어 재구성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을 아이들의 삶과 연결하는 것이 곧 교육과정 재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 성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삶입니다. 교사가 가르치고자 하는 수업이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를 남길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수업을 계획해야지 성취기준이나 학습 목표만 바라보고 수업을 짜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을 하든 딱딱한 수업이 될 것입니다.
---「Day 1. 수업 디자인의 시작」중에서
이홍우 교수는 《지식의 구조와 교과》에서 교과는 교과답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교과답게 가르친다는 것’은 특정한 교수 기법이나 교육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가 담고 있는 지식, 기능, 태도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제시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가르치는 것을 뜻합니다.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탐구하는 과정이 바로 ‘교과를 교과답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견해에 더하여 교과와 삶을 연계하여 수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원을 중심으로 왜 이 단원을 가르쳐야 하는지, 가르칠 내용이 아이들의 삶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고 이를 수업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삶의 맥락 속에 교과의 의미가 반영되도록 수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교과에 담겨 있는 지식, 기능, 태도를 삶에 적용하여 수업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Day 2. 교과 중심 수업 디자인」중에서
프로젝트 수업과 관련된 도서를 읽다 보면 ‘디저트 프로젝트’라는 말이 종종 등장합니다. 식후에 나오는 달콤한 디저트처럼 흥미로운 학습 내용이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는 프로젝트를 빗대어 말하는 표현입니다. 흥미 중심의 수업 디자인은 디저트 프로젝트처럼 단편적인 흥미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학생의 삶에서 흥미로운 수업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놓치지 않는 수업을 하고 싶다면 수업 내용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딱 맞게 바꿔야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없고 재미있는 수업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지요. 그래서 대부분 검색부터 합니다. 예컨대, 공개수업 지도안을 작성할 때 재미있는 학습지부터 검색하지는 않으셨나요? 학습지를 찾는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허비되던가요? 좋은 수업 자료를 찾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수업 자료는 우리 반 아이들을 떠올리며 선생님이 직접 만든 자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흥미는 결국 아이들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바꾸다 보면 의미 있는 배움으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Day 3. 흥미 중심 수업 디자인」중에서
수업에 깊이를 더하는 방법은 좋은 질문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함께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입니다. 교육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이 단편적으로 교과서 지식을 전달하거나 교과서 활동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수업의 폭을 제한하면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과정이 수업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Day 4. 질문 중심 수업 디자인」중에서
지역 중심 수업 디자인은 지역의 문제를 수업으로 가져와 아이들과 함께 살아 있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수업 디자인의 초점이 지역에 있다 보니 현장 체험이나 조사, 면담과 같은 활동이 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지역 중심 수업 디자인은 평면적인 교과서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경험과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역의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을 느끼기도 하고, 지역 문제 해결에 더욱 능동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특히 고학년의 경우,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과 다른 지역과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사회 현상에 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Day 5. 지역 중심 수업 디자인」중에서
주제 중심 수업은 각 교과의 핵심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교과의 개념을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활동을 시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여러 교과를 연결했다고 해서 주제 중심 수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교과의 내용이 삶의 맥락 속에 하나의 주제로 연결될 때 비로소 통합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주제 중심 수업은 교과 수업만큼이나 사실적 지식과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충분한 교과 지식이 주제로 연결되어 통합되어야 하고,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과제를 설정하여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단편적으로 교과 개념의 공통된 키워드를 찾아 주제를 만들기보다 아이들이 배운 지식을 삶에 통합시킬 수 있는 적절한 과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Day 6. 주제 중심 수업 디자인」중에서
그 무엇보다 역량 교육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역량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호성 때문입니다. 교과와 달리 역량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분명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역량을 ‘지식, 기능, 태도가 상호작용하여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 적용할 수 있는 전이 능력’ 정도로 추정하는 논문이 부지기수입니다. 한 인간의 역량은 분절적으로 바라볼 수 없으며 이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역량 교육은 표면적으로 지향하는 하나의 방향이자 앞으로 미래 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수업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역량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식이라는 알맹이가 충실하게 열매를 맺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능과 태도가 어우러져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나타납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전에 충분한 연습과 탐구 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수업하고 아이들과 대화 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생각하는 힘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다려주는 것이 어쩌면 역량 교육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Day 7. 역량 중심 수업 디자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