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까지, 나는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바깥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쟁취하고 누리는 것 이상 뭐가 더 있을까 싶었다. 눈에 보이는 성취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바깥세상에서만 눈먼 사람처럼 수십 년간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나는 스스로도 못 알아볼 정도로 외롭고, 공격적이고, 우울하고, 변덕스러운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겉으로는 이것저것 해낸 것처럼 멀쩡하게 보였지만, 내 마음은 늘 갈등투성이었다. 오랫동안 내가 내 마음을 외면한 결과, 갈등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나는 여기저기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와 부정적인 생각, 감정을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내가 그러는 줄도 모른 채 수십 년간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
이 책은 나의 경험과 여러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마음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생각과 감정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내 마음과 점점 가까워지는 마음의 여정인 셈이다. 이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점점 명료해지고 상처에서 회복되며 갈등에서 자유로워지고 사랑과 감사 같은 긍정적인 마음이 키워진다. 쉽게 말해 나 자신과의 관계가 점점 더 편안해지고, 내가 나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지면, 바깥세상에서 만들어놓은 수많은 것들을 불안이나 초조함 없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세상을 살면서 더 현명한 행동도 많이 할 수 있고 그렇게 사는 자신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완벽해져서가 아니라 자신이 더 행복해졌기 때문에, 그리고 지혜로워졌기 때문이다.
- 12p, 어느 날 아침 찾아온 온몸의 마비
얼마 후 면접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나는 8군데 중 무려 6곳에 합격했다. 동양인, 더군다나 동양인 여자에 대해 야박했던 보스턴 지역에서 6군데나 합격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랄 만한 일이었다. 나는 6곳의 회계법인들 중에서 보스턴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쿠퍼스앤라이브랜드를
택했고, 그때부터 회계사로서의 나의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내가 일에서 처음으로 맛본 성취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오로지 일에 열중하며 살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몹쓸 버릇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라면 조금 더 끈기 있게 오래 다녀야 할 텐데, 나는 한곳에 진득하게 머물지 못하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몇 년 못 다니고 미국 서부에 있는 다른 대형 회계법인으로 이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몇 년 후에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국적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컨설팅 회사 역시 얼마 후 그만두고 회계학원을 차렸다. 회계학원도 마찬가지였다. 학원은 초반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몇 년 만에 완전히 그만두고는 요가와 명상에 빠져 요가학원을 오픈했다.
“뭐? 이번에는 또 뭘 한다고? 요가학원? 너 요가를 할 줄은 알아?”
‘회계사’라는 타이틀을 아예 벗어던지고 요가학원을 차릴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그렇게 나는 몇 년에 한 번씩 좋은 타이틀과 어렵게 올라간 직책을 다 내려놓고 다른 장소, 다른 일거리를 찾아 옮겼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삶을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자꾸만 연속극 재방송을 틀어놓은 것처럼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것 같았다.
- 28p,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마음
이처럼 힘들고 괴로운데도 우리가 ‘탓하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단순하다. 탓하면 편리하다. 저 사람 또는 저 상황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고 탓하면 책임질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참 편리하다.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니까 왠지 마음도 가벼워진다. 스스로 책임지는 것보다 ‘쟤 때문에 그랬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쉽다.
하지만 불행하다. 탓하기 자체가 사실은 마음을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탓하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편리한 대신, 불행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불행을 당연하게 여기며, 무의식적으로 계속 탓하면서 산다.
- 119p, 탓하면 편리하다, 하지만 불행하다
집착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전적으로 내 마음에서 시작해서, 나 혼자 좋아하고, 가지려 하고, 불안해하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리고 결국 내 마음에서 끝나는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다. 그를 위하는 마음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마음뿐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마음에 들어 할까? 나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내가 멋있게 보였을까?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줄까?’ 이렇게 내 마음속에서 하고 있던 모든 생각은 오로지 나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 24p, 불안하니까 집착한다
마음은 신기하게도 뭔가 한 가지 생각으로 이익을 얻거나 효과를 보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그것을 모든 상황의 정답으로 여긴다. 그러한 마음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마음은 다른 어떤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그것만 계속 좇는다. 다르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이 나를 아무리 힘들게 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각이 없는 상태다. 자각이 없으면 내 마음이 하는 생각에 그저 습관적으로 혹은 충동적으로 반응하며 마치 하인처럼 끌려 다닌다.
내가 당나귀를 업고 가는 게 아니라 타고 가고 싶다면, 마음의 습관을 알아차려야 한다. 자각해야 한다. 마음의 생각들과 감정을 관찰할 줄 알고 마음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그저 습관적인 생각에 무작정 놀아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스스로가 주도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이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63p, 당나귀를 업지 말고 타고 가라
나의 친구이자 마음공부 선생님인 알피타 선생님이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2,500년 전에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분노를 내려놓지 않고 붙잡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숯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그것에 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지요.”
그렇다. 분노를 세심하게 관찰만 한다면 그 감정이 스스로를 얼마나 아프게 만들고 있는지 알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관찰이란 자신이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안다. 자신이 화를 자주 낸다는 것을. 하지만 알면서도 화를 멈추지 못한다.
화를 내는 것에 대해 그저 쓱 지나치듯 아는 것과 분노를 진득하게 관찰하는 것은 다르다. 진지하게 관찰하면 더 이상 자신의 손을 데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렬하게 올라온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분노 대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진다.
- 103p,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나는 분노중독자였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마음 때문에 고심한 끝에 나는 인도에 있는 알피타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이렇게 답변해주셨다.
“지금 당신의 마음상태로는 가는 것도 잘못된 결정이고, 안 가는 것도 잘못된 결정이에요. 당신의 마음이 갈등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에서 비롯된 결정은 어떠한 결정도 옳지 않습니다. 그런 결정은 결국 더 많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어요.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엇을 선택해도 갈등이 지속되니까요. 갈등에서 시작된 선택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행동을 다르게 해도 갈등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행동부터 앞세우려 하지 말고, 먼저 갈등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모든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지금 당신은 아까 통화한 그의 말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어요. 맞죠? 그러면 그 상처를 먼저 해소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세요. 그리고 당신의 마음이 완전히 차분해지면, 그때 가서 당신을 위한, 그리고 그 일을 위한, 모두를 위한, 결정을 내리면 됩니다. 사랑을 바탕으로 내린 의사결정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올바른 결정이 될 거예요. 그때 가서 결정한다면, 당신이 그곳에 가기로 하든, 아니면 가지 않기로 하든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 214p, 마음이 먼저고 행동은 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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