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영감. 우리 조막이는 큰 인물이 되겠소.”
“이보오, 마누라. 우리 조막이는 신령님이 보내 준 아이라오. 나라를 구하는 장군이 될게요.”
“영감, 아무리 그래도 장군이 되긴 어렵지 않을까요? 정승이라면 몰라도. 호호호.”
“온 나라가 우러르는 학자는 어떻소? 하하하하.” (본문 15쪽)
‘그래. 이제 나 혼자 조막이를 돌봐야 해. 우리 영감 몫까지 잘 돌봐야지. 암만! 우리 조막이는 신령님이 보내 준 귀한 아이야. 알에서 나온 특별한 아이야.’ (본문 17쪽)
“왕 훈장님이 이르시기를, 앞으로 세상이 달라질 거래. 양반 상놈 가리지 않고 온 나라의 아이들이 서당에서 같이 공부 하는 세상이 된대. 남자애와 여자애가 나란히 한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세상이 된다는 거지. 그러니 미리미리 공부해 두면 훗날 크게 출세할 거라나.” (본문 30~31쪽)
조막이는 별명을 몇 개나 얻었어. 꾀보, 꾀돌이, 꾀주머니……. 심지어 꾀꼬리라는 별명까지 얻었지 뭐야. 소 판 돈을 호박에 숨겨 오다니, 꾀보 소리를 들을 만했지. (본문 65쪽)
조막이도 잘 알았어. 왕 훈장은 조막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려고 무진 애를 썼거든. 조막이도 외워 보려고 애를 썼지. 하지만 글자라는 게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어째? 흰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자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야. (본문 73~74쪽)
“허 참,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들? 박 첨지네 곡식이야 본래 여러분이 농사지어 거둔 거잖아요. 그거 아세요? 앞으로 땅의 주인 같은 건 없는 세상이 옵니다. 누구나 땅을 일구면, 그 땅에서 난 곡식으로 먹고살 수 있는 날이 온다니까요. 그러니 여러분이 수확한 곡식은 여러분 것이에요. 박 첨지네서 훔친, 아니 가져온 곡식은 어차피 여러분 거라니까요.” (본문 115~116쪽)
조막이는 꾀보, 꾀주머니, 꾀돌이, 꾀꼬리…… 아, 꾀꼬리는 아니지만 아무튼 대단히 영특한 애잖아. 조막이의 꾀라면 믿을 만했지. 도적들까지 조막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어. 도적들이나 마을 사람들이나 곤란한 처지에 빠진 건 마찬가지였어. 결국 순한 도적들은 포승줄을 풀어 주고 한자리에 앉혔지. (본문 116~117쪽)
왕 훈장이 소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동안, 조막이는 혼자서 하늘 천 따 지, 백 번 천 번 되풀이해서 썼어. 소한테 지기는 싫었거든. 치마저고리도 딱 질색이었고 말이야.
그러는 동안 모르니 마을 사람들은 비탈밭에 씨앗을 뿌렸어. 열너미 마을에서 온 사람들과 한때는 도적이었던 사람들 모두, 다 같이. (본문 126~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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