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은 벤처캐피털이 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하던 해였다.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가 아마도 벤처캐피털이 처음 투자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거나 그 대화에 내 귀는 쫑긋 섰고, 눈은 번쩍였다. ‘영화투자 하면서 회사를 다닌다? 이거 괜찮겠는데? --- pp. 27~28
사회에서의 내 첫 출발은 그처럼 극도로 미약했지만, 그래도 『승려와 수수께끼』의 저자 랜디 코미사의 조언처럼 더 큰 인생 목표를 위해서는 참고 기다려야 했다. 그는 이것을 ‘미뤄진 인생계획’이라고 표현한다. 즉, 진정으로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인내하는 시련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 p. 35
인생은 길다. 그 긴 인생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희생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무엇보다 필요하고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그 일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다. 그런 기초는 꼭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쌓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이 하찮고 볼품없게 느껴진다고 해서 이 단계를 건너뛰려고 하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 p. 35
누구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내 기준에 맞지 않아 영화투자를 벗어나긴 했지만 그것에 10년 열정을 쏟은 사람은 또 그 안에서 멋진 길을 찾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돌고 도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루하루 쫄지 말고 당당하게 즐기면서 사는 수밖에. --- p. 49
책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 관련서를 다시 집어 들었는데, 그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투자해왔는지를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치투자와는 전혀 거리가 먼 기업에 투자해왔으니. 왜 10년 전에는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토록 중요한 그의 투자원칙을, 그의 소중한 가르침을 깨닫지 못했을까? 역시나 돈 잃으며 체득하는 배움이 제일 효과가 있단 말인가? --- p. 57
눈덩이에 적절한 습기가 있어야 처음에 잘 뭉쳐지는 것처럼 스타트업 초기팀의 구성도 우수 인력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력(A급 인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즉, 창업자는 우수한 A급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자력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 10~15인 정도로 구성되는 초기팀 인력의 DNA가 스타트업 성공의 DNA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에 초기팀 구성에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 p. 66
우리나라에서도 적절한 습기를 머금은 팀을 이룬 뒤 복리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충분히 큰 시장에서 눈덩이를 굴릴 수 있는, 배짱과 의지가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 p. 66
난 그저 보이스 피싱으로 1,200만 원을 날린 멍청한 놈이다. 부끄러워 죽겠음에도 이렇게 떠벌이는 것은 그 치욕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겠지. 지금 혹 자신이 미워져 힘들어하는 창업자들이 있다면 내 경우를 보고 피식 웃으며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 p. 70
앞서 이야기한 위대한 창업자들 역시 창업을 얘기할 때는 한결같이 돈이나 성공, 명성보다는 ‘후회 없는 인생’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도전하는 과정’을 언급했다. 그들이 이미 거부가 되었기 때문에 그 부와 명성에 걸맞는 ‘철학’을 억지로 갖다 붙인 것이라 생각되는가? 절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다시 지금 이 순간을 산다고 해도 새로운 일을 찾고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 pp. 88
여왕은 그녀 나름대로 예상 항해 루트(전략) 및 항해와 관련된 기타 여러 사항들을 면밀히 점검했다. 즉, 철저한 사업성 검증due-diligence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렇게 사업성을 검증받아 투자유치에 성공하여 본격적으로 선원(인적자원)을 모으고 항선(생산설비)을 만든 콜럼버스는 신대륙(성공, 투자회수)을 위해 산타마리아호(사업체)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항한다. --- p. 91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창업을 하는 그 장소가 세상의 중심이라 여긴다. 그래서 그들의 비전에는 ‘세상을 바꾸자’와 비슷한 류가 많다. 당연히 그곳에선 큰 세상을 보고 큰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아직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인력 면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절대로 밀리지 않는데 ?물론 시장의 크기와 자금지원 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야망의 크기 면에서는 그 격차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려야 그 그림의 절반이라도 달성하지 않을까? --- p. 93
