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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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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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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606g | 137*190*35mm
ISBN13 9788973813223
ISBN10 897381322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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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나는 욕조 안에서 난생처음 우리 집을 조금 걱정했다. 언니와 우즈키를. 우즈키에게는 아사미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엄마가 있고, 언니에게는 기시베 씨라는 또 한 사람의 아빠가 있다. 그것이 만약 흔한 일이 아니라면, 우즈키나 언니에게는 앞으로 뭔가 안 좋은 일, 곤란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052~053

*
그때 우리가 바라보았던 것은 정원 한 모퉁이에 척척 완성되어가는 건물이 아니었다. 갓 깎은 나무 벤치도, 새 욕조도 아니었고, 빨갛고 노란 선이 구불구불 들러붙은 배전반도 아니었다. 나와 우즈키가 숨죽인 채 열심히 지켜보았던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정원의 한 모퉁이였다. 벽을 기던 벌레였고, 흙이었고, 일찍이 그곳에 세워져 있던 갈퀴와 대빗자루였고, 사라져버린 아라키 씨였고, 할아버지였고, 그곳에 흐르던 시간이었다. --- p.157~158

*
“라이스에는 소금을.”
암호를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래, 유리.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건 우리 세 사람에게만 통하는 표현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유 만세!’다.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 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 --- p.290~291

*
“엄청 근사한 집이었어요, 그렇죠?”
다카오가 뭔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가 따뜻한 기분이 들고, 거기에 내 스스로 당황하고 있었다. 미혼인 채 아이를 낳는 데에는 적지 않은 각오가 필요했을 테고, 더구나 본부인이나 그 가족들에게 환영받았을 리 없다. 하지만 한곳에 모여 손을 흔들고 있던 그들은 행복한 대가족처럼 보였다. --- p.416

*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노조미 씨와 고이치만 해도 아버지가 다른데 한집에서 자란 남매다.
세상에 대한 체면―. 나는 거기에 대해 생각한다. 고이치네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나는 제대로 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세상에 대한 체면이란 곧 자신의 양심이라고 엄마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신경 쓰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시누이에게 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다. --- p.566~567

*
그러면서도, 묘한 일이지만 이 방에 있다 보면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가 있다. 정원을 뛰어오는, 운동화를 신은 어린 우즈키의 발소리며 진즉에 돌아가신 아라키 씨가 미는 손수레의 덜그럭거리는 소리, 중국 방에서 어른들이 마작 패를 휘젓는 소리, 누군가가 당구공을 때리는 소리. 여름 오후에 창문을 열어둘 때면 벌의 날갯짓 소리며 나무를 다듬는 가위질 소리에 섞여 들리는 할아버지의 해먹이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테라스에서 일광욕 중인 외삼촌의 포터블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킹크스며 스몰 페이시스의 노래가 머리 위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처럼 내 귀에 띄엄띄엄 와 닿는다. 그것들은 내가 아니라 이 집의 기억이리라. 왜냐면 내가 알 리 없는 소리―개들의 짖는 소리, 정원에서 열린 듯한 파티의 떠들썩함, 어린 노조미 언니와 치하루 언니가 나누는 비밀 이야기며 키득키득 웃는 소리―까지 가끔 방에 가득 차기 때문이다.
--- p.579~58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도쿄 가미야초, 다이쇼 시대에 지어진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 무역 회사를 경영하는 할아버지, 러시아인 할머니,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을 비롯하여 이모, 외삼촌, 여러 형제들과 한집에 사는 대가족이다.
1세대인 할아버지 다케지로와 할머니 기누 이야기를 기반으로, 집안의 권위적인 분위기에 반항하며 바깥세상을 배우고자 가출을 감행하는 기쿠노, 선을 보고 결혼한 남자와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은 유리, 외롭지만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기리노스케, 이렇게 2세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후손인 3세대는 네 명의 형제들 중 둘이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킨다는 교육 방침 아래 성장한다.
이 가족들은 여느 평범한 가족과는 다른 독특한 생활 환경과 가치관으로 인해 세상과 조금 동떨어진 존재들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시대와 장소, 화자를 바꾸어가며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서 가족들에게 얽힌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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