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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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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우주

: 부모 너머 너와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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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80g | 137*200*20mm
ISBN13 9788968333965
ISBN10 8968333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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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모두가 건너온 그 시간들에 대하여]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소설가의 첫 에세이. 소설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담은 ‘사춘기 안내서’로 소개하는 이 책은 모두가 지나왔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시기를 함께 잘 나는 방법을 전한다. 적당한 거리와 존중만 있다면 서로가 평화로워질 ‘이 시기’에 대해.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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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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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 생각은 어느덧 내면화되어, 나는 아이들의 한숨과 눈물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사람이 되었다. 그 의무를 완벽하게 이행할 슈퍼맨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다짐했다. 그 마음이 모여 소설이 되었다. 여기에 실은 산문도 그런 마음의 갈래들이다. 어쨌거나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는 글」중에서

바야흐로 사춘기에 접어들면 인생의 축복이던 아이, 우주의 사랑이 농축된 것 같았던 아이는 이제 세상에 없다. 대체 저 아이를 내가 낳은 게 맞나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 이런 고민들이 쏟아졌다. ‘아이가 쥐 잡아먹은 것처럼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다녀요. 교칙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모범생이던 아이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요.’ 또 생각나는 에피소드. ‘아들한테 여자 친구가 생겼어요. 평범한 아이였으면 예쁘게 사귀라고 응원했을 텐데, 여자애가 보통이 넘어요. 얼마나 염색을 자주 했는지 머리카락이 개털이 되었더라고요. 발랑 까진 날라리 같아요. 둘이 헤어지게 하려면 제가 뭘 해야 할까요?’
---「나는 대리 양육자」중에서

자기가 뭘 원하는지, 뭘 원하지 않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랑 정신적 분리를 시작하는 시기인 사춘기에 말대꾸는 필연이며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 아닌가? 아니, 말대꾸란 단어 자체가 차별적 단어다. 어른들한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걸 말대꾸라는 단어로 폄하하는 거다. 옛날 사람이라서 말대꾸 안 하는 걸 자랑하는 거겠지. 그 배우랑 나이는 비슷하지만 나는 말대꾸를 적극 장려한다. 나라면 말대꾸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 예의를 갖춰서 말대꾸하는 법을 가르치겠다.
---「말대꾸를 한 번도 안 했다네요」중에서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어쩌면 내 정서가 사춘기 시절에 멈춰 있을 수도 있다. 20대 이후부터 내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남편하고 연애할 때도 좋았던 일보다 저 인간 때문에 속 터졌던 기억이 더 많다. 사춘기 시절 나는 뜨겁고 행복하고 반짝 빛났다. 또 우울했고, 복잡했고, 우주의 무게만큼 고민도 많았다. 말하자면 내 영혼의 리즈 시절이었다. 그 중심에 그 아이가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깊은 눈빛, 복잡한 표정의 그 아이. 내 첫사랑.
---「첫사랑」중에서

언젠가 시내버스에서 여학생들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한 아이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방학 때 걸 그룹 멤버랑 똑같은 코로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그때 끼어들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다. 당시에는 말 못하고 이제야 말한다. “시내버스에서 코 수술 하겠다고 말했던 친구야. 너 뒷자리에 앉았던 아줌마가 지금 말한다. 네 코가 훨씬 예뻐. 빈말 아니고 진짜야. 네가 예쁘다는 걸 왜 모르니? 절대 수술하지 마.” 청소년 문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작품으로든 강연으로든 지치지 않고 말할 거다. 진정한 매력은 개별성에서 나오는 거라고, 연예인보다 네가 훨씬 예쁘다고.
---「연예인보다 네가 더 예뻐」중에서

말도 어눌하게 하는 아이가 자유롭게 글을 잘 쓰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그동안 이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모범생인 형의 말에만 귀를 열었다. 이 아이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 “용건만 말해”로 되돌아왔다. 늘 형이랑 비교당했고, 열등한 자리에만 있었던 아이는 자기의 언어를 꾹꾹 삼킨 거였다. 내가 한 일은 웅크리고 있는 아이한테 손을 잡아준 일밖에 없었다. 글쓰기로 자신감을 얻은 동생은 나중에 성적도 쑥쑥 올랐다고 자랑했다.
---「어떤 형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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