기회를 인지하고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과 활동, 행동을 뜻하는 기업가적 과정은 크게 발견 ,콘셉트 개발, 자원 확보, 실행, 수확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발견 단계는 기업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기회를 인식하며 시장을 알아가는 단계다. 다섯 단계 중 첫 단계에 불과한데다가 아이디어가 곧 시장기회를 뜻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해서 사업 전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오산 중의 오산이다. --- p. 95
모방과 훔치기의 차이점은 소유권에 있다. 모방의 경우에는 그 저작권이 아직도 모방해온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 표절에 해당한다. 반면 훔치는 것은 비록 불법적, 일시적이지만 그 소유권이 내게 넘어온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내게 넘어온 소유권에 다른 것을 결합하여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인데, 이것이 곧 ‘훔친다’는 개념이다. --- p. 103
수억 원을 써가며 1년 혹은 2년째 골방에서 완성된 서비스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즈음의 시장은 아예 바뀌어 있거나, 원래부터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취향을 무시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주 작은 서비스라도 먼저 내놓은 다음 시장의 반응을 보며 개선해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 p. 127
멤버 아홉 명의 얼굴이 각각 들어 있는 아홉 병의 ‘비타500’을 모아서 선물로 주는 이벤트였다. 실제로 ‘비타500’으로 소녀시대 아홉 명의 이미지를 다 모으기는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전 직원이 전국의 편의점을 모두 뒤져 아홉 개를 맞춰놓았다고 한다. 소녀시대 팬클럽에서는 난리가 났고, 그것을 받은 사람들이 더 열광했음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 p. 137
제일 무서운 것은 고객의 무관심이고, 악평은 그나마 악평할 만한 애정이 있으니 하는 것임을 스타트업은 명심했으면 한다.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보이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하는 것은 너무 슬픈 일 아닌가? --- p. 141
이는 투자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것이고, 그 사람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의 인생 속에 이미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속성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은 그가 해온 일들뿐 아니라 그의 학교생활, 직장생활, 인간관계 속에 다 담겨 있다. 그러므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창업자나 예비 창업자들은 과거 본인이 해온 작은 성공들이 큰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 됨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니 ‘사업 아이템은 죽이는데 왜 투자가 안 되는 것이냐’라며 불평할 필요가 없다. 불평해야 할 것은 오히려 잘 살아오지 못한 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 p. 158
그러면 내가 직접 창업을 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배워온 것과 내가 떠들어온 말대로 직접 창업현장에 뛰어들어볼까? 아마도 미친 놈이란 소리를 듣겠지? 그런데 이런 소리는 워낙 많이 들어서 이골이 난 것 같아. 또 들으면 어때? 세상은 원래 미친 놈들이 만들어가는 거거든. 이젠 잘난 체하며 창업교육이니 멘토링이니 하는 건 그만두자. 인생 뭐 있겠어? 한번 저질러보는 거지. 더 늙기 전에 말이야. --- p. 184
창업교육을 할 때마다 나는 ‘창업 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부분의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들은 자금확보(투자유치)가 가장 어렵다고 답하는데, 그 답을 들으면 난 다시 묻는다. ‘가족 설득은 다 되신 건가요?’라고. --- p. 208
시작은 빨리 할수록 좋다. 그리고 빨리 시작해야 타격도 적다. 20대의 창업은 잃을 것이 거의 없다. 고작 몇 학기 휴학이나 취업 지연 정도랄까. 잃을 것이 없게, 혹은 잃을 것을 줄이기 위해서도 적은 돈으로 창업하고 남의 돈(대출)은 쓰지 말아야 한다. --- p. 234
인생은 짧다. 시간도 빨리 간다. 그리고 인생은 남이 나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사는 자기 인생인 만큼, 그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쫄지 말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설령 실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누구나 다 하기 마련이니 너무 좌절하지 말고 말이다.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해보지 않고 가슴 아파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 p.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