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실험에서 식사량을 제한하는 소식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효모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세 배, 쥐를 활용한 실험에서는 30∼50퍼센트 수명이 늘었다. 역학 조사에서도 장수하는 사람은 식사를 적게 먹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 대상 실험에서는 식사량 제한이 직접적으로 수명 연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지만, 소식하면 비만을 예방해 장수 확률이 높아지라는 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먹는 양을 줄여 장수하는 메커니즘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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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열량을 제한하면 자칫 근력이 떨어질까 우려할지 모른다. 실제로 열량을 제한하면 근육량이 떨어진다. 신체비만지수(BMI) 30 이상인 18세부터 55세 사이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하루 섭취 열량을 400킬로칼로리로 제한하는 식단을 8주간 유지했다. 그사이 체중은 평균 7.1킬로그램이 줄었고, 체중에서 체지방을 제외한 수치인 제지방체중도 1.6킬로그램 감소했다. 그러나 열량을 제한하더라도 주 3일 근력 운동을 한 참가자들은 근력과 근지구력이 향상되었다. 이 같은 근력 유지 효과는 단식을 병행하면 더 오래갔다. 앞서 소개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서 하루 섭취 열량을 400킬로칼로리로 제한하는 대신 격일로 단식을 하면 체중은 더욱 감소하는(8.2킬로그램) 반면, 제지방체중은 제한식을 할 때보다 적게 줄어들었다(1.2킬로그램). 단식 초기에는 근육을 비롯한 단백질 분해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 pp.35-36
식사 이후부터 배변까지 걸리는 시간을 ‘장 통과 시간’이라 한다. 음식물이 대장 전반부에서 후반부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사했더니 변비가 없는 남성은 평균 7.2시간, 변비가 없는 여성은 31.8시간으로 나타났다. 반면 변비가 있는 여성은 평균 장 통과 시간이 무려 110시간이 걸렸다. 단백질이 5일 가까이 장내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변비가 있는 여성은 일주일 전에 먹은 것을 배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기온 37도, 습도 60퍼센트 조건은 장내 환경과 동일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둔 날달걀처럼 장내에 5일 이상 소화되지 못한 단백질이 남아 있다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주변에서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권장하는 식사법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고기와 치즈를 많이 먹고 당질을 제한하는 식사법, 지방을 없앤 닭가슴살을 많이 먹는 식사법은 그 사람의 단백질 분해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몸은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분해해서 어느 정도 흡수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 pp.40-41
가이바라가 권한 식사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그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의 식사법을 모두 기술했지만, 무엇보다 “식사를 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밥과 국, 반찬 한두 가지. 가이바라는 “매끼 밥을 먹기 시작해 허기와 갈증이 가시고 난 후에는 양껏 먹어선 안 된다. 잘 생각해서 참아야 한다”라며,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속이 80퍼센트쯤 찰 때까지만 먹는 방식으로, 20퍼센트 적게 먹는 것이 핵심이다. 과식하면 비위(비장과 위. 여기서 비장은 현대의 췌장에 가까우며, 소화액을 분비한다)가 상하는 것도 있지만, 식욕을 다스려 음식을 삼가는 태도가 병을 예방한다고 가이바라는 조언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전날 저녁에 먹은 식사가 모두 소화되지 않았다면, 아침을 걸러야 한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점심을 먹어서는 안 되며, 몸이 아플 때는 미음은 물론 식사를 금해야 한다.”
--- pp.101-102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 사는 민족은 전통적으로 대장암에 걸리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극단적으로 서구화된 식단을 취하자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서도 식단 서구화가 진행되어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어들고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대장암 발병률은 여전히 낮다. 이는 그들이 주식으로 난소화성 전분인 도정하지 않은 옥수수를 즐겨 먹기 때문이다.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는 난소화성 전분을 적극적으로 섭취한 것이 부패로 생겨나는 독성 물질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 p.131
매일 하는 운동은 자기 몸을 이용해 근육을 단련하는 이른바 체중부하운동으로 충분하다. 건강학교에서는 ‘28일간 매일 2분 운동한다’라는 목표로 운동을 시작한다. 2분 운동은 30초 운동 3회, 15초 휴식 2회로 이루어진다. 30초간 운동하고 15초간 휴식하는 방식이다. 고작 2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매일 아침 2분 운동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늦잠을 자거나, 오늘은 하기 싫다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면 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 일단 30초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가며 단시간 집중해서 실행해야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
--- pp.159-160
평균 연령 72세인 미국 여성 1만6741명을 대상으로 일평균 걸음 수와 사망률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연구 시작 시점의 걸음 수를 기준으로 실험 대상자를 각각 2718보, 4363보, 5905보, 8444보의 네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이들을 평균 4년 3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일평균 걸음 수가 가장 적은 집단(2718보)과 비교해 걸음 수가 가장 많은 집단(8444보)은 사망률이 58퍼센트나 낮았다. 일평균 걸음 수가 많을수록 사망률은 낮지만, 그 효과는 7500보 전후에서 한계점에 이르렀다. 예부터 하루 1만 보를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 7500보 걷기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 p.162
초가공식품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여타 식품군과는 다른 공정을 거친다. 초가공식품을 만드는 방법은 장난감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요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정제당(액상과당, 말토덱스트린, 포도당, 유당), 가공 유지(수소화 혹은 에스테르 교환으로 만들어진 기름), 가공 단백질(가수분해 단백질, 대두 단백질 분리물, 글루텐, 카세인, 유청 단백질)이 들어간다. 이런 물질들은 고수확 품종의 식물성 식품(유전자 조작 옥수수, 밀, 대두, 사탕수수 등), 공장형 축산에서 나온 동물 사체 등을 정제하거나 분쇄하거나 추출해서 만든 것이다. 한데 섞어서 모양을 빚거나 튀기거나 굽거나 하는 기계화된 공정을 거쳐 식품으로 조립된다. 여기에 착색제, 향료, 유화제, 그 밖의 식품첨가물을 넣어 구미를 당기게 하고, 방부제를 넣어 보존 기간을 늘리고, 세련된 모양새로 포장하면 완성이다.
--- pp.188-189