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연기를 보는 여섯 개의 시선』은 배우와 연기에 관한 글 묶음이다.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연극 공연들을 빚어낸 배우들 중 몇몇에 대한 연구 논문들을 모은 책이다. 이 연구서가 우리 시대 대중예술의 휘황찬란한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저 척박한 연극 현장에서 무언가 의미로 다가왔던 그 흔적들에 대한 학문적 추적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이 이 분야에 대한 어떤 완벽하고 빈틈없는 연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계속적인 연구를 위한 학문적 자극임에는 틀림없다. 작은 책 한 권이 한국 연극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갖지 않지만, 그래도 연기하는 배우들을 다룬 연구서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막연한 소망을 품어본다. 본서가 그런 바람을 담고 수줍게 내딛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중략)
이 책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2022년 ‘연기와 배우에 대한 세미나’라는 제목의 정기 스터디를 통해 발표된 논문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개별 논문들 사이에 어떤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각 논문은 특정 공연에서 연기된 인물을 통해서 연구 대상 배우가 드러내는 연기적 특징을 상술하고 있으며, 논문에 따라서는 그 배우의 연기 궤적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정 배우와 그의 연기가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연기된 인물이 속한 작품에 대한 분석과 직결된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이 갖는 작은 미덕이 존재한다. 기존의 연기 관련 서적들이 일반적으로 특정 연기이론에 대한 서술에 치중했던 반면에, 본 연구서는 실제 연극 공연들 안에서 배우의 연기가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며, 또 이를 통해 해당 배우의 개성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곧 서술되는 연극적 상황 안에서 작품을 정당화하는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논문에 따라서는 특정 배우의 삶의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함께 담고 있기도 하다.
---「책머리에」중에서
강량원과 극단 동은 인체뿐 아니라 사물과 무대요소들의 현상적 물질성을 부각시키면서 관객의 감각적 지각을 자극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극을 영향미학(Wirkungsasthetik)적 관점에서 볼 때 정신 및 심리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관객과 더불어 수행적 공간 및 수행적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되는지를 각 공연에서 추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연구 대상 공연들에 나타나는 신체행동연기 방식, 수행적 분위기 및 에너지의 교류, 그리고 전반적인 수행성의 작동이 궁극적으로 각 공연의 성격과 주제를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논구해야 한다.
---「심재민, 「수행적 연기로서의 신체행동연기」」중에서
이 글에서는 젠더 편향적이라는 지점에서 극단의 연극에 대한 아쉬움이 표명되었던 것과 관련하여, 남성 연대가 강조되는 명작옥수수밭의 역사극에서 배우 김동현이 구축한 주변화된 남성 캐릭터와 남성성에 주목한다. 그가 반복해서 연기해온 인물들은 역사의 무게 속에서 유머와 페이소스를 잃지 않는데, 극 중 남성들이 구축하는 동성사회성(homo sociality)에 입각한 근현대사 안에서 김동현의 캐릭터와 연기 방식이 극단의 연극에 대한 새로운 해석 지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명작옥수수밭 역사극의 방향성과 관련해 김동현이 구현한 소시민적 남성성의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전지니, 「무대화된 한국 근현대사 속 남성성의 문제」」중에서
이 글에서는 배우 이봉련과 햄릿이 만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햄릿〉에서 배우 이봉련이 연기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여러 임무들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함께 정진새 작가의 각색으로 인해 〈햄릿〉에서 다양하게 변주된 상황들을 파악한다. 이 논의는 ‘햄릿’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 이봉련이 연기자로서 가졌을 고민이자 과제를 논의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배우 이봉련의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조명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주영, 「배우 이봉련의 〈햄릿〉 연구」」중에서
김성옥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철학적으로 부조리가 유행을 했고 그래서 부조리 철학에 애착이 있었다. 유년 시절 성당에서 연극에 눈을 뜨고 고등학교 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김성옥의 연기는 지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그는 부조리극에서 연기는 사실주의극의 연기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리상태를 분석하고 논리적 인과관계에서 인물을 구축하는 것이 사실주의 연기라면 부조리극에서의 연기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 연극에서 철학적 바탕에서 나온 지성적 연기를 추구했으며 사실주의 연기관에 입각한 연기는 스스로 거부했다.
---「전성희, 「배우 김성옥(金聲玉) 연구」」중에서
본 연구는 최근 몇 년 사이 활발하게 거리극을 공연하고 있는 우주마인드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김승언, 신문영 배우가 만든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2015년 〈잡온론(Job on Loan)〉 공연을 시작으로 〈스피드. 잡스(Speed. Jobs):질풍노동의 시대〉(이하 〈스피드. 잡스〉), 〈아담스 미스(Adam’s Miss)〉(‘서민경제 3부작’)를 차례로 선보이며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해왔다. 야외에서부터 극장이 아닌 실내 공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간을 거치면서 배우들의 연기관이 정립되었기 때문에 공간 변화에 따른 연기 형식을 연구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라 판단했다.
---「김태희, 「거리극의 연기 형식과 공간 활용에 대한 연구」」중에서
우리의 소중한 연극적 자산인 전통연희는 역사상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동양의 다른 나라의 경극이나 가부키, 서양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에 비교해볼 때, 독자적이며 다채롭다. 타국의 연희 전통이 오늘날 다양하게 향유되고 새로운 공연에 활력소로서 활용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우리의 연희 유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공연의 실제에 있어 토대가 되는 더욱 다양한 창조적 공연물들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화원, 「전통연희 기반 역할 형상화에 관한 연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