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대노한 채 활터 쪽으로 향하였다. 궁인들도 다급하게 임금의 뒤를 따랐다. 임금은 활터에 다다르자 잠시 동안 과녁이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궁인들이 재빠르게 활터에 불을 밝히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지켜보던 임금은 곧 활을 손에 들고 조용히 말했다.
“서 군관.”
“예, 전하.”
“이 나라 조선은 누구의 나라인가?”
임금의 목소리는 어느덧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전하의 나라이옵니다.”
“아니다.”
임금은 활시위를 당긴 채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 나라는 백성들의 나라이니라.”
임금의 말이 먼저였는지, 화살이 먼저였는지 알 수 없었으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을 맞히었다. 임금은 다시금 활시위를 당겼다.
“백성들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임금이 바로 서야 하느니라.”
또다시 과녁에 명중하였다.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이마에선 땀이 흐르고 있었다.
“헌데 그토록 방해하는 무리들이 많아서야 임금이 바로 설 수 있겠느냐?”
임금은 땀에 젖은 손으로 활시위를 잡았다. 화병으로 인한 열은 임금의 몸을 태워버릴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b>개혁군주 정조,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오다.</b><br/>“임금의 처지는 참으로 외롭고 위태로운 것이다.”<br/>새롭게 출간된 소설 ‘이산 - 찬란한 나라’는 정조대왕을 전면에 내세운 팩션이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팩션에서 주로 정조의 충신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건을 풀어나갔다면, 이 작품에선 정조대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br/>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리던 정조는 즉위 24년째에 다다라서는 반대파의 도발로 화병은 더욱 깊어지고 육체의 피로는 더욱 쌓여만 갔다. 가슴속에 상흔을 품은 채 고통 속에 살다 허망하게 눈을 감은 그가 현재를 사는 후손들에게 최고의 개혁군주이자 성군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br/><br/><b>성군 정조, 그가 승하한 1800년 조선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b><br/>“어리석은 자들이로다. 아름다운 것이 바로 힘이니라.”<br/>이 소설은 정조의 마지막 해인 1800년 정월부터 그가 눈을 감은 6월까지 하루도 쉴 틈 없이 터지는 사건과 사고들을 긴박하게 보여준다. 임금을 따르는 자들과 임금을 적으로 생각하는 자들의 팽팽한 싸움을 통해 성군 정조가 얼마나 위태롭게 살아야 했을지 극명하게 드러낸다. 만일 그가 1800년에 승하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대왕에 대한 또 한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정조는 독살설에 휘말린 임금이고 홍재전서를 남긴 천재적인 임금이다. 세손 때나 재위 기간 때나 끊임없이 암살 위협을 당했고 노론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개혁을 실시하고 문치를 이루었다. 이 책은 정조의 독살설을 바탕으로 죽기 몇 달 전부터 죽을 때까지의 처절한 기록이다.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숨 가쁘게 흘러가는 정조 말년을 비장하게 그리고 있다.
정조는 독살되었는가? 자연사로 죽었는가?
이 소설은 여성작가의 눈으로 그 해답을 찾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