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헤친 붕대 저편에서.... 우리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어.그 목소리는 어떤 무대에서 했던 연기보다 더욱 확실하게 울려퍼졌지.
'난 오페라 극장의 유령....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추해 보이지? 이 흉측한 괴물은 지옥의 화염에 불타 가면서.... 그래도 천국을 동경한다!'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뛰어내렸어.
--- pp.54-55
원희는 그날 즉시, 야쿠자 보스 이와다가 운영하는 파이낸스 회사에서 이와다를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가짜 차용증서를 만들도록 했다. 놈의 인감이 찍힌 가짜 차용증서를...
'자, 이와다 오빠, 액수는 5천만엔! 내일 오후까지 준비해 주세요. 담보는 바로 이 가짜 차용증서! 놈이 무려 5억엔을 빌렸다는 문서죠. 이 문서에 찍힌 도장은 틀림없이 100% 놈의 인감이 맞으니까 그것은 염려 마시고... 변제기한은 불과 사흘 뒤!그리고 이건 놈의 새로운 집문서! 놈이 나중에라도 혹시 이런 문서에다 자신은 도장 찍은 적이 없다고 한다면, 이 집문서를 증거로 보여주면서 물증인 담보문서가 있다고 재판장에게 보여주시면 돼요. 그러면 놈은 빼도박도 못할 테니까...'
'히야, 넌 정말 귀신이 울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염라대왕 *알이라도 따올 천재 사기꾼이다. 어떻게 이런 방법을 다 개발해냈냐? 정말 구레무라 츠요시의 후계자답다.'
'칭찬은 그만 하시고... 사기꾼이라고 칭찬 받아봤자 조금도 기쁘지 않으니까... 얼른 결정하세요. 주실 거예요? 안 주실 거예요?'
'주지. 주고 말고... 아이구, 우리 이쁜 원희, 내가 요즘 네 덕에 먹고 산다.'
이와다는 또 다시 큰 돈벌이가 생겼다는 소리에 그저 기뻐하면서, 그 자리에서 당장 현찰로 5천만엔을 내 주었다. 거기에 보너스조로 5백만엔을 더 찔러 주었다.
--- p.55-70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전일은 내심 초조했다. 설사 추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 범인이 '일'을 정리하려는 현장을 덮친다고 해도 동기를 모르고, 밀실이나 알리바이의 수수께끼도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다. 교활한 범인인 만큼 이런저런 변명을 대 여유 있게 혐의를 벗어나 버릴 것이다.
최소한 동기를 알면...
"선입관을 버려. 믿고 있는 것을 버리고 냉정하게 '사실'만을 보는 거다-."
김전일은 자신에게 이렇게 들려 주었다.
그리고 이 '오페라 극장 호텔'을 찾은 후로 본 '그 인물'의 모습을 가능한 한 떠올려 보았다.
---p.215
그 시체는 마치 완성된 예술품처럼... 기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피가 흐르고 있던 오리에의 몸은 인형처럼 새하얗고..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 p.